소금 콕콕 찍어 먹으면 그냥 끝나는 필돈 돈까스
이 형과 요즘 식사를 많이 하고 있다. 사실 둘이 명확한 공통된 취미가 없기도 하고 서로 시간이 잘 안 맞다 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딱히 없다. 근데 식사는 누구든지 하니까, 또 다행스럽게도 맛있는 것 먹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그런 니즈가 맞아 종종 식사를 하고 있다. 원래는 정말 집에서 잘 있고 집에 있어도 뭔가 할 일이 있는 사람인지라 나만의 나름 바운더리가 있는 편인데 요즘은 그게 완전히 무너졌다. 무너졌다기보단 피하고 싶은 상황이다. 그래서 밖으로 불러내 주는 사람들이 종종 고맙다. 물론 나도 힘에 부치거나 그럴 땐 피하기도 하는데 요즘은 일정이 있는 것이 좋더라. 특히 주말.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은 휴식시간이 충분하기도 해서 그런 것들이 있으면 빼지 않고 나가려고 하는 편이다. 다만 날씨가 상당히 아쉽겠다. 벌써 패딩이 필요할 정도로 추워진 기분이다.
오늘 소개할 가게의 경우 일단 여기 마곡, 발산 돈까스 가게 리스트 두 곳 중 한 곳이다. 다른 한 곳은 점심에만 장사를 한다고 하여, 이미 저녁에 만났기 때문에 갈 수 없었고 여길 오게 됐다. 이 근처에서 일하는 형 덕분에 따로 뭐 검색이나 그런 것을 하지 않고 그냥 올 수 있어서 좋다. 누적된 데이터만큼 신뢰도 높은 것도 없기 때문에 내가 그 순간에 검색해서 가는 것보다 훨씬 낫겠다. 나름 입맛도 비슷한 것 같고! 다만 나도 예전에 치즈가 많고 느끼한 것을 좋아하긴 했는데 이게 어느 순간 입맛이 바뀐 것 같다. 한식도 그렇고. 아무튼 그렇게 필돈 돈까스 가게를 찾아오게 됐고, 자리에 앉자마자 주문을 했다. 여기 점심시간엔 대기까지 있을 정도로 사람이 많다고 하는데 확실히 저녁엔 좀 한가하겠다. 술을 마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각자 먹을 것을 주문했다. 사실 여기서 사이드로 냉소바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어차피 2차로 다른 곳에 가서 땡기면 가볍게 맥주 한잔을 하고 아니면 그냥 치킨 같은 것이나 더 먹자고 했기 때문에 추가로 욕심 내진 않았다. 메인만 먹고 적당히 걷다가 또 2차를 둘이서 다 먹을 생각하지 않고 먹으면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하기로 했다. 또 오랜만에 보기도 하고, 자주는 못 보니까. 이날 여기서 주문한 메뉴는 여기 시그니처인 것으로 보이는 국내산 생등심을 저온 숙성한 Feel, 돈 하나와 우유, 생크림, 치즈를 이용한 크림 돈까스 하나씩을 주문했다. 이 형 정말 치즈 들어간 것 좋아한다. 원래 치즈를 먹으려고 했는데 크림은 나름 여기서만 맛볼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정한 것 같다. 실제 비쥬얼을 보니 이렇게 나오는 돈까스는 확실히 처음 본다.
아 그리고 여기의 경우 주문 즉시 조리가 시작된다고 한다. 그리고 두꺼운 고기를 익히기 위해 레스팅 과정을 거친다고 하니, 만약에 너무 배고플 경우 이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겠다. 근데 뭐 10~15분 정도면 그냥 순식간에 지나가기 때문에 그렇게 힘들지도 않겠다. 30분이 넘어가면 말이 달라지겠지만. 테이블에 놓여진 소금통을 툭툭 털은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일단 비쥬얼과 구성은 합격이었다. 소금이 있다는 점이 좋았고 돈까스 역시 두툼해 만족스러웠다. 확실히 이렇게 개인점이라든가 요즘 장사가 잘 되는 곳은 김밥천국이나 이런 곳과 다르게 저런 두툼한 사이즈로 나온다. 근데 저게 한입 베어 물면 질기거나 그런 것 없이 너무 부드럽고 촉촉하고 그렇겠다. 여기 역시 그랬다.
우선 크림을 먼저 먹어봤다. 뜨겁기 전에 먹어봐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한입 먹었는데 비주얼도 그렇지만 맛 역시 처음 경험해보는 맛이었다. 확실히 이런 스타일은 여기 필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리고 사진으로 보면 양이 좀 적어 보일 수 있는데 저 소스가 은근 중독성이 있어서, 그리고 튀김옷 가루들이 같이 떨어지고 그러는데 나중에 숟가락으로 먹어도 괜찮을 느낌이다. 아마 이 부분까지 사장님이 의도하지 않으셨을까 싶다. 그래서 확실히 매력은 있는 맛이었다. 둘이 와서 하나는 꼭 시켜볼 만한 느낌이랄까? 그래도 난 역시 기본 맛에 소금 콕콕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내가 주문한 요리에 집중했다. 솔직히 여기가 유명해진 것이 이 시그니처 메뉴일 것이기 때문에 어느 가게에 가면 기본 맛을 꼭 먹어보는 편이다.
아무리 저온 숙성과 레스팅을 통해 완성된 겉바속촉이라고 하더라도 튀김 요리는 튀김 요리다. 그래서 국물로 중간중간 입 안을 리프레쉬해주었다. 그리고 소금만 찍어서 먹는 것이 아니라 여기서 제공되는 돈까스 소스도 찍어 먹었다. 기성품인지 아니면 소스까지 직접 만드시는 것인진 모르겠는데 그 맛 역시 나쁘지 않았다. 간혹 너무 달면 물린다거나 그러는 곳이 있는데 여긴 감칠맛 적당히 살려주면서 괜찮았다. 근데 아마 그건 내가 중간중간 와사비랑 먹기도 하고 소금이랑 먹기도 하고 그래서 그런 것 같다. 그리고 크림 소스도 잊지 않고 먹었다. 이게 막 느끼해서 못 먹는 느낌이 아니라 느끼한 맛 싫어하시는 분들도 적당히 담백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느낌이라 괜찮았다.
확실히 필돈 돈까스 비주얼 좋다. 여기 왜 점심시간에 웨이팅이 생기는지 알 수 있겠다. 요즘 막 유명한 돈까스집들이 많은데 동네에 이런 퀄리티의 가게가 있다는 것은 정말 좋은 부분이겠다. 그런 곳은 멀리 찾아가야 하고 웨이팅까지 기본적으로 많이 있는 편인데 여긴 어찌됐든 동네에서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곳이니. 일단 가격도 훨씬 착하고. 그래서 충분히 다음에 또 와도 괜찮은 곳이겠다 싶다. 일단 근데 앞서 말한 것처럼 두가지 후보군이 있었는데 여긴 와봤으니 나머지 한 곳도 더 가본 뒤에 이 지역의 돈까스 원픽 가게를 정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여기 말고 다른 곳 가는 곳이 한 곳이 더 있긴 한데 거긴 뭔가 이렇게 특화된 느낌이 아니라 프랜차이즈 특성상 평균적인 느낌이라 제외하고 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맛있게 겉바속촉 잘 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