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말 그대로 학교 앞 분식집에서 실컷 먹었어요
분식하면 이상하게 왜 학교 앞이 떠오르는지 모르겠다. 아마 학창 시절에 수업을 마치고 혹은 수업 중간에 몰래몰래 친구들과 먹었던 기억 때문일 것이다. 사실 학교는 점심시간에도 따로 외출이 힘들기 때문에 대부분 수업이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친구들과 떡꼬치를 먹거나 아니면 컵볶이를 먹거나 그랬을 것이다. 나 역시도 고등학생 때가 기억이 나는데, 친구들과 집으로 걸어가는 길에 중간 즈음에 분식집이 하나 있었는데 거기서 닭꼬치 튀김을 사 먹는 것을 좋아했다. 근데 닭꼬치가 아니라 튀김처럼 나왔고 거기에 소스를 발라 먹는 것이었는데 요즘은 그렇게 파는 곳이 정말 없더라. 당연히 내가 먹었던 곳도 이제 새로운 상가가 들어섰고. 확실히 학창 시절에는 그때만의 추억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석이네분식 가게의 경우 정말 우연히 발견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근처에서 산책을 즐기고 있었고, 먹을 것은 마땅히 떠올리지 않고 있었다. 그냥 없으면 없는 데로 오곡라떼와 같은 음료를 마시면 되니까 그냥 혼자 있는 시간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걷고 있다가 전화가 왔고 그냥 생각 없이 수다를 떨면서 주변을 구경하며 걷고 있었다. 그러다 초등학교가 나타났고 바로 옆에 분식집이 보였다. 그리고 떡볶이와 각종 튀김이 진열된 모습이 보였다. 안 그래도 요즘 뭔가 길거리 떡볶이처럼 진득하니 그런 맛을 먹고 싶긴 했는데 이때가 기회다 싶어 그냥 점심 굶지 말고 먹어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아이들은 아직 학교이니 상대적으로 한산했고 조용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일단 말 그대로 학교 앞에 위치한 가게답게 가격이 매우 착했다. 솔직히 우리 어릴 때만큼 착하다 볼 수 없는데 그때와 지금을 비교할 순 없겠다. 애초에 재료 기본 가격 자체가 다를테니. 그래도 주변 다른 가게들과 비교하면 저렴한 것이 맞았다. 그리고 양도 많고. 아무튼 그렇게 자리에 앉아 떡볶이 하나와 튀김 하나를 주문했다. 가격은 총 6,500원. 솔직히 옆 테이블에 어떤 분이 한분 계셨는데 그분이 한 그릇 위에 떡볶이와 튀김을 올려서 같이 드시고 계셨다. 그래서 따로따로 주문하면 그냥 저렇게 나오는구나 싶어서 그렇게 주문했다. 근데 내가 받은 것은 그분께서 드시고 계신 것과 달랐다. 양이 훨씬 많았고 그릇이 각기 다르게 나왔다. 그래서 나중에 여쭤보니 저분은 그냥 금액에 맞게 알맞게 달라고 하신 것이었다. 5천 원어치!
근데 나도 그럴걸 그랬다. 이게 양이 상당히 많았다. 애초에 막 먹어야겠다 하고 여기 석이네 분식 가게를 방문한 것이 아니라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들린 상태이기 때문에 많이 먹을 수 있는 구조도 아니었다. 근데 생각보다 양이 상당히 많았다. 애초에 떡 자체가 작은 편도 아니고. 튀김 양도 보시다시피 많은 편이다. 그래도 일단 먹었다. 뭐 항시 생각하는 것이 부족한 것보다 남기는 것이 낫다는 주의기 때문에 그래도 최대한 먹으려고 노력했다. 일단 비주얼은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국물이 많았고 떡볶이 소스도 진득해 보였다. 그리고 튀김도 각종 종류로 양이 상당했다. 그리고 튀김옷만 봐도 황금빛이 도는 것이 기름이 신선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학교 앞이니 위생에 더 신경 쓰실 수밖에 없었겠다.
그렇게 하나씩 맛을 보기 시작했다. 따로 간장은 없었고 그냥 떡볶이 소스에 찍어서 먹었다. 비주얼에서 보이는 것처럼 맛도 딱 그 느낌 그대로였다. 요즘 트렌드에 맞게 맵다거나 그런 부분 하나도 없었고 단 느낌도 딱히 없었다. 그냥 떡볶이 그 자체 맛 그대로였다. 변형이 하나도 없이 말이다. 튀김 역시 그랬다. 딱 정말 기본 맛이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이 먹어야 하니 그런 간 조절이라든가 그런 부분을 신경 쓰시지 않으셨을까 싶다. 아이들은 자극적인 것을 좋아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들은 아닐테니, 장사가 운영이 되기 위해 그러지 않으셨을까 싶다. 그냥 개인적인 추측이다. 아니면 단순하게 사장님 입맛이 이럴 수도 있겠고. 아무튼 그냥 오랜만에 기본맛 그대로 담백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 나는 대만족이었다. 사실 한 명이 더 있어서 순대까지 먹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뭐 그건 어쩔 수 없겠고.
각종 튀김이 겉은 정말 바삭하고 안에는 내용물이 튼실하게 들어있어서 좋았다. 뭐 하나 딱히 트집 잡을 것 없이 담백하게 맛있었다. 사실 언제 한번 이렇게 정말 말 그대로 학교 앞 분식집에서 언제 식사를 하겠나 싶어서 그런 분위기 자체도 즐겼던 것 같다. 적당한 소음도 좋았고. 그렇게 나름 열심히 먹는다고 먹었는데 역시나 혼자서 먹는 데에 한계가 있었다. 확실히 6,500원에 이 양이면 정말 괜찮게 나오는 것 맞겠다. 앞서 먼저 드시고 계신 분이 왜 5천 원어치만 딱 주문해서 드셨는지 알 수 있었다. 나도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렇게 먹어야지. 아무튼 국물에 튀김 콕콕 찍어서 촉촉하게 맛있게 잘 먹었고 오랜만에 떡볶이도 실컷 먹었다. 본의 아니게 추억의 맛을 즐긴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