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짜리 지폐 한장으로 퀄리티 좋은 초밥과 장국, 우동까지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오랜만에 다시 이 곳을 찾았다. 솔직히 전에 처음 방문 이후로 종종 생각이 났다. 일단 여름 내내 웬만하면 회 종류 먹는 것을 피해왔다. 한번 먹었었는데 확실히 거기도 장사가 잘 되고 신선도를 유지하고, 관리가 잘 되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그 탱탱한 찰기라고 해야 하나. 그 부분이 확실히 떨어지더라. 그래서 이건 계절에 따라 어쩔 수 없구나 싶었다. 거기마저 그랬으면 심지어 다른 곳들은 어떨지 대충 상상이 갔으니까. 그만큼 신뢰도 있는 가게였다. 그래서 그때를 계기로 여름 회 섭취를 중단했었고 이제 날이 선선해지는 가을이 왔고, 요즘은 심지어 추운 겨울 느낌도 나니까 본격적으로 몇 개월간 봉인해뒀던 초밥 공략에 들어갔다. 얼마 전엔 오마카세를 다녀오기도 했는데, 오늘은 가성비 좋은 초밥 가게를 소개해볼까 한다.
일단 여긴 이전에도 포스팅한 적이 있겠다. 솔직히 위치가 위치인지라 점심에는 그리 많은 사람이 찾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매번 올 때마다 내가 개시하는 느낌이다. 근데 또 먹고 있으면 사람들이 계속해서 들어온다. 아마 점심시간에 맞춰 오시는 것 같은데, 내가 조금 더 일찍 마치는 편이라 이렇게 올 수 있었다. 처음 왔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았고 사진을 찍어봤다. 메뉴는 똑같이 만원의 행복으로 즐길 수 있는 런치로 주문! 근데 달라진 점은 이전보다 주문한 메뉴와 구성이 빨리 나온다는 것이었다. 뭔가 그때보다 확실히 빨랐다. 오늘은 예약 손님이 있나? 아니면 미리 그냥 준비하셨나? 아니면 그때 바쁘셨었나? 뭐 이유는 모르겠지만 다양한 이유가 있겠다. 나로서는 후딱 점심을 먹고 다른 행동을 취할 수 있으니 땡큐였고 나오는 대로 사진을 찍고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했다.
원래 처음 왔을 때는 이 죽처럼 나오는 밥을 다 먹은 다음에야 초밥이 나와서 사진을 따로 찍을 수밖에 없었는데 이때는 이렇게 한번에 일괄 구성으로 찍을 수 있어 좋았다. 나중에는 초밥을 다 먹기도 전에 우동이 나왔다. 아니면 나를 기억해주시고 빨리 먹는 것을 알아 미리미리 준비해두셨나? 솔직히 단골도 아니고 한번 방문했던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것은 아니겠다. 아무튼 그렇게 장국과 뜨끈한 죽으로 속을 좀 달래주었다. 초밥이나 회 자체가 기본 성질이 차갑기 때문에 이렇게 먼저 속이 놀래지 않도록 달래주는 것이 참 좋은 것 같다. 예전엔 그냥 막 먹었는데 속이 불편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래도 지금이나마 이런 성질을 알고 알맞게 대응하는 것 같아 다행이다. 올해 들어 최장기간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고 있다.
대충 에피타이저는 끝이 났고 본격적으로 메인인 초밥 공략에 들어갔다. 솔직히 한 가게를 재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요즘이고, 또 포스팅하기 위해 사진을 찍는 것도 쉽지 않다. 왜냐하면 재방문의 경우 이전보다 아쉬울 수 있으며 또 번거롭게 똑같은 사진을 찍는 느낌이 들어서 안 찍기도 하니까. 근데 여기 학주스시는 정말 올 때마다 너무 만족스럽다. 그리고 다른 새로운 가게를 가게 되면 여기를 비교 기준으로 삼는데 솔직히 이 런치만큼은 어디도 쉽게 잘 터치하지 못하겠다. 애초에 이 가게에서 이 구성이 안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 다만 뭔가 미끼 상품 느낌으로 런치를 운영 중이실 수도 있겠다. 그만큼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혜자라는 표현이 맞겠다. 비주얼도 보면 아시겠지만 대충 나오는 것이 아니고 두툼하고 꼬리가 길게 나온다. 이게 동네 초밥집에선 쉽게 표현하기 힘든 구성이다.
이날도 역시 초절임생강을 많이 즐겼고 초밥을 야무지게 와사비 간장에 콕콕 잘 찍어먹었다. 중간중간 장국도 뜨끈하니 마셔주고, 이날은 앞서 말한 것처럼 이렇게 우동이 먼저 나왔다. 다만 먼저 먹진 않았다. 우동은 포만감도 있고 그래서 확실히 마무리 느낌이다. 딱 10피스가 나오는 메인이지만 그래도 종류가 각기 다르고 재료 자체가 두툼하게 올라가기 때문에 먹어줄 때 집중을 하긴 해야 한다. 이날 재방문하여 먹으면서도 느꼈지만 만원 지폐 한 장으로 이렇게 퀄리티 좋은 초밥과 장국, 우동까지 즐긴다는 것은 쉽지 않다 생각한다. 회는 잘 못 먹어도 초밥을 좋아해 여기저기 많이 다녀봤지만 이 가격에 이 구성은 정말 괜찮다. 좋아하는 회전초밥집은 이 가격이면 아마 간에 기별도 안 가고 나올 것이다. 거기 가면 2인 기준 평균 4~5만 원은 나오니까. 물론 많이 다양한 종류를 먹는 것도 있겠다.
원래는 광어가 개인적으로 베스트 메뉴다. 광어 회를 좋아하기도 하는데 두툼한 광어 초밥도 정말 매력적인 것 같다. 근데 이 날따라 새우가 너무 괜찮게 다가왔다. 저 진득함이 쫀득함처럼 다가왔고 식감도 너무 괜찮았다. 흰살 생새우나 간장새우나 다 괜찮았다. 그리고 이 가리비 역시 나쁘지 않았다. 솔직히 여기 런치만 올 것이 아니라 이 정도 구성과 가격이라면 정말 디너로 한번 와봐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 이제 이 지역을 떠나서 언제 다시 올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에 올 일이 있다면 친구들과 여길 와봐야겠다. 내년 생일 때나 한번 와보려나? 사시미에 이것저것 시켜서 먹으면 다들 만족하고 가지 않을까 싶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런치가 이 정도인데 디너는 더 괜찮지 않을까 싶다. 함부로 확신할 순 없지만!
너무 먹는 것에만 집중한 것 같아 중간에 잠깐 쉬면서 주변 구경도 하고 사람 구경도 하고 그냥 핸드폰도 보고 살짝 그랬다. 진짜 맛있다고 급하게 먹다가 체하면 그만큼 아쉬운 것도 없기 때문에 요즘은 중간중간 나름 조절을 해가며 먹고 있다. 그래서 나처럼 급하게 먹는 사람에겐 블로그를 운영하는 것도 나름 그 습관을 고치는 방법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먹으면서 중간에 이렇게 사진을 찍어야 하니 저절로 속도 조절이 되겠다. 물론 이 과정도 천천히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이뤄지고 먹는 것도 급하게 먹어서 정신이 없는 경우가 있기도 한데, 계속 급하게 먹는 것보단 낫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에 이건 전복이었나? 비주얼은 전복인데 맛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무튼 전체적으로 비린 맛 하나 없고 너무 신선하고 맛있었다.
광어를 먹고 계란말이와 유부를 먹은 뒤에 엔딩으로 우동을 먹어주었다. 솔직히 초밥 마무리로 냉우동도 괜찮은 것 같다. 계절 상관없이 말이다. 어차피 장국이 있어서 뜨거운 국물이 추가로 들어갈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냉우동 먹어본 경험이 많지 않아 뭐 어떤 것이 뚜렷한 장점이다라곤 말을 못 하겠는데 일단 이색적이고 그냥 국물 자체가 시원하면 오히려 마무리로 더 깔끔한 느낌이다. 개인적인 느낌이긴 하겠지만 뜨거운 국물은 뭔가 지속적인 느낌이랄까. 난 그렇다. 워낙 남들보다 늦게 국물 요리 매력에 빠져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이렇게 우동을 끝으로 가성비 좋은 학주스시 초밥 런치 식사가 끝이 났다. 그리고 나올 때 딱 만원 지폐 한장 금액만큼만 결제를 했다. 다시 포스팅하면서 봐도 정말 괜찮은 구성이다. 언젠가 꼭 디너를 가보고 포스팅 후기를 남겨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