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통 노포 신림 오첨지에서 즐기는 향긋한 미나리와 오삼불고기
원래 이날 다른 곳을 가려했다. 이미 한번 포스팅한 적이 있는 곳인데 닭꼬치랑 숯불구이를 정말 맛있게 하는 곳이다. 한 번만 가봤는데 또 가고 싶었고 이날 가봤다. 근데 이유는 모르겠는데 휴무일이었고 순간 갈 길을 잃었다. 그래서 어떡하지, 그냥 근처 시장 가서 아무거나 먹을까 싶었다. 그러다 근처에 혹시 가고 싶었던 곳이 있을까 싶어서 메모장을 켰고 그러다 근처에 갈만한 곳을 발견하게 됐다. 한번 가봐야지 싶었던 곳이기 때문에 이럴 때나 와야겠다 싶었다. 택시비 5천 원 이내에 도착할 수 있어서 딱이었고 그렇게 바로 택시를 잡고 여기까지 왔다. 정말 이 지역 오랜만이다. 어렸을 때 와보고 딱히 와본 기억이 없네.
신림에 위치한 30년 전통 노포 오첨지라는 곳이다. 돼지불백은 아니지만 뭔가 이런 느낌으로 간단하게 밥 슥삭슥삭 한 공기 뚝딱 비우고 싶었다. 그래서 한번 와야지 싶었는데 이렇게 오게 됐네. 친구가 별로 의견 없이 따라와주는 친구라 다행이었다. 솔직히 원래 가고 싶었던 집 문 닫을까 걱정했던 것도 미리 전화를 해보긴 했는데 안 받았지만 그냥 도전한 걸 알고 있어서 서로 약간의 마음 준비가 가능해서 별 다툼이 없었던 것일 수도 있다. 아무튼 이렇게 왔는데 약간의 대기가 있었다.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어서 한 15분 정도 기다린 다음에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전에 미리 메뉴를 받아주시길래 오삼불고기 2인분을 준비해달라고 요청드렸다. 오징어 불고기에는 별도 고기가 안 들어있다고 하여 이걸 주문할 수밖에 없었다.
한쪽에서 화력 좋게 우리가 주문한 메뉴가 준비되고 있었다. 미나리가 한 가득이었고 추가 주문도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의 경우 그렇게 하진 않았다. 그리고 리뷰 중에 조금 더 매콤했음 좋겠다는 요청 글이 있었는데 여기 메뉴판을 보니 매운맛을 원하면 미리 말해달라고 적혀있었구나. 역시 좀 살펴봐야 한다. 물론 나의 경우 이 정도면 충분해서 괜찮았다. 밑반찬은 심플했다. 샐러드와 백김치, 미역과 초고추장, 무생채 정도가 나왔다. 모두 뭔가 이 메뉴와 어울릴 것 같은 조합이다. 매운맛도 잡아주고 말이다. 메인 메뉴 오삼불고기가 먹을 준비가 되기까지 이런 밑반찬들로 속을 달래주었다. 미역도 이렇게 오랜만에 먹으니 맛있었는데 아마 배가 고파서 다 맛있었던 것이겠다. 샐러드도 이상하게 맛있고. 집에선 안 먹으면서 말이다.
이제 먹을 상태가 되어 다시 우리 테이블로 음식을 가져다 주셨다.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오징어와 떡, 미나리는 먼저 먹어도 되는데 고기를 나중에 먹으라고 말씀 주셨던 것 같다. 근데 어차피 이 부분은 먹기 전에 다 말씀 주시니 굳이 미리 알고 갈 필요 없겠다. 나도 여기 30년 전통 신림 오첨지 이날이 첫 방문이었다. 그전까지 이런 가게가 있는 줄도 몰랐는데 꽤 오랜 기간 사랑을 받아온 가게 같다. 단골 손님도 꽤 많고 내가 방문한 시간이 좀 늦은 시간이었는데 이 시간 이후에도 계속 사람들이 몰려왔다. 그리고 메뉴 특성상 술을 드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나름 회전율도 빨라서 대기도 길지 않아 이래저래 가볍게 한 끼 때우기 괜찮아 보였다. 가격도 막 부담스러운 수준도 아니고! 이 구성에 흰쌀밥은 빼놓을 수 없기 때문에 바로 두 공기 달라고 주문하였고 이제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를 하였다. 아 정말 가고 싶었던 가게도 못 가고 시간이 흘러 배가 고팠다.
미나리와 떡을 먹고 오징어와 미나리를 먹었다. 미나리는 정말 빼놓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독특한, 향긋한 미나리 향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잘 어울렸다. 소스 비쥬얼은 매콤해 보이지만 실제론 정말 맵지 않았고 매콤 정도도 아니었고 그냥 무난했다. 뜨거움은 느껴도 맵기는 못 느낀달까.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이 조합은 그냥 소스 가득 흰쌀밥에 올리면 뭐든 맛있을 수밖에 없다. 하나 아쉬웠던 것은 저 판을 뭐라고 하지. 아무튼 음식을 올린 냄비 같은 것을 보면 가운데가 볼록하여 양 끝으로 소스가 모이는 구조로 되어있다. 이렇게 소스가 떨어져 있다 보니 금세 소스가 증발이 되었다. 가운데로 모이는 구조였으면 재료들이 양념을 흡수하고 더 괜찮았을 것 같은데 뭐 이유가 있으시겠지. 그래서 소스에 그냥 밥을 슥삭슥삭 먹고 싶었는데 나중에 금방 양념이 사라져서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솔직히 이 조합에 상추쌈이나 마늘, 쌈장 조합이 있으면 좋았겠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그리고 이렇게 오삼불고기를 먹을 때도 개인적으로 추가적으로 쌈장을 찍어먹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짜게 먹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뭔가 그럴 경우 더 감칠맛도 살고 먹는 재미도 있고 맛있던데. 여긴 양념도 금방 사라지고 그런 별도 장도 없어서 그 부분이 많이 아쉬웠다. 자꾸 아쉬운 이야기만 하게 되는데 그만큼 기대가 컸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맛집을 포기하고 온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렇다고하여 맛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맛있었고 금세 밥 한 공기를 비울 수 있었다. 추가로 먹을까 했는데 시간도 늦었고 굳이 그러진 않았다. 만약 한번 더 먹었었으면 조금 매콤하게 해서 한 공기를 추가 주문했을 것 같다. 충분히 먹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다만 그냥 그러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팁을 좀 추가하자면 미나리 추가 괜찮을 것 같다. 이 향긋한 향과 독특한 식감 너무 매력적이다.
버섯칼국수 먹을 때도 그렇고 평소엔 안 먹으면서 왜 이 식재료에 이렇게 반하게 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밥공기는 도저히 예쁘게 찍을 수가 없었다. 막 먹다 보니 이것도 초점을 잡아 그나마 이정도로 나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되었는데 이 고기도 너무 괜찮았다. 솔직히 재료 하나하나 본연의 맛을 느끼긴 힘들었고 단순 재료 퀄리티가 좋다고 볼 수도 없었다. 근데 그냥 이렇게 다 같이 먹을 때 그 매력이 배가 되었다. 그게 아마 여기 신림 30년 전통 노포 오첨지의 인기 비결이 아닐까 싶다. 볶음밥의 경우 먹어보지 않아 잘 모르겠으나 그게 훨씬 맛있을 수도 있겠고. 근데 도저히 흰쌀밥을 포기할 수 있는 비주얼이 아니었다. 나름 가성비 좋게 맛있게 저녁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주변을 오랜만에 산책했는데 느낌은 여전히 옛날 그대로였다. 그냥 내가 바라보는 시선만 조금 바뀐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