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한식이 뭔지 제대로 보여주는 담양애꽃 수제 떡갈비

디프_ 2021. 4. 20. 22:41

당일치기 담양여행에서 뭘 먹어야할지 몰랐다. 미리 가게를 찾아둔 것도 아니었고 사실 비가 오면 애초에 출발을 안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딱히 이것저것 알아보지도 않았다. 미리 쏘카야 어떻게 대여를 해야하는지 알아보긴 했다. 갑자기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까. 다행히 비가 오후에 그친다는 이야기를 듣고 쏘카 부름 서비스였나. 아무튼 원하는 곳까지 이동해주는 그 서비스를 아침에 일어나서 신청하고 부랴부랴 출발해 다녀왔던 것 같다. 그래서 그 부름 서비스를 이용하기 전까지 준비하고 대충 찾아봤던 것 같다. 나의 경우 항상 맛집을 찾을 때 구글맵을 이용한다. 외국여행때 터득한 방법인데 그래도 아직까지 광고 영역이 거의 들어가 있지 않고 순수 리뷰들이 많이 남아있는 곳이라 생각한다. 그만큼 최신화가 안되어있기도 한데 구글맵에서 맛있다고 하여 방문한 뒤에 실패한 경험이 많이 없다. 오늘 방문한 이 가게도 그 중 한 곳이었다.

 

어정쩡한 시간대에 방문했는데 정말 사람들이 다 여길 찾아오는 것인지 주차공간도 차있고 대기까지 발생했다. 물론 우리가 식사를 다 마치고 나갈 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따로 예약은 가능한 것 같긴 한데 잘 안되는 것 같기도 하다. 막 뭐 전화를 받으시던데. 그래도 다행히 주차공간이 옆까지 있어서 바로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그리고 여전히 비는 그치지 않았다.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구경을 했다. 대기실에서 담양애꽃 대표 박영아씨가 써준 글을 읽을 수 있었다. '밥을 먹고 잠을 자는 것처럼 기부는 삶 그 자체에요.'라고 적혀있었다. 떡갈비 한정식집을 만들기까지 어언 10년이 걸렸다고하니 어떤 맛일지 기대가 됐다. 사실 대충 평만 보고 찾아왔기 때문에 어떤 스타일로 판매가 되는지는 잘 감이 오지 않았고 직접 만나보고 싶었다. 한식이 땡기기도 했고! 그리고 여기 신기한 것이 저렇게 로봇이라고 표현해야 하나. 저 기계가 밑반찬을 배달하고 있었다. 손님 앞까지 가는 것은 아니고 지정된 방 앞까지 가면 일하시는 분들이 옮겨주는 그런 모습이었다. 상당히 길을 잘 찾아갔고 이렇게 상용화된 가게는 여기서 처음 본 것 같다. 나름 최첨단!

 

메뉴판의 모습이다. 간편하게 정식 스타일로 나뉘어 있어서 주문에 크게 어려움도 없다. 단품으로 있었으면 또 이것저것 고민했을텐데 말이다. 리뷰를 봤을 때 돼지는 조금 질길 수 있고 한우가 괜찮다고 하여 한우정식 2개로 주문했다. 특정식까지는 좀 아닌 것 같고. 원래 소보다 돼지 식감을 훨씬 더 좋아하긴 한다. 뭔가 씹는 맛이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근데 여긴 예외였다. 뭔가 굉장히 부드럽게 먹어야 어울릴 것 같았고 크게 고민 없이 바로 주문할 수 있었다. 이 가게의 경우 국내산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소고기는 국내산 한우, 돼지고기 국내산, 쌀, 고춧가루, 생김치, 묵은지, 닭고기, 콩 모두 국내산이었다. 하긴 여기서 또 다른 원산지로 된 제품을 쓰면 안될 것 같긴 하다. 화학조미료도 일절 사용하지 않고 죽염과 직접 만든 천연효소를 음식에 사용한다고 하니 뭔가 믿고 먹을 수 있는 가게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먼저 식전 느낌으로 속을 달래줄 수 있는 죽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수제비라고 하기도 뭐한 그런 음식이 나왔다. 들깨죽 같은 그런 것이었다. 와 근데 너무 맛있었다. 감칠맛이 돈다고 해야하나. 그리고 이 가열되는 것도 굉장히 신기했는데 X자로 표시된 곳 위에 올려두면 저절로 끓었다. 옆에 따로 버너가 있긴 한데 그 용도랑 여기서 끓이는 용도랑 다른 것 같았다. 이런 것도 괜히 신기했다. 아무튼 여기 자기만의 색깔이 있는 가게다. 속을 차분하게 만들어줄 애피타이저를 순식간에 해치웠다. 별다른 자극적인 맛은 없는데 그 심심한 맛이 좋았다. 그리고 바로 연이어 밑반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워낙 다양하고 가짓수가 많게 나와 한번에 사진을 찍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눠 찍었다. 항공샷으로도 전체가 안 담기는 식사는 오랜만이다. 뭐 찍으라면 찍을 수 있긴 한데 그러면 다른 부분들이 너무 많이 나오니까.

 

된장찌개도 나오고 슬슬 수제 떡갈비 메인 전에 나올 것들은 다 나온 것 같아 젓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일단 푸릇푸릇 메뉴들 색깔이 너무 예뻐 눈으로 맛있었고 괜히 담양애꽃 신뢰도가 상승했다. 그리고 모두 한식 스타일이라 많이 먹어도 속이 불편할 것 같지 않아서 빨리 폭식하고 싶었다. 실제로 다 먹고 난 뒤에도 배가 엄청 부르긴 했는데 속이 편했다. 평소 잘 안 먹는 찬들도 많긴 했는데 여기선 내가 생각하던 맛이 아닐 수 있으니까 다 한번씩 접해봤다. 결과적으로 실패한 메뉴는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씩 맛을 보면서 든 생각은 여기 부모님 모시고 오면 굉장히 좋을 것 같다 하나와 외국인 친구들이 있으면 여기 소개해주면 딱 한식이 뭔지 제대로 알릴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서울에도 뭐 이런 가게들이 있긴 한데 확실히 이 지역와서 맛 보는 거랑은 수준이 다르니까 말이다. 그리고 아마 가격도 몇배는 차이가 날 것이다. 예전에 목동 쪽에 이런 스타일의 가게를 간 적이 있었는데 여기 구성의 반도 안되는데 가격은 3배 정도 비쌌던 기억이 난다. 맛도 잘 모르겠고!

 

아 뭔가 왜 이 사진을 보면서 다시 입맛을 다시게 되지? 정말 맛있긴 했나보다. 그리고 이렇게 가짓수가 다양하니 먹는 재미가 있었다. 하나 맛보고 또 하나 맛보고. 반찬마다 리필이라고 해야하나. 추가 요청이 가능한지 모르겠는데 우리의 경우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다. 괜히 하나로 배 채우기보단 다양하게 먹어봐야 되니까 필요가 없었다. 근데 2인이 아닌 4인이 올 경우에도 한 찬당 양이 이렇게 나온다면 지속적으로 추가 요청을 드릴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바로 우리 뒷 테이블이 그랬다. 뭐 이것저것 달라고 하시던데 우리랑 같은 메뉴를 주문하신 것인지는 잘 모르겠어서 뭘 요청하신 것인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왜 이렇게 한국말이 복잡해지지? 존칭을 한 문장에 한번만 써야하는데 계속해서 쓰고 있다. 여기서 저 파래는 아니고 초록색 면발을 뭐라고 하지. 내가 이름을 잘 모른다. 저거 초장 맛으로 새콤하게 먹는 것인데 평소 어디가선 잘 안 먹는다. 근데 여기서 믿고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내가 알던 그 초장 맛만 강한 그런 맛이 아니었다. 적절히 잘 어울렸고 겉절이 스타일도 새콤하니 입 안이 쏵 도는 맛이 있고 좋았다.

 

된장찌개도 슬슬 다 끓은 것 같아 국자로 퍼서 이렇게 작은 그릇에 담아왔다. 왜 이렇게 아기자기한 것이 좋을까? 큰 그릇에 팍 담아두고 다 같이 먹는 것보다 이렇게 하나하니씩 1인으로 먹는 것이 좋다. 뭔가 약간 일본 스타일처럼 말이다. 이런 것도 참 에피소드가 많았는데.. 일반적으로 우리 윗 세대의 경우 서로 나눠 먹는 것에 크게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안다. 또 요즘은 달라졌긴 한데 아무튼 남자의 경우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국이나 뭐나 다 같이 떠 먹는 편이다. 근데 난 그런 것을 그렇게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어느정도 선을 두는 편이다. 그것 때문에 한분이 약간 기분을 언짢아 하셨던 기억이 떠오른다. 뭐 그 사람도 이해가 간다. 근데 내가 싫은 것은 또 싫은 것이니까! 부침개도 괜찮았고 이 고구마의 경우 생각하던 그 맛이었다. 그리고 저 분홍색으로 예쁘게 보이는 나물 종류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너무 맛있었다. 전체적으로 새콤해서 그런지 입맛이 확 돌았다. 그래서 손이 계속해서 움직였다. 아마 다들 아시는 맛이라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상상하는 그 맛보다 더 건강하고 감칠맛 돈다고 이해하시면 되겠다.

 

간장게장도 있었다. 사실 나름 초딩 입맛이라 양념게장은 먹어도 간장게장은 잘 못 먹는 편인데 여기 담양애꽃이니까 믿고 먹어봤다. 근데 역시나 그 강한 맛이 있었다. 비리진 않았는데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유일하게 손이 잘 안 갔던 메뉴가 아닐까 싶다. 물론 우리 테이블 한정이고 다른 곳들은 없어서 못 먹을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오늘 한식 메인 메뉴 수제 떡갈비 네덩이가 나왔다. 2인으로 주문하였으니 한 사람당 2개라고 보면 되겠다. 아 근데 솔직히 사진을 좀 예쁘게 찍고 싶었는데 처음 모든 찬들과 함께 나온 것도 아니고 이미 먹은 상태에서 마지막 쯤에 나온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예쁘게 찍을 수도 없었다. 그래서 아쉽다. 이렇게 덩그러니 놓일 비쥬얼이 아닌데 말이다. 이 돌판의 경우 온도 유지를 위해 굉장히 뜨겁게 왔다. 그래서 조심해야 하고 본격적으로 2차 먹방을 달리기 시작했다. 너무 먹고 싶었기 때문에 그 맛이 기대가 됐다. 예전부터 이런 스타일을 한번 먹어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

 

가위로 단면을 잘라서 보면 이렇게 내부가 촉촉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냥 각기 부서지는 퍽퍽한 비쥬얼이 아니었다. 육즙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것들을 머금고 있었다. 그래서 더 빨리 먹고 싶었다. 난 왜 담양하면 떡갈비가 가장 먼저 생각났는지 모르겠다. 덕분에 이렇게 잘 찾아온 것 같다. 원래 여기가 유명한가? 아니면 내가 지역을 헷갈리고 있는건가. 잘 모르겠다. 이게 두께도 두께인데 생각보다 크기도 컸다. 사진으로 보면 좀 작아보일 수 있는데 작은 크기는 아니었다. 앞에 다양하게 먹고 난 뒤에 이것까지 먹으면 대부분 다 배가 부를 것이라 생각한다. 나의 경우 앞에서 너무 달렸는지 솔직히 이때부터 배가 좀 불렀다. 그래서 아쉬웠다. 맛을 제대로 더 즐겼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배가 부를 때 맛있는 것이 진짜 맛있는 것이기 때문에 믿고 더 먹을 수 있었다. 환상적인 특별한 그런 맛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다시 찾아올 수 있을 정도로 맛있는 맛이었다. 기대에 부응했다.

 

이게 또 한식 스타일 아닌가. 흰 공깃밥이 나왔다. 근데 그냥 밥만 담긴 것이 아니라 연근인가 아무튼 다른 것과 함께 지어졌다. 막 강한 향이 난다거나 그런 것 없이 거부감 들지 않게 잘 조화롭게 먹었다. 특별한 맛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젓갈류와 함께 올려서 흰 쌀밥만 먹어봤다. 괜히 맛있는 녀석들 보고 난 뒤에 이렇게 먹는 방법이 생겼다. 원래 신경도 쓰지 않고 먹었던 것 같은데 흰 쌀밥만 보면 동그랗게 숟가락 위에 올려서 김치나 다른 심플한 젓갈류 하나 올려서 한입 크게 먹고 싶단 말이지. 그냥 웃고 넘기는 것 같아도 방송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학습하는 것도 있나보다. 이제 다 큰 어른인데 말이다. 여기서만 나오는 특별한 소스에 떡갈비도 찍어 먹었고 보글보글 누룽지를 끓여서 마지막으로 속을 달래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인이 좋아하는 메뉴가 쭉 이어지니 싫어할 수 없는 구성이었다. 그래서 아마 더더욱 누군가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었던 것 같다. 여기 와서 불만족할 것 같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달까?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버섯도 너무 맛있었다. 근데 저 된장이 큰 몫을 한 것 같다. 솔직히 저 된장 사가고 싶었는데 아직 따로 판매는 하지 않는다고 하셨다. 근데 슬슬 판매를 하실 생각이시긴 한가보다. '슬슬 팔긴 팔아야 하는데..'라고 말씀하셨다. 저런 시골 된장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데. 확실히 기성 제품과 다른 그 특별하게 구수한 맛이 있다. 내가 그 맛을 엄청 좋아하는데 아직 따로 판매되는 곳은 찾지 못했다. 명이나물에 담양애꽃 수제 떡갈비를 감싸서 먹기도 하고 튀김도 먹어주고 뜨끈뜨끈한 누룽지에 신김치를 올려서 마무리를 해주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식으로 일관적으로 너무 잘 즐겼다. 이것은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배부름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단과 메뉴들이 군데군데 숨어있기 때문에 막 '엄청나게 특별하다. 여긴 짱이야' 이런 기분이 드는 가게는 아니지만 충분히 다음에 재방문하고 싶고 기분 좋은 인상을 남겨준 가게다. 이것도 대단한 맛집이라 생각한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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