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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 이문어세상 연포탕

디프_ 2021. 3. 11. 22:51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이문어세상 문어 연포탕

오랜만에 몸보신을 하는 하루였다. 저번에 한번 방문한 뒤에 여긴 무조건 나중에 또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가격이 있는 만큼 자주는 못 오겠고 뭔가 일이 있을 때 오자고 했다. 좋은 일이 있다든가 그냥 몸이 힘들다든가 그런 것들 말이다. 근데 이날 뭔가 기념할 일이 있었고 나름 유종의 미를 거둬야할 시간이 필요했다. 딱 여기 생각이 났고 늦지 않게 방문할 수 있었다. 요즘 문을 다 일찍 닫기 때문에 설마 못 먹나 하면서 급한 마음으로 오게 됐다. 따로 예약할 필욘 없을 것 같아 그러지 않았는데 거의 마지막에 시간을 맞출 수 있었다. 이날 못 먹으면 언제 먹을지 몰랐기 때문에 이날 꼭 먹어야 했다. 이렇게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비쥬얼만 봐도 너무 완벽하다.

 

일단 여기 이문어세상 연포탕 재료가 실하다. 모두 다 살아있는 것들이 들어간다. 근데 해감도 정말 잘 되어있어서 모래가 씹힌다거나 다른 뭔가 이물질이 느껴진다거나 그런 것들이 전혀 없다. 일단 제일 만족스러운 부분은 문어 한마리가 통으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금액 중에 제일 저렴한 것으로 주문했는데 1~2만원 더 비싼 것은 그람수가 다른가 아니면 전복이 더 들어가나? 전복 역시 싱싱하게 살아있다. 그래서 처음에 전체적으로 좀 움직이는 모습을 보이는데 내가 먹기 전까지 알아서 다 손질을 해주시기 때문에 이런 것을 못 보시는 분들은 안 보실 수 있다. 그리고 밑반찬은 굉장히 심플하다. 김치와 두부, 오이 정도로 메인 메뉴가 준비되기 전까지 술을 드시는 분들의 술안주 같다. 난 여기가 이날 두번째 방문이지만 술 먹은 날은 없고 온전히 음식만 즐겼기 때문에 잘 어울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맛있던데!

 

먹어본 경험이 많지 않아 솔직히 잘 모르겠지만 이 연포탕 맛을 좌우하는 것은 먹는 타이밍인 것 같다. 너무 오래 끓여도, 너무 짧게 익혀도 안 되는 것 같다. 그 정말 먹기 좋은 타이밍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 끓이면 질겨질 수 있고 또 너무 안 익히면 나같은 초보자들은 맛을 잘 느끼지도 못하고 식감도 못 즐길테니까 말이다. 한번 이전에 먹어봤다고 보는 눈이 조금 늘었다. 근데 아까 말했듯이 우리처럼 손님은 그런 타이밍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장님이 타이밍 맞게 알아서 다 챙겨주신다. 근데 너무 바쁘시면 놓치실 수도 있으니 신경을 쓰긴 써야겠다. 이날 역시 딱 타이밍 좋게 잘라주셨고 손질을 해주셨다. 이 부분이 너무 좋은 것 같다. 사실 재료만 딱 나오고 알아서 먹으라고 했으면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 것이다. 근데 덕분이 너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인원수에 맞게 문어 부분부분을 잘라서 이렇게 그릇에 담아주신다. 머리가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하는데 그 머리 역시 우린 두명이었으니 두개로 나누어 맞춰주셨다. 그 다음 다리랑 몸통 등도 알아서 주셨다. 예전에 어느 테이블에 머리를 그냥 하나 통째로 한명에게 줬는데 아이들이 자기들도 먹고 싶다고 울었다고 하여 그 뒤로는 이렇게 나눠주신다고 하셨다. 먹어보면 확실히 맛이 다르다는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그 아이들이 먹을 줄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여기 전복도 정말 비밀병기다. 너무 맛있다. 개인적으로 전복이 이렇게 맛있는지 여기 와서 알았다. 오마카세집들도 가보고 뷔페도 가보고 따로 전복 키우시는 분이 보내주시는 것도 먹어봤는데 정말 여기서 먹은 것이 제일 맛있었다. 재료의 신선함이 좌우한다고 볼 순 없겠고 어떻게 그 타이밍을 잘 맞춰서 주시는 것 같다. 물론 재료도 좋긴 좋겠지만! 너무 부드럽고 맛있었다. 따로 질기게 씹을 부분이 없었고 개인적으로 내장을 전혀 못 먹는 편인데 여기선 믿고 먹어봤다. 확실히 좀 씁쓸한 맛이 나긴 했지만 뭐 거부감이 든다거나 불편하거나 그렇진 않았다. 그래서 신기하고 좋았다.

 

그래도 난 초보기 때문에 이렇게 항상 초장의 힘을 빌려서 먹었다. 솔직히 초장이랑 먹으면 재료 본연의 맛을 못 느낀다고 아쉬워할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난 이게 더 맛있더라. 다른 이유는 없다. 더 맛있어서 그랬다. 그래도 중간 중간 재료만 먹기도 했는데 그 나름대로 담백한 맛이 있어 괜찮았다. 와사비랑도 먹어봤는데 알싸하긴 했지만 그래도 나에겐 초장이 짱이었다. 그리고 국물의 경우 한번은 맑은 국물로 먹어보고 싶다. 근데 저번에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손질을 해주시면서 먹물을 한번 터트리신다. 그럼 이런 국물 색깔이 나올 수밖에 없다. 처음 재료들만 끓었을 때 국물 맛을 다음에 한번은 봐봐야겠다. 근데 이것도 맛있었다. 사장님께서 여러 노하우를 반영하여 이렇게 하신 것이니 솔직히 이 국물이 더 맛있겠지. 그래도 그냥 궁금하다.

 

소라는 정말 잘 못 먹는데 이날은 먹지 않았다. 저번에 처음 왔을 때 먹어봤는데 그냥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았다. 그냥 다른 것들에 더 집중하고 싶었다. 약한 불로 끓고 있는 통 안에 홍합, 조개, 감자들이 실하게 들어있으니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그리고 저번에 한번 왔다고 또 깨달은 것이 있다. 위 사진을 보면 처음에 문어 포함 전복, 소라 등을 손질해서 한 사람당 앞에 조그만 접시로 덜어주신다. 그럼 그것을 그냥 기호에 맞게 먹으면 되는 것이다. 근데 먹다 보면 좀 식는다고 여기 통 안에 들어있는 뜨거운 국물을 덜어서 위에 뿌렸다. 근데 이게 미스였다. 어떠한 원리인지는 모르겠는데 이 뜨거운 국물을 부으는 순간 전체적으로 좀 질겨졌다. 이번에 알았다. 저번엔 그냥 한번에 먹었나 아니면 모르고 먹었었나 모르겠는데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그래서 처음 이렇게 덜어주는 순간부터는 그냥 그 자체로 먹어야겠다 싶었다. 근데 온도가 중요하면 전체적으로 뿌리는 것이 아니라 먹기 전에 국물에 잠시 담궜다가 먹으면 되겠다. 그건 바로 먹으니 괜찮겠다.

 

아 그리고 여기 이문어세상 정말 이 감자라면은 진리다. 연포탕 마무리로 정말 제격이다. 저번에 왔을 때 이 감자라면이 다 떨어졌다고 하여 먹지 못했었는데 이번엔 다행히 남아있었다. 와 근데 너무 맛있더라. 솔직히 한 두세개 넣고 혼자 다 먹고 싶었다. 물론 배가 너무 불러서 못 그랬을 것 같긴 한데 진짜 그냥 너무 맛있었다. 따로 소스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고 여태까지 먹은 것 안에 넣어서 한번 끓이는 것인데 그 각종 해산물에서 나온 국물의 짠맛 포함 이것저것들이 들어가서 그런지 정말 너무 맛있었다. 감칠맛이라고 해야하나. 그냥 손이 계속 계속해서 갔고 면을 먹는 타이밍도 너무 좋았어서 면발이 살아있었다. 살짝 꼬들꼬들한 상태를 좋아하는데 식감도 좋고 그냥 너무 맛있었다. 솔직히 이 마지막만 몇번 더 먹고 싶은데 이 마지막을 위해선 앞에 배불러야겠지.. 그냥 맛있었다. 꼭 드셔보길 바란다.

 

아 그리고 이날 가격은 73,000원이 나왔다. 저번보다 기본 가격이 만원인가 더 비싸졌다. 그래서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 여쭤보니 요즘 작은 사이즈가 많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격을 인상했다고 하셨다. 처음 왔을 때 주기적으로 왔어야 했는데 또 오랜만에 왔다고 그새 가격이 올랐다. 근데 다음에 또 올 예정이니 그땐 안 올르길 바래야지. 너무 맛있었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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