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깐풍기 간짜장 조금은 낯선 정통 스타일

디프_ 2020. 9. 17. 21:38

주방장님이 궁금해지는 정통 스타일 깐풍기 간짜장


가게 내부 인테리어부터 요즘 중국집과는 다른 분위기가 나지 않나? 여기 나름 맛있다고 근처에서 소문이 났다고 하여 한번 방문해봤다. 막 맛집처럼 찾아오는 곳은 아니고 그냥 동네에서 인기가 많은 그런 정도인 것 같다. 조금 일찍 방문해서 사람이 한명도 없었는데 식사를 다 마칠 때쯤에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테이블이 꽉 찼다. 신기하다. 동네 장사라 그런지 식사 시간대에 사람이 몰렸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는 정말 오랜만에 온다. 그냥 어렸을 때 방문했었던 옛 스타일의 중국집 느낌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메뉴를 주문하기 전부터 기대가 컸다. 배도 고팠고 오랜만에 먹는 중국집 음식이기 때문에 빨리 먹고 싶었다. 그래서 메뉴판을 들고 바로 주문할 메뉴를 찾았다. 사실 오기 전부터 뭘 먹을지는 정해져 있었지만 딱 주문하기 전에 한가지 메뉴가 바뀌었다. 그리고 살짝 후회를 했다.



원래는 고민도 없이 탕수육과 간짜장 곱빼기 하나를 주문하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매콤한 깐풍기 메뉴가 생각이 났고 메뉴판 가격도 살펴보니 조금 더 비싸길래 뭔가 다르겠다 싶었다. 가격은 소자 2만 5천원이었는데 탕수육은 1만 5천원으로 거의 만원 가량이 비쌌고 왠지 첫인상이 좋았던 이 가게라면 그 기대에 부흥할 것 같았다. 그래서 더 고민없이 메뉴를 바꾸고 주문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조금 아쉬운 선택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맛과 비쥬얼이 아니었다. 정통 스타일이 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여기 운영하시는 분들이 한국말을 안 쓰시고 중국어로 소통하고 계셨고 오리지널은 원래 이런식으로 나오나 싶었다. 그냥 좀 믿고 먹었던 것 같다. 밑반찬은 그냥 어딜 가든 나오는 스타일로 나왔다. 짜사이가 원래 예전엔 고급집에서만 찾을 수 있었는데 이젠 어딜 가든 편하게 나오는 것 같고 간장이랑 고추기름은 테이블마다 통에 세팅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저거 갑자기 이름이 생각이 안난다. 양파 찍어먹는 검정색! 저게 좀 다른 곳들과 특이했다. 사진으로도 보이겠찌만 빛이 날 정도로 윤기가 있다. 근데 또 찍어보면 묽지도 않고 조금 더 진한 맛을 나타냈다. 아무튼 신기했고 비결이 있나 싶었다.



지난 포스팅에서 조합을 생각하지 않아야 살을 뺄 수 있다고 했는데 이날 오랜만에 충동적으로 조합을 따지게 됐다. 뭔가 성에 차지 않을 것 같아 군만두를 포기할 수 없었다. 군만두도 나중에 급으로 시키게 됐고 그 메뉴가 가장 먼저 나왔다. 근데 거의 주문하고 5분도 걸리지 않아 나온 것으로 보아 미리 준비를 해두셨다가 한번만 더 튀기고 내주시는 것 같았다. 너무 빨리 나와버리면 솔직히 나 같은 소비자들은 살짝 걱정 아닌 걱정을 하게 된다. 적당히면 모르는데 거의 주문하고 바로 나온 느낌이라 제대로 나온게 맞나 싶더라. 근데 한입 먹어보니 뜨거웠고 맛도 좋았다. 솔직히 군만두가 첫인상을 더 좋게 만들어줘서 바로 연이어 나올 메인 메뉴들에 대한 기대감이 더 증폭되었다. 그렇게 하나, 두개를 맛있게 먹고 있을 때쯤 메인 메뉴가 나왔다. 그전에 잠시 이 가게 식재료 원산지에 대해 소개를 하자면 새우는 태국, 소라는 중국과 터키산, 복어와 관자는 중국, 낙지 베트남, 게살 국내산, 전복 태국과 인도네이사, 알새우 국내산, 중새우 태국, 오징어 원양국내산, 갈매기 베트냄, 가리비 중국, 쭈꾸미 베트남, 갑오징어 베트남산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닭고기, 돼지고기는 국내산을 쓰며 국내산 쌀과 중국산 김치를 사용한다고 한다. 근데 저 식재료에 들어있는 갈매기는 뭐지? 내가 아는 그 갈매기인가? 아 새가 아니라 갈매기살 부위처럼 거기겠구나. 지금 순간 놀랐다.



그리고 매콤하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깐풍기 음식이 테이블 위로 올라왔는데 우선 비쥬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한 것은 칠리소스가 들어가서 빨갛게 나오는 것이었는데 딱 사진으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허여멀건했다. 그리고 부위가 굉장히 조각조각 나있었다. 솔직히 딱 든 생각은 이게 왜 이 가격을 주고 파는 것이지? 그리고 왜 소스가 이런 색인거지? 그리고 뭔가 다 조각 조각 나있어서 너무 대충 나온 것 같다는 생각만 계속해서 들었다. 그래도 맛을 봐보자 뭔가 다르겠지 싶어서 하나 먹어봤는데 솔직히 매콤한 맛도 덜하고 간장에 찍어먹어야 그나마 맛이 좀 났다. 그렇게 한입 두입 먹다가 이건 도저히 아닌 것 같아 사장님께 여쭤봤다. 원래 소스 없이 나오는 것이냐고 말이다. 근데 이게 다 소스에 볶아져서 나온 것이고 원래 이런 스타일로 나온다고 말씀해주셨다. 근데 사장님께서 내 의도를 캐치하셨는지 조금 더 맵게 해드릴 수 있다고 하여 그렇게 부탁을 드렸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붉은 칠리소스에 같이 나오는 것이였기 때문에! 근데 다른 테이블을 보면 새우 계열은 또 그렇게 나오는 것 같다. 나도 뭐가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이 메뉴는 이 스타일이 여기 정통이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다시 볶아져서 나왔다. 색깔이 확실히 예전과 달라졌다. 그래서 우스겟소리로 너무 매워서 못 먹을 정도면 이건 우리가 잘못 요청한거라고 우리끼리 이야기했다. 그래도 싼 가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 저렴했던 탕수육을 포기하고 이 메뉴를 선택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기대에 부응하길 바랬다. 그래서 고기만 먹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 위에 이것저것 야채를 올려서 한입 넣어봤다. 와 근데 맛있었다. 신기하게 안에 들어가서 뭘 하신 것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마법이 펼쳐졌다. 맛있었다. 아 그래서 이게 원래 이런 맛이구나 싶었다. 사실 우리가 조금 더 맵게 요청한 것이고 처음에 나온 비쥬얼과 맛이 본래 맛이긴 한데 우리에겐 이 메뉴가 딱이었다. 내가 매운 것을 잘 먹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요즘 젊은 대중들 입맛은 이 정도가 딱일 것 같은데 아무튼 뭐 장사는 여전히 잘 되시니까. 난 솔직히 이 메뉴 이렇게 나오면 가성비도 안 맞고 답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계산하면서 다른 테이블들을 보니 나와 같은 메뉴를 시키신 분이 계셨다. 맛있게 드시고 계셨다. 내가 이상한가 싶었다. 너무 퓨전식으로만 먹어왔나? 근데 아무튼 이렇게 한번 더 볶아주신 것은 개인적으로 너무 맛있었고 입맛에 맞았다. 솔직히 큰 기대 안했는데 하나의 변화로 이렇게 맛이 달라지다니. 요리의 세계는 정말 신기하다.



깐풍기 간짜장 군만두 세 형제가 드디어 모두 만났다. 역시 주문이 들어오면 그 자리에서 볶아주는 메뉴가 제일 마지막에 나왔다. 솔직히 요리가 직접 들어간 것은 간짜장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다른 메뉴들이 너무 빨리 나오고 이 면 요리는 너무 늦게 나왔다. 타이밍이 신기했다. 원래 군만두와 짜장 소스와 함께 먹어주는 맛도 있는데! 뭐 식은 상태로도 즐길 수 있지만 말이다. 열심히 소스와 비빈 뒤에 먹어봤다. 아 그리고 곱빼기로 주문했는데 처음부터 반반씩 나눠 주셨다. 그래서 생각보다 양이 적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저 2배라고 보시면 된다. 곱빼기로 반이 나눠 먹는다면 성인 기준으로도 충분히 괜찮은 양이다. 서브로 다른 요리를 시켰을 경우에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면을 먹었는데 확실히 뭔가 다르다. 아 그리고 아까 양파 찍어먹는 검정색 소스, 이름이 뭔지 몰랐는데 지금 생각났다. 춘장! 그 춘장이 여기 소스에도 같이 섞여서 들어가는 것 같은데 뭐라 말할 수가 없는데 아무튼 맛이 조금 더 진하다고 해야하나. 면발도 탱탱 쫄깃 쫄깃한 것이 아니라 식감이 좀 달랐다. 흐물흐물하다는 것은 절대 아닌데 면발이 약해서 그런가 아무튼 계속해서 아까 군만두 제외하고 하나씩 먹을 때마다 기존 내가 먹어왔던 것들과는 다른 맛들을 선사했다. 솔직히 정통과 비정통 구분하는 능력도 없지만 여기가 다르긴 뭔가 달랐다.



맛이 없다는 것은 절대 아닌데 아마 한국식으로 퓨전된 음식만 즐겨오신 분들에게는 이 가게가 조금 맞지 않을 수 있겠다 싶다. 막 깔끔하거나 가벼운 그런 맛은 아니고 조금 무겁고 진한 그런 느낌의 가게다. 나의 경우 전자 스타일이 더 잘 맞긴 한데 가끔 이런 곳에 와서 즐기는 것도 괜찮다 생각하고 실제로 한번 더 방문할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근데 그때는 무조건 탕수육을 시켜서 먹을 예정이다. 업그레이드된 깐풍기가 나쁘진 않았지만 그건 원래 나오는 방식이 아니기도 하고 탕수육은 어떤 맛일지 궁금해졌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는 모습도 못 봐서 어떻게 나오는지도 모르겠고. 무엇보다 가격도 저렴하니까! 실제로 여기 메뉴 가격표를 보고 놀랐다. 밥 종류, 면 종류 가격은 확실히 다른 곳들에 비해 저렴하다. 요즘 이 가격에 판매되는 곳 쉽게 찾기 힘들다. 배달도 하시나? 왠지 배달에는 이 홀 가격보다 2천원 정도 더 비싸게 판매될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그렇게 한 접시 한 접시 비워나갔고 그에 따라 내 배도 불러갔다. 그리고 중국 음식은 먹다 보면 느끼함이 몰려오는데 그때 해결사는 콜라가 단연 최고다. 원래 콜라도 패스하려고 했는데 마지막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다행히 콜라는 큰 사이즈로 나왔고 한잔 시원하게 마실 수 있었다. 예상한 것보다 조금 비싼 가격으로 마무리한 저녁 식사지만 나름 신선한 경험이었다. 맛도 나쁘진 않았지만 내 입맛 기준으로 조금 이색적이어서 기억에 남을 것 같고 다음에 한번 정도 더와서 못 먹어본 메뉴를 먹어볼 예정이다. 그만큼 뭔가 확실히 실력은 있는 가게라는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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