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마제소바 일본식 비빔면 이런 비쥬얼 보신 적 있나요?

디프_ 2020. 9. 3. 19:30

국물 없는 일본식 비빔면 마제소바


친한 친구와 오랜만에 저녁을 먹었다. 근데 이 친구가 두가지 메뉴를 추천해주었고 안 먹어본 물회보다는 그나마 익숙한 돈까스가 땡겨서 거길로 가자고 했다. 그리고 추가로 안 먹어본 생소한 메뉴가 있는데 자기가 주문해주는 것을 먹으라는 것이었다. 내가 안 먹어본 것이 있나 호기심이 생겼고 그러자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도착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었고 주차를 하고 편하게 위로 올라왔다. 여기 근처를 굉장히 좋아한다. 마곡지구인데 초기 신사 가로수길 느낌이 난다. 유동인구도 정말 많고 분위기도 자유롭다. 그에 맞춰 새로운 가게들도 많이 생기고! 만약 새로운 집을 구한다면 이쪽에 얻고 싶다. 근데 여긴 오피스텔 위주고 아파트나 생활 거주 공간은 건너편이라 내 스타일에 조금 안 맞는 부분도 있다. 이제 나가면 자취가 아니라 독립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원룸 생활은 힘들 것 같다. 갑자기 넋두리. 아무튼 친구가 저녁을 산다고 하여 쫄래쫄래 따라왔고 안으로 들어가 메뉴를 주문했다.



백소정이라는 가게고 일백 백, 정성 소, 머무를 정이라는 뜻으로 백번을 먹어도 정성스럽고 푸짐한 음식에 항상 즐겁게 머물다 갈 수 있는 소바 전문점이라고 한다. 처음엔 그냥 성함을 따서 가게를 여신 줄 알았는데 다른 의미가 있었구나! 가게에서 만들어지는 모든 음식은 정수된 물을 사용한다고 하며 원산지의 경우 돼지고기 국내산, 빵가루 국내산, 디포리 국내산, 멸치 국내산, 깍두기와 무 국내산, 고춧가루 중국산, 계란 국내산, 쌀 국내산을 이용하고 계셨다. 고춧가루 빼고 모두 국내산이다. 원래 평소라면 일반적인 소바를 주문했겠지만 이날따라 이 친구가 강력히 먹어보라고 하는 메뉴가 있어 그것으로 주문했다. 바로 마제소바 메뉴로 각종 양념으로 볶은 다진 돼지고기, 파, 부추, 마늘의 풍미와 가쓰오부시의 감칠 맛이 더해진 일본식 비빔면이다. 국물이 없는 면에 다양한 고명과 소스를 함께 비벼먹는 음식으로 60여가지의 재료가 들어가 각 재료의 풍미와 감칠맛을 더욱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고. 면을 다 먹고 마지막에는 밥까지 비벼먹을 수 있어 나름 알찬 구성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즐길 수 있었다. 아마 이 메뉴 생소하신 분들 많을 것 같다.


돈카츠 정식도 패스했지만 나같은 경우 세트로 주문했기 때문에 소량은 맛볼 수 있었다. 다행이었다. 여기 나름 맛집 같은 느낌이 나는데 원조 메뉴를 못 먹고 나가면 섭했다. 추가적으로 백소정에 대해 더 소개를 하자면, 매일 아침 신선한 야채와 고기를 검수하고 손질하며 국내산 1등급 등심을 사용하고 48시간 숙성하여 부드럽고 육즙이 살아있다고 한다. 소바의 경우 매일 아침 직접 우려낸 육수(시로다시)로 만들어 일반적인 면에서는 맛 볼 수 없는 진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고. 일본에서 직접 공수해온 세 가지의 카레를 블랜딩하여 야채들과 함께 볶고 끓여 백소정만의 차별화된 카레를 만드신다고 한다. 백소정에서는 서울에서 울산까지 삼고초려 끝에, 생활의 달인 우승자에게서 직접 전수받아 장인의 마음과 정성을 담아 정통 방식 그대로 만든 푸짐한 한상차림으로 눈으로 한번 입으로 또 한번 즐길 수 있다. 한끼가 아닌 항상을 대접하고 싶은 백소정만의 정성을 담았다고 소개되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가 어떻게보면 거창하지만 진심이 담겨있다고 느낄 수 있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비쥬얼이 정말 정갈하고 심플, 깔끔하다. 역시 일본식 식당에선 이런 비쥬얼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개인적으로 깔끔해서 좋아하는 편이다. 뭔가 딱 먹기 좋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마제소바 비쥬얼을 이렇게 접했는데 솔직히 재료들이 소스 가루도 덩그러니 놓여져 있고 어떻게 먹어야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런데 테이블마다 이렇게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적혀 있었고 그 방법 그대로 따라해봤다. 첫째 계란을 터트려 면과 고명을 잘 비비고, 둘째 면을 1/3 정도 먹은 후 직접 만든 다시마 식초를 조금씩 뿌려 먹었다. 확실히 감칠맛이 나고 풍미가 좋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남은 양념에 밥을 맛있게 비벼먹었다. 개인적으로 이게 좀 별미였다. 계란 노른자를 보고 느끼한 것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좀 망설일수도 있겠는데 막상 먹어보면 느끼한 맛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솔직히 친구도 나도 공감했지만 어떻게 맛 표현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 그런 맛이다. 그래서 어떻게 소개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리고 사실 이 메뉴를 예전에 한번 먹어본 적이 있는 것 같다. 한 친구가 홍대 뒷 골목길 쪽에 자기가 먹어본 이색 메뉴가 있다며 데려간 적이 있는데 거기서 먹어본 것과 비슷한 맛이었다. 근데 너무 오래되어 사실 잘 기억도 나지 않는다.



면도 다 비볐겠다 돈까스 소스에 있는 겨자도 다 풀었겠다 사진도 찍었겠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확실히 생소한 맛이다. 그래서 원래 이런 리뷰 포스팅을 적으면 맛이 어떻다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도 표현하곤 그랬었는데 도무지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 아마 이런 비쥬얼을 처음 보신 분들도 많을텐데 맛 마저도 그런 느낌이라 생각하시면 된다. 일본식 비빔면이라곤 하나 한국과 비슷한 맛이 전혀 없고 카레 라면이라고 하기엔 좀 애매하다. 면과 소스의 느낌만 나는 것이 아니라 고명 포함 정말 다양한 맛이 한번에 난다. 그리고 다시마 식초를 중간 중간 부어서 먹으면 또 다른 맛이 난다. 새콤달콤까진 아닌데 감칠맛이 살아나고 풍미가 올라온다. 그만큼 독특하다. 그래서 오늘은 후기가 좀 빈약할 수 있겠다. 그래도 누구나 다 아는 맛인 돈카츠는 익숙한 맛이다. 일단 고기가 두툼하고 안에까지 잘 튀겨졌다. 다만 세트 메뉴에 함께 나온 것이라 그런지 안 속살까지 육즙이 촉촉하게 살아있진 않았다. 좀 투박하게 썰렸으며 한입 물었을 때 육즙이 같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좀 아쉬웠는데 메인이 아니라 이런 곁들임용으로는 훌륭했다. 양이 적은 편도 아니고!



백소정 마제소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충실히 따라했다. 그리고 워낙 소스를 좋아해서 그런가 식초 넣는 것도 한번 넣기 시작하니 계속해서 넣게 되더라. 처음엔 맛이 어떨지 몰라 조금만 넣었는데 아쉬운 기분이 들어 다음엔 팍 때려넣은 것 같다. 근데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제조해서 만드신 것이라 그런지 식초 향이 강하지 않았고 많이 넣어도 자극적인 부분 없이 부드럽게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손이 갔던 것 같다. 면과 돈카츠 한입씩 계속 해치우고 밑반찬도 중간중간 곁들여줬다. 생각보다 양이 많았으나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기에 싸다는 인식이 들진 않았다. 근데 워낙 이색적이고 생소한 메뉴를 먹을 수 있어 이 가게 자체에 대해 감사함은 있었다. 워낙에 요즘은 음식들이 표준화가 잘 되어있어 이런 경쟁력 있는 가게들이 나에겐 소중하다. 멀리 찾아가서 웨이팅하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이런 특색있는 메뉴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면을 대충 다 먹은 것 같아 남은 공깃밥을 투하했다.



아 근데 이 비빔밥이라고 해야하나. 아무튼 남은 고명에 비빈 밥이 은근 히든 메뉴였다. 맛있었다. 분명히 면과 먹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고 개인적으로 면이랑 먹었을 때보다 이렇게 밥이랑 함께 먹는 것이 더 잘 어울리고 맛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신기했다. 같은 재료에 면과 밥 차이 밖에 없는데 맛이 달라지다니. 다른 이유가 있나? 아니면 내가 다시마 식초를 넣고 먹어서 그랬나? 신기했다. 뭔가 입에 더 착착 달라붙는 맛이었고 배가 부름에도 불구하고 손이 계속적으로 갔다. 뭔가 한가지 메뉴를 다채롭게 먹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이렇게 먹는 방법이 다양하면 질리지 않는다. 살을 빼고 싶은 사람에게는 안 좋지만 음식을 잘 즐길 줄 모르는 사람에게는 좋은 방법이겠다. 우선 재미가 있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로 처음에 같이 나왔던 연유가 뿌려진 떡을 먹었다. 두개가 있었는데 쫀득쫀득함이 유지되고 있었고 마지막으로 입을 깔끔하게 하기 좋았다. 처음에 사실 애피타이저인가 싶었는데 친구가 샐러드가 애피타이저 아니겠냐고 하여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한끼 깔끔하게 잘 해결할 수 있었고 여긴 다음에 한번 다시 와볼까 한다. 근데 그땐 냉소바를 먹어볼 계획이다. 뭔가 맛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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