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소주 안주 뜨끈한 내장탕 그리고 맑은 수육 한점

디프_ 2020. 8. 8. 11:00

한잔하기 정말 좋을 것 같은 소주 안주 내장탕, 수육


평소 국밥류 음식을 잘 즐기는 편은 아니다. 다른 음식들과 다르게 한번 빠져서 질릴 때까지 먹은 뒤에 질린 상태가 아니라 처음부터 안 좋아했다. 처음엔 그냥 내가 국물류를 별로 안 좋아하나 싶었는데 이게 요즘 들어 생각해보니 위 소화력이 좀 약한 편인데 국물이 들어가면 속이 더 불편하고 더부룩해져서 나도 모르게 더 안 좋아하게 된 것 같다. 근데 이건 내가 싫어하는 이유를 한번 찾아본 것이지 정확한 것은 모른다. 아무튼 상황에 따라 이런 국밥류를 먹는 편이지 내 의도로 먹은 적은 거의 없다. 그래서 오늘은 해장국을 두개만 시킨 것이 아니라 곁들일 수 있는 서브 메뉴도 하나 주문했다. 사실상 나에겐 이게 개인 메뉴였다. 비싸고 양이 많았지만!



내가 주문한 메뉴는 11,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특내장탕 하나와 22,000원에 판매되고 있는 수육 하나씩이다. 가격은 총 3만 3천원이 나왔다. 그리거 이런 해장국 집이 정말 소주 안주 스타일로 인기가 많은 이유가 매번 올때마다 젊은 남자 두명이서 앉은 테이블이 꼭 있더라. 사실 다른 가게가면 그렇게 앉은 모습을 쉽게 찾기가 힘든데 이런 류의 식당에 오면 쉽게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초록색 병들이 놓여져 있고 열심히 다들 수다를 떠시더라. 나의 경우 술을 잘 못하기도 하고 한곳에 잘 오래 못 앉아있기 때문에 여기 와서 딱 정말 밥만 먹고 나간다. 사장님들이 당연하게 술은 뭐 드실거냐고 물으면 괜찮다고 대답하는 편이다. 가게 소개를 조금 더 하자면, 소사골과 잡뼈 통마늘을 넣어 24시간 끓인 육수로 만들고 있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드실 수 있는 최고의 보양식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마포 용강동에 위치한 모이세 해장국 집이다.



먼저 내장탕 소개를 하자면 이것저것 정말 실하게 들어있다. 그리고 어느 유명한 집에 갔었는데 안에 곱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근데 여긴 곱창이 들어가 있어 같이 온 친구는 자주 온다고 했다. 나 역시 처음엔 먹지 않다가 나중에 몇입 흰 쌀밥이랑 같이 먹어봤는데 나름 매콤하기도 하고 이것저것 재료들과 밥을 함께 먹는 맛이 나쁘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이런 해장국 종류를 싫어하는 이유를 또 생각해봤는데 들깨가루 그 특유의 향을 좀 낯설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어렵더라. 막 못 먹겠는 수준은 아닌데 그 매력을 잘 모르겠는 느낌이랄까. 딱 밥 반공기 정도 먹기엔 개인적으로 괜찮았다. 잡내나 이런 것도 하나도 없고 비쥬얼과 다르게 깔끔한 느낌이 다가와 좋았다. 그리고 수육! 내가 생각한 것은 이렇게 물에 담겨진 것이 아니라 그릇 위에 정갈하게 놓여진 것인데 생각과 다른 비쥬얼로 다가왔다. 근데 원래 이렇게 물에서 같이 끓인 것을 다른 곳은 건져다 주시는 것인가? 아무튼 이러면 무슨 맛이 날까 궁금해 하면서 바로 젓가락을 들었다.



처음엔 그냥 소주 안주 메뉴 그 자체로만 먹어봤다. 별도 쌈장이라든가 같이 나온 간장 소스도 안 찍고 그 자체로 먹어봤다. 고기 본연의 맛을 느껴보고 싶었다. 근데 수육이 담긴 물 색깔만 봐도 알겠지만 정말 깨끗하다. 고기 자체도 얇고 별다른 양념이 되어있지 않아 진짜 심심한 그 맛만 난다. 근데 난 좀 자극적인 것을 추구하기 때문에 바로 쌈장과 간장 소스에 같이 찍어먹어봤다. 숨이 죽은 부추를 곁들여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간장보단 쌈장이 더 괜찮았다. 간장 역시 액체류라 고기에 담긴 물에 희석되어서 양념 맛이 줄어드는지 그렇게 찍어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근데 쌈장은 팍팍 올려서 먹을 수 있으니 조금 더 자극적으로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원래 모든 음식은 나온 그 자체로 먹고 소스 찍어먹으면 음식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소스 맛만 보는 것이라던데. 이렇게 먹는 것이 더 맛있어서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을 것 같다. 



부추에 같이 밑반찬으로 나온 파김치를 올려서 고기와 한점 먹었다. 역시 파김치는 마법이다. 식감도 살아나게 해주고 그 특유의 감칠맛도 돌게 해준다. 음식을 먹을때 맛과 비쥬얼 모두 다 중요하지만 요즘 또 하나 보고 있는 것이 먹는 재미다. 그 재미가 있어야 다양하고 오래, 많이 먹게 해주는 것 같다. 근데 여기선 파김치가 그 재미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 먹는 재미를 만들어주고 씹는 재미를 주었다. 아예 숨이 죽은 것이 아니라 적당히 살아있어서 먹을 때마다 그 파 특유의 식감이 잘 살아있었다. 그리고 내장탕을 다시 좀 먹어봤다. 아무래도 자극적인 맛은 쌈장보다 이 붉은 국물이기 때문에 먹었다. 아무래도 기본이 아니라 특으로 주문하기도 해서 두명이서 먹기에 양도 조금 있는 편이기도 하고! 이렇게 곱창이 들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근데 많은 양이 들어있는 편은 아니다. 한 3~5개 정도 들어있나. 근데 생각해보니 왜 곱창 국밥은 없지? 다들 이런 메뉴를 먹고 싶을 때 곱창 전골을 드셔서 그런가. 곱창전골도 1인 메뉴로 나오면 왠지 잘 팔릴 것 같다. 나도 그건 잘 먹는다.



소주 안주 수육도 끝까지 다 해치우려 했는데 역시 2인으로 이렇게 시키기엔 양이 많다. 그렇다고 하여 술 마시면서 오랜 시간 앉아있는 것도 아니고 정말 식사 시간 30분 언저리 앉아있는 상태에서 먹고 나와야 했기 때문에 확실히 양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다른 메뉴를 시킨 것이 아니고 개인 메뉴 느낌으로 이것을 시킨 것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빨리, 많이 먹긴 했다. 그리고 해장국에는 밥을 조금 넣어 말아 먹었다. 맛있는 녀석들에서 중간에 다른 느낌으로 먹고 싶으면 면을 넣든가 밥을 넣으면 국물이 탁해져서 다른 맛이 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방법을 나름 열심히 수행 중이다. 확실히 이런 밀가루나 탄수화물 계열이 들어가면 맑은 국물이 조금 더 탁해지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그 느낌이 좋다. 분명히 국물이 진해지고 깊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은 아는데 그런 맛이 난다. 아마 맑은 것보다 농도 있는 느낌을 내가 좋아해서 그런 것 같다. 이 상태로 조금씩 더 먹다가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솔직히 시청 쪽에 오래된 유명한 맛집이라고 국밥집 찾아간 기억이 있는데 거기서 먹었던 것보다 동네 느낌인 여기가 훨씬 더 퀄리티 좋고 맛이 좋았다. 그래도 정말 드물게 가끔 종종 찾아오게 될 것 같다.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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