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시카고 피자 요즘 인기는 줄었지만 맛은 여전해요

디프_ 2020. 4. 18. 13:17

간만에 배터지게 치즈 흡입했던 시카고 피자


오랜만에 친구들과 홍대에서 만났다. 개별적으로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 만나나. 근데 이렇게 단체로는 분기에 한번 정도 보는 것 같다. 이것도 나름 자주 만나는 것이다. 예전엔 반년에 한번 정도.. 일년에 한두번 연말에나 봤다. 원래 어렸을 때부터 같은 동네에서 살아 엄청 자주 봤었는데 확실히 나이를 먹기 시작하니 집 근처 10분 거리에 살아도 자주 안 보게 된다. 각자의 삶이 바쁘기도 하고 굳이 그렇게 자주 만나야할 필요성을 못 느끼기도 한다. 어차피 전화로 연락은 자주 하니까! 아무튼 이번엔 호캉스가 아니라 이렇게 밖에서 저녁도 먹고 맥주 한잔하기로 하고 모였다. 매번 호캉스 가던 멤버들이었는데 저번에 내가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친 이후로 피곤할 때 함부로 갈만한 곳이 아니라 느껴 이번에 별도 추진하지 않았다. 내가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이 친구들은 그냥 되는대로 움직이는 편이기 때문에 내 의지와는 다르게 어느정도 일정을 컨트롤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홍대에서 만났고 다들 퇴근하고 와 배가 고픈 상태였기 때문에 바로 저녁을 먹기로 했다. 만나기 전까지 뭘 먹을지 정하지 않았다. 근데 내가 요즘따라 먹고 싶은 메뉴가 있었고 마침 차를 타고 지나가는 길에 가고 싶었던 가게가 있길래 저길 가자고 했다. 나도 여길 갈까 말까 망설였는데 그냥 지나가는 길에 보여서 '한번 가기로 했던거 지금 가보자!'라는 생각으로 추진했다. 다행히 밥을 찾는 친구는 없었고 근처에 유료 주차를 하고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제임스 시카고 피자 매장 내부는 생각보다 넓었다. 근데 확실히 사람은 없더라. 지나가다 볼때는 사람이 그래도 어느정도 있었는데 요즘 여파가 있긴 한가보다. 한 테이블에서 커플이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 안쪽에 들어가 앉으려다가 친구가 창가 쪽에 앉고 싶다고 하여 바로 문 앞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바로 메뉴판을 살펴봤다. 사실 여기선 가볍게 식사 정도만 하고 2차에 가 안주와 함께 또 맥주를 마실 예정이었기 때문에 조금 가볍게 먹을 생각이었다. 그래서 첫 주문엔 한판만 주문했었는데 먹다가 너무 맛있기도 하고 친구들이 급 더 먹자고 하여 한판 더와 파스타도 하나 주문했다. 결국 포식을 하게 됐고 나올 땐 다들 배가 너무 부른 상태로 나오게 됐다. 그래서 2차는 별도의 안주 없이 칵테일만 마셨다. 한 친구는 너무 먹어서 체했다고 하던데.. 그니까 조금만 먹고 2차가서 또 먹자니까.. 친구들은 다 술을 잘 마시는 편이지만 내가 못하기 때문에 나랑 만나면 얘네도 거의 잘 안 마신다. 마시고 싶을 때 마신다던데 그냥 혼술하는 애들은 아니어서 굳이 안 마실 상황에서는 안 마시더라.


어차피 다들 생맥주를 주문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세트로 주문할까 하다가 메뉴판을 살펴보니 가격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스테이크와 새우, 불고기 반반 한판씩과 로제 파스타 하나를 주문했다. 여기서 내 의견은 스테이크와 로제 파스타가 반영되었다. 절충을 한 것인데 내 의견대로 되어버렸네. 근데 한 친구가 매운 것을 못 먹는 편이라 매운 것은 반대하는데 이런 느끼한 것들은 다 좋아해서 모두의 선택이라고 봐도 될 것 같다. 한 친구는 그냥 주는대로 먹는 편이고. 아무튼 이렇게 주문하여 음료 포함 가격은 총 7만 6천원이 나왔다. 3인 기준으로 마지막에 콜라를 마시고 싶었지만 맥주도 조금 남아서 패스하기로 했다. 근데 피콜은 정답이긴 하다.



셀프빠에서 이것저것 담아왔고 주문한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주문과 동시에 조리가 들어가서인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사실 우리가 마음이 급한 것도 있었겠다. 뭔가를 먹을 때 주변 사람도 중요하다는 것이 주변 사람이 천천히 먹거나 빠르게 먹거나, 많이 먹거나 적게 먹거나에 따라 내가 먹는 양이나 속도도 같이 어느정도 정해지는 것 같다. 무의식적인 영향이 큰가보다. 진짜 꼭 그렇게 되던데.. 물론 예외는 있다. 친구들이 예전에 나랑 밥 먹는 것을 선호했다. 돈은 같이 내는데 내가 양을 적게 먹는대나 뭐래나. 뭐 일리는 있었다. 지금은 아니지만! 지금은 너무 잘 먹어서 큰일이다. 양을 줄여야 할터인데.


맥주가 먼저 나왔고 바로 내가 가장 먹고 싶었던 Steak Chicago pizza가 나왔다. 특별한 것은 없고 그냥 기본 토핑이 스테이크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른 것들보다 그냥 이게 먹고 싶더라. 친구들의 손이 가장 먼저 다가왔지만 잠시 기다린다고 한 뒤에 사진을 찍었다. 이 친구들은 내가 블로그 하는 것을 알기 때문에 호캉스 갔을 때도 밖에서 먼저 담배피고 천천히 올라오라고 한 뒤에 내가 사진을 찍고 이렇게 먹을 때도 알아서 기다려주는 그런 것도 있었다. 언젠가는 귀찮아서 안 찍으면 왜 안 찍냐고 묻고 그런다. 그러면 망설이다 찍기도 하고. 뭐 내 블로그가 어디있는지도 모르면서 아무튼 나름 그렇게 신경을 쓴다.



치즈를 주욱 늘려 한 조각을 내 앞접시에 가져왔다. 아 근데 시카고 피자 비쥬얼이 내가 예전에 먹던 것과 많이 달라진 것 같다. 예전엔 훨씬 더 두툼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나중에 사장님과 직접 대화를 통해 진실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친구들이랑 하는 말을 들으셨는지 친구들이 나가있는 동안 나에게 와 이렇게 말을 거셨다. '다른 곳에서 드셔보셨나봐요?' 이렇게 물으시길래 아 몇년전에 먹은 기억이 있는데 그땐 굉장히 두꺼웠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원래 두껍게 만들었는데 남기고 가시는 손님분들도 많고 빵이 두꺼워 후기가 별로인 것 같아 사장님 자체 실력으로 이렇게 만드셨다고 했다. 그러고선 이미 식사를 마치고 나간 테이블을 가리키며 이렇게 하니 남기는 것없이 저렇게 다 드시고 가신다고 말씀해주시더라. 일리있었다. 확실히 예전에 먹었을 때보다 지금 이런 스타일이 더 맛있더라. 물론 남자인 친구들과 먹고 배고픈 상태이긴 하나 다른 테이블과 마찬가지로 바닥까지 완전 긁어먹는 수준이었다. 분명히 치즈 듬뿍이 맞긴 한데 토핑이나 빵과의 조합이 적절하달까? 확실히 맛이 없다고 느낄 수 없는 조합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겠다. '치즈만 많으면 다 맛있지!'라고 말이다. 근데 예전에 배민에서인가 어디서 배달을 해 먹은 적이 있다. 거긴 리뷰 이벤트까지 할 정도로 나름 인기가 있는 곳이었는데 딱 배달 온 음식을 보니 치즈가 정말 많더라. 그래서 맛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며 먹어봤는데 치즈가 너무 많아도 느끼하기만 하고 서로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아 맛이 없더라. 치즈가 많아도 안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아무튼 여기 홍대 제임스 사장님 확실히 잘 만드시는 것은 맞다.



그렇게 한입 먹고 맥주도 같이 곁들이며 인당 두조각씩 해치웠다. 사장님께서 처음 우리가 주문할때 생각보다 양이 많고 배가 부를 것이라고 말씀해주셨는데 한판을 다 비워가는 우리로서는 배가 전혀 차지 않았다. 근데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긴 1차고 2차가서 또 먹을 것이기에 가볍게 먹어도 괜찮았었는데 한 친구가 순간 욕심이 났었나보다. 그냥 옮겨서도 먹고 여기서도 더 먹자고 더 주문하자고 하더라. 첫 주문시 음식이 조금 늦게 나왔었기 때문에 사장님에게 나오는데 얼마나 걸리냐 여쭤보았고 15분에서 20분 정도 걸리신다고 답변해주셨다. 그정도는 충분히 기다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머지 메뉴들을 주문하고 기다렸다. 근데 정말 한판이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다. 나오는데 20분 먹는데 5분이랄까. 나도 좀 아쉽긴 했다. 무엇보다 너무 맛있어서! 맥주와의 조합도 좋고 금요일이라 마음도 편하고 아무튼 기분 좋은 상태였다.



친구들은 나가서 잠시 담배를 피우고 난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만지작 거렸다. 요즘은 심심할 때 집에선 유투브, 밖에선 페이스북을 본다. 시간 잘 가더라. 근데 너무 많이 보면 안 좋은 것이 눈이 순식간에 피로해지더라. 아무튼 밖에서 혼자 있으면 주로 저런 것들을 시청하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그렇게 시간이 좀 흐르고 로제 파스타가 나왔다. 친구들이 주문했으면 무조건 까르보나라나 토마토 쪽으로 갔을텐데 다른 것을 먹어보자고 내가 로제를 추천했다. 나도 사실 맛의 차이라든가 재료의 차이 이런 것은 모른다. 그냥 이름만 보고 맛있게 먹은 기억이 있어 주문해봤다. 사장님께서 우리의 먹는 속도를 보시고 알아서 양을 더 많이 넣어주셨다고 말했다. 어쩐지 3명이서 덜어먹는데 조금 많이 덜을 수 있는 느낌을 받긴 했다.


와 근데 파스타 얘도 정말 너무 맛있더라. 남자애들끼리 전투적으로 먹어서 경쟁심이 발휘됐나? 아니면 여기가 진짜 맛집인 것인가. 비쥬얼적으로 큰 차이를 모르겠는데 맛은 너무 좋았다. 면발 익힘도 좋았고 소스도 좋고 토핑 같은 것들도 괜찮고. 나중엔 면 없이 소스만 숟가락으로 따로 퍼먹기도 했다. 근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친구들도 그러고 있더라. 밥을 비벼먹을 그런 맛은 아닌데 그냥 뭔가 부드럽고 적당히 느끼한 것이 너무 좋았다. 매운 음식이랑 같이 먹으면 조합이 딱 맞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여기 사장님 확실히 요리 잘하시는 것을 이때 다시 한번 느꼈다. 뭐 프랜차이즈 특성상 지정해주는 것이 있겠지만 닭도 튀기는 실력에 따라 같은 브랜드라도 맛이 다르다. 여기 역시 그렇겠다.



마지막으로 불고기, 새우 반반 시카고 피자 토핑 가득한 한판이 나왔다. 얘가 정말 마지막 메뉴다. 친구들도 슬슬 배가 차기 시작한 것 같다. 나도 맥주랑 같이 마시니 얼굴은 씨뻘개지고 배는 부르고. 좀 걷고 싶어지기 시작했다. 꼭 배부르면 우선 그냥 일어나 있고 싶더라. 그래도 얘는 마무리로 해치우고 일어나야 했기에 다시 전투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비쥬얼은 처음 나온 것과 큰 차이는 없었다. 다만 토핑의 차이만 있었고 역시 토핑 가득이다. 마찬가지로 치즈를 주욱 늘려 내 앞접시에 한조각 가져와 먹었다. 사실 피클을 셀프바에서 가져와 먹고 싶었는데 귀찮아서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이 한조각만 먹으면 딱 배가 부를 것 같아 나머지는 패스했다.


앞서 고기를 먹었으니 불고기는 패스하고 새우로 달려보았는데 확실히 배가 부르니 맛을 제대로 못 느끼겠더라. 약간 의무감 같은 것으로 해치웠다. 그래도 맛있으니까 내 할당분이라도 다 먹을 수 있었다. 근데 친구들도 딱 각각 다른 맛 한조각씩만 먹고 내가 먹지 못한 불고기는 그대로 남아있었다. 친구들도 배가 불러 도저히 못 먹겠다고 하더라. 사장님께선 처음에 성인 남자 세명 기준 한판으로 괜찮을 것이라 말씀하셨지만 우리가 먹은 총 양은 두판에 파스타 하나였다. 이러니까 성인 남자 세명 배고픈 기준으로 정말 배가 꽉 차더라. 그래도 배부르게 맛있게 먹을 수 있었고 나오는 길에 사장님께 다음에 또 오겠다고 말했다. 진심이었다. 오랜만에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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