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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치조림 양념장 푹 스며든 무만 있어도 밥 한공기 뚝딱!

디프_ 2020. 3. 21. 14:21

보기만 해도 군침도는 갈치조림 양념장 푹 스며든 무와 밥 한공기! 


날씨가 너무 좋았던 제주도에서의 하루다. 점심은 놀러오기 전부터 먹고 싶었던 메뉴로 정했다. 사실 재료만 똑같고 조리 방법은 달랐지만.. 원래는 구이로 정해서 30cm가 넘는 크기를 직접 가시와 살을 손질해주시는 그런 곳으로 가려고 했다. 근데 아침을 너무 늦게 먹은터라 관광지를 한곳 먼저 들려야했고 어쩔수없이 처음에 가려던 가게를 지나치게 됐다. 그리고 관광을 끝내고 다시 돌아갈까 했는데 막상 구글맵에 검색해보니 평점도 안 좋고 동선도 좀 꼬여서 그냥 거길 포기하고 다른 가게를 가기로 했다. 그렇게 오게된 곳이 바로 여기다.


근데 처음부터 기분이 너무 좋았다. 우선 주차장에 차가 없었다. 아시다시피 요즘 이슈로 인하여 사람들이 많이 없는 편이라 사장님께서도 나중에 계산할때 힘들다고 하시더라. 아무튼 주차장에 차가 없는데 왠 댕댕이 아기들이 두마리가 뛰어놀다가 우리가 오니 집으로 도망가더라. 강아지들을 보자마자 너무 기분이 좋아졌다.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 아이들이 이 시골 댕댕이들이다. 그래서 밥부터 먹어야 했는데 한 20분 정도 얘네랑 놀고 사진도 찍고 그랬던 것 같다. 정말 데려다 키우고 싶은데 얘네는 이런 자연이 훨씬 더 좋겠지.



어미는 줄이 있었지만 아기들은 괜찮았다. 아마 어미를 두고 멀리 도망가지 않으리란 생각이신가 보다. 근데 확실히 아기들도 어렸을 때부터 성격이 드러나는 것 같다. 내가 직접 이런 댕댕이들 육아를 해본 적은 없지만 길거리에서 많이 봤다. 꼭 두세마리가 있으면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에게 다가오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멀리서 쳐다보기만 하는 아이가 있다. 분명히 자기도 오고 싶은데 겁이 많아서 오지 못하는.. 여기도 그랬다. 두명은 에너지 넘치고 활기찬데 한명은 엄마 앞에서만 있더라.


엄마 역시 처음엔 우리를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좀 와달라고 하는 눈빛이 느껴져 가보니 이렇게 애교를 부렸다. 아이들을 좀 피하고 싶었나보다. 으르렁 거리기도 하고. 나한텐 이렇게 만져달라고 계속 애교를 부렸다. 줄에 묶여있어 편하게 만져주진 못했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다. 실제로 너무 귀엽기도 하고. 근데 정말 육아가 힘들긴 한가보다. 예전엔 어디 놀러갔을 때 멀리서 누가 나무에 매달려 있더라. 처음엔 이상한 야생동물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육아에 지쳐 탈출한 어미개였다. 근데 줄이 나무에 걸려 내가 발견 못했으면 매달려 죽을 뻔했다. 얘도 놀란 상태가 간신히 집에 넣어주긴 했는데 그만큼 아기들에게 시달렸나보다. 강아지들도 힘들구나.



똥꼬발랄하다고 표현하면 맞으려나. 아무튼 활기찬 아이들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 위해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 내가 방문한 곳은 청솔나무집이라는 곳으로 흑돼지, 갈치조림 맛집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구글 평점도 리뷰 200개에 4.3점으로 매우 높은 점수를 기록하고 있어서 한번 믿고 방문해봤다. 원래라면 사람이 많았으려나. 개인적으로 사람이 많이 없어서 좋았다. 이런 조용조용한 곳이 좋단 말이지. 사장님은 안 그러시겠지만!


여기는 숙소와도 가까운 곳으로 첫날 와서 햄버거를 먹었던 가게 바로 근처에 있다. 한 걸어서 10~20분 정도? 뭔가 먹거리들이 또 이곳에 몰려있나보다. 하긴 섬마을이다보니 모든 곳들이 발전될 수 없어서 그나마 이렇게 뭉쳐있으면 여행객도 편하고 장사하는 측면에서도 괜찮겠다. 이 근처에는 프랜차이즈 치킨집도 많이 보이고 편의점도 많이 보이고 하는데 호텔은 못 봤다. 모텔 같은 것은 좀 있는 것 같던데. 주택 단지도 있고. 여기 근처에 사는 사람들은 이렇게 맛있는 것들을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겠다. 실제로 근처 사람은 안 먹긴 하겠지만!



가게 내부 인테리어는 크게 특별한 것 없다. 그냥 현대식과 제주도식의 퓨전이랄까. 특별한 감성은 없었지만 차분한 기분이 들어 좋았다. 근데 지금 알았는데 저 돌담은 뭐지? 밥 먹을 때는 못 본 것 같은데 실제 모습인가 아니면 문을 열어두신 것인가. 실제 인테리어였으면 더 좋았을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내부는 심플, 깔끔하다. 주방 역시 안이 들여다보이는 구조기 때문에 위생 측면에서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이런 오픈형 공간이 좋다. 이러한 손님 의견을 반영하여 요즘 가게들은 다 이런식으로 생겨나는 것 같다.


다만 청솔나무집 가격은 저렴한 편이 아니다. 솔직히 이런 해산물 종류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인지하고 방문하긴 했지만 내 기준 한끼 식사로 비싸긴 하다. 고기도 아니고. 아 생선도 고기긴 고기구나. 아무튼 막 소고기나 특별한 흑돼지들도 아니고 좀 비싸긴 했다. 식사류도 기본 만원이 넘는데 일단 메뉴판 비쥬얼 상으론 만족스러운데 직접 먹어보진 않아 함부로 말 못하겠다. 흑돼지는 다른 가게에서 먹으려고 예약해둔 곳이 있으니 잠시 고민하다 패스했고 양념장에 밥 비벼먹는 것을 기대하여 소자리 45,000원 짜리 하나로 주문했다. 단일 메뉴가 4만원이 넘어가는 것은 오랜만에 먹는 것 같기도 하고. 유명한 소고기 1인분이 이정도 가격하는데.



가장 먼저 밑반찬이 나오고 그 다음 갈치조림 메인 메뉴가 연이어 나왔다. 나오는데까지 시간은 적지도 많이 걸리지도 않게 딱 적당히 나왔다. 솔직히 사진을 보면 양념장 때문에 이게 무인지 생선인지 헷갈린다. 나도 처음엔 너무 무만 많은 것이 아닌가 싶었는데 층층히 다 숨어있더라. 마지막까지 생선을 계속해서 먹을 수 있는 양이었다. 소짜 기준 2인은 충분했고 3인은 좀 아쉬울 수 있는 정도의 양이라고 표현하면 맞겠다. 물론 무랑 밥이랑 밑반찬 곁들여 먹으면 3인도 충분하긴 한데 생선 공략파가 많을 수도 있으니 그 부분을 고려해야겠다.


밑반찬은 간이 삼삼한 아이들로 심심하게 구성해주셨다. 된장국도 따로 주긴 했는데 크게 와닿지 않았고 그나마 명이나물이 내 입맛을 돋구어줬다. 나름 쌈처럼 같이 먹으니 마지막에 약간 달달한 것이 조합이 괜찮았다. 아 지금 이 포스팅하면서 침 삼켜버렸다. 원래라면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 지금 중국집 배달 후 기다리고 있어서 더 그런 것 같다. 군침 돈다. 비쥬얼도 붉은 것이 원래 깨 뿌려진 것을 별로 안 좋아하는데 지금은 별게 다 맛있어 보이네.



솔직히 주인공 급으로 무가 있었는데 무랑 함께 먹은 사진을 안 찍었네. 솔직히 이런 해산물을 잘 안 먹는 이유는 바로 가시 때문이다. 돼지라든가 소의 경우 물렁뼈는 있어도 가시는 없다. 물렁뼈는 그냥 가위로 잘라내면 되고 비계는 같이 먹으면 되는데 가시는 정말 답도 없다. 누군가는 얇은 가시는 그냥 씹어먹어면 된다고 하던데 나는 절대 안 되더라. 나름 다 발라냈다고 생각하여 밥과 함께 한입 크게 먹으면 먹다가 갑자기 가시가 느껴진다. 그럴 경우 골라서 뱉어낼수도 없고 입에 있는 것 전체를 뱉어내야 한다. 그럴때마다 너무 난감하더라. 이날도 한두번 그랬다. 처음에 너무 만만하게 보다가. 휴.


이렇게 먹는 것이 힘들다보니 선뜻 먹겠다고 도전하는 경우가 많이 없다. 그렇다보니 이날 더더욱 먹고 싶어했던 것 같다. 평소에 안 먹으니! 나름 가시 발라내는 것도 요령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내가 구이 같은 것을 먹고 싶어했던 것일수도 있겠다. 이런 메뉴의 경우 개인이 알아서 다 발라내야하니.. 내가 치킨처럼 자주 먹어본 것도 아니고 어디에 뭐가 있는지 몰라 처음엔 실수 좀 했다. 그래서 그냥 버린 것도 있어서 좀 아쉬웠다. 자주 먹어야 요령도 생길 터인데..



맛있게 먹은 이야기를 해야하는데 자꾸 위에 이상한 이야기를 했나. 사진 흐름 순서를 보면 아시겠지만 먹는 순간에는 정말 정신없이 먹었다. 갈치조림 양념장 푹 스며든 무랑 밥 정신없이 먹고 중간중간 명이나물 하나씩 챙겨주고! 맛있더라. 솔직히 앞서 말했듯이 가격적인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는데 이런 메뉴를 평소 먹지 않는 나로서는 이것도 기념이라 생각하면 충분히 괜찮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합리화를 또 해본다. 주인공급인 무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또 해보자면, 정말 녹더라. 근데 식감없이 녹는 것이 아니라 밥이랑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식감이랄까. 이런 메뉴를 먹어본 경험이 워낙 없어서 여기가 맛있게 잘한다고 확실히 말하진 못하겠지만 충분히 맛있게 먹고 나올 수 있었다.


다 먹고 나오니 해가 슬슬 져가고 있었다. 노을정도는 아니고. 제주도의 좋은 점 하나가 이런 풍경을 빌딩에 가려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자연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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