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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숲 공원 지루하지 않게 산책하기 좋은 곳

디프_ 2019. 9. 24. 22:08

서울숲 공원, 사람이 많긴 해도 지루하지 않게 산책하기 좋은 곳


여느 주말, 성동구에 위치한 서울숲 공원에 다녀왔다. 사실 여기는 같은 서울에 위치하고 있긴 하지만 태어나서부터 여태까지 가장 많이 안와 본 지역이다. 웬만하면 다 이곳저곳 다 다녀봤는데 유독 여긴 안 오게 됐다. 나의 활동 경계선을 굳이 나누라면 시청 위와 아래로 볼 수 있겠다. 강서에 살았기 때문에 이 아래 쪽은 거의 다 다녀본 것 같다. 강동구, 성동구 라인도 동네 친구가 이 근처로 학교를 다닌다거나 놀러는 몇번 가봤는데 그냥 이상하게 잘 안 가게 됐다. 아마 거리가 좀 멀고 2호선으로 오려면 정말 지루한 길을 쭉 타고 와야해서 발걸음이 잘 안 떨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굳이 방문해야할 이유가 없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전혀 안 가본 것은 아니다. 건대 커먼그라운드라든가 에스팩토리에 전시회를 보러간다든가 가보고 싶은 경우가 있을 때는 가봤다. 근데 손에 꼽을 정도의 방문 횟수이고 위 사례처럼 내가 여길 왜 갔는지 정확히 알 수 있을 정도다. 오늘 포스팅하는 서울숲 공원의 경우도 예전에 딱 한번 가본 적이 있다. 그러나 목적이 좀 달랐는데 이때는 오랜만에 친한 동생을 만나기 위해 여기로 갔고 밥을 먹고 겸사겸사 산책을 하기 위해 우연히 들렸다. 그때 딱 처음 보고 와 한국에 이렇게 잘 만들어둔 곳이 있었구나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났다.



그렇게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채로 한번 더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거리 때문에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근데 요즘 날씨도 좋고 한번 조용히 걷고 싶기도 해서 산책하기 좋은 곳인 여기가 떠올라 이렇게 주말에 방문하게 됐다. 다행히 이제는 9호선이 편하게 좀 뚫려서 예전보다 더 빠르고 쾌적하고 쉽게 도착할 수 있었다. 원래 대충 1시간은 걸리는 거리인데 40분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우선 공원에 들어가기 전 근처에서 밥을 먹었다. 나름 유명지여서인지 맛집도 많고 골목골목 카페도 많았다. 다만 사람도 그만큼 많기 때문에 어딜 들어가든 웨이팅은 필수였다.


이제 배도 든든히 채웠겠다 본격적으로 걸어야했다. 첫 만남에 아주 짧은 시간 머물렀던 서울숲이지만 오늘은 여기를 위해 하루를 비워놨기 때문에 아주 마음 편하게, 유유자적하게 거닐 수 있었다. 그래서 더 기대됐고 산책하기 좋은 곳은 오랜만이라 조금 설레이기도 했다. 평소에 워낙 빠르게를 외치고 살기 때문에 이런 시간이 틈틈히 필요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왔다.



외국에서나 본 것 같은 해당 지점에서의 세계 각국 유명 도시에 대한 거리가 나타나있는 표지판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괜히 반갑고 여기가 사진 포인트 같아서 사진을 찍고 싶었다. 그렇게 몇장 찍었는데 모델도 문제긴 문제겠지만 주변 뷰가 워낙 황량해 내 생각만큼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과감히 패스했다. 이때부터는 조금 사진을 건지겠다는 마음을 비우고 편하게 현재를 즐기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거니는데 첫째로 느낀 것은 사람이 정말 많다였다. 주말이라 행사가 있는지 단체로 같은 옷을 입고 오는 아이들이 보였고 큰 소리들이 들려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나처럼 그냥 놀러온 사람들도 굉장히 많았다. 여기가 딱 중심지 같은데 여길 본 첫 느낌은 파리에 놀러갔을 때 방문했던 뤽상부르 공원이 떠올랐다. 거기 처음 봤을 때 이런 곳도 있구나하며 굉장히 놀랬었는데.. 한국에도 있었다. 다만 여기선 사람들이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 앉지만 유럽에선 그냥 잔디 위에 앉는다는 차이가 있긴 있었다.



사람도 구경하고 주변 풍경도 구경하고 수다도 떨며 천천히 거닐었다. 그러다 가운데에 작은 호수 같은 것을 발견했다. 서울숲 공원을 처음 왔을 때 아마 이 근처를 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때도 물을 보고 와 여기 잘 되어있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놀이터에는 흙모래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공간과 위로 올라가거나 탈출을 할 수 있는 다양한 조형물들이 설치되어있었다. 요즘엔 다 안전이다 뭐다해서 이런 공간들이 많이 사라지고 있는 추세인데 여긴 오히려 활성화시켜둔 모습이다. 같이 온 부모님들이 아이를 항시 쳐다보고 계시긴 했지만 잘해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쭉 지나오다보니 편의점이 눈에 들어왔다. 평소라면 뭘 먹든가 마시든가 했겠지만 이미 배는 터질 지경이었고 이따가 카페도 갈 예정이었기 때문에 패스했다. 다만 그 앞에 벤치에 앉아 치킨을 먹는 사람들을 보고 순간 혹하긴 했다. 그래도 고양이들을 만났다. 아마 이 근처에 먹거리들이 있다보니 자기들에게 밥을 주는 사람들이 많아 여기 잔디밭에서 놀면서 생활하는 것 같았다. 부르면 오는 개냥이들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크게 경계하지 않았고 둘이서 신나게 뛰어놀았다. 그냥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힐링됐다.


다시 길을 따라 쭉 걸었다. 정말 사람이 많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장소가 넓어 걷는데 막 신경쓸 정도는 아니었지만 피해가긴 해야했다. 행사가 없는 주말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으나 한편으론 집과 멀지 않은 곳에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걷다가 정말 저기서 앉아 쉬면 좋을 것 같은 벤치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미 그런 장소는 다른 사람의 차지였다. 그렇게 그냥 지나칠려는 찰나 그 사람들이 딱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그래서 잽싸게 뛰어가 해당 벤치에 앉았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 30분이 넘게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위처럼 사진을 찍기도 하고 호수에 돌을 던지고 놀다가 보안요원들에게 잔소리를 듣고 겁먹어 도망가는 아이들을 구경하기도 했다. 또 울면서 날아다니는 매미를 사냥하는 새의 모습을 우연치 않게 봤다. 그냥 이런 모든 순간들이 좋았다. 도심에서는 쉽게 보기 힘든 모습들이기 때문이다.



요근래 갇혀있는 기분도 들고 답답해서 좀 기분 전환이 하고 싶었는데 여기에 와서 어느정도 그 짐을 덜어낸 것 같다. 이정도까지 기대했던 것은 아닌데 생각보다 더 좋았고 앞으로 종종 여기를 찾게 될 것 같다. 일년에 두번 이상은 꼭 등산을 가듯이 여기도 정기적으로 방문해야겠다. 맛있는 레스토랑도 발견했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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