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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보문단지 전동 자전거 대여하고 마음껏 달려보자

디프_ 2019. 7. 31. 19:22

전동 자전거 대여 하나면 충분한 경주 보문단지 투어

짧은 2박 3일 중 하루는 온전히 경주 보문단지라는 곳에서 쓰기로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목적이 옛 추억 살리기도 있었지만 좋은 풍경에서 편하게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 충족도 있었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서 어떤 사진을 봤었는데, 경주 어느 꽃들 사이에서 누군가 자전거를 타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진을 보고 이거다 싶었고 나도 언젠가는 그러리라 다짐했다. 사실 퇴사했을 때 혼자라도 다녀오려 했었는데 이곳저곳 외국을 떠돌다보니 계절을 놓쳐서 어쩔 수없이 가지 못했었다.


친구가 꼭 여기에 숙소를 잡으라고 알려주었던 보문단지 쪽에는 아쉽게도 숙소를 잡지 못했지만 자전거는 마음껏 대여할 수 있었고 여러 업체 중 괜찮은 곳을 찾아 굳이 페달을 밟지 않아도 나갈 수 있는 전동으로 빌렸다. 처음엔 온전히 페달로 굴려서 가는 것을 알아봤는데, 생각해보니 거리가 꽤 되기도 하고 한번 편하게 마음껏 달려보고 싶은 욕구가 생겨 전동으로 택했다. 그리고 애초에 일반 자전거는 거의 없었고 대부분 전동이었다.



처음엔 인터넷을 통해 그나마 좀 더 싼 애를 구해보자고 티켓을 찾아봤다. 다행히 쉽게 발견할 수 있었고 업체 측에 전화해보니 현장에 와서 결제를 해도 된다고 해서 굳이 미리 티켓을 구매하지 않고 방문해 상태를 보고 바로 결제를 하려했다. 그렇게 택시를 타고 어렵게 해당 업체에 도착했는데 내가 찾는 자전거가 없었다. 1인용을 원했는데 전부 2인용이었다. 그래서 혹시 몰라 찾아둔, 다른 곳으로 가봤는데 거기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장사를 잘못하고 있는 것이 여기 업체들의 생각은 일단 모든지 있다고 말하고 손님을 유인한 뒤 '없으면 다른거라도 하겠지'라는 마인드로 운영을 하고 있었다. 너무 화가 났다. 일부러 여기 해당 전동기가 있다고 해서 택시로 빙 돌아서 왔는데.. 근데 뭐 사실 화낼 필요도 딱히 없었다. 그냥 잊으면 됐다. 다른 곳에 확인 전화를 해 거긴 진짜 확실히 있음을 확인했고 그 업체까지 걸어가기로 했다. 근데 이 사람마저도 현재 내 위치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다고 해놓고선 한 30분을 넘게 걸었던 것 같다. 아무튼 시작부터 험난한 하루였다.



근데 전동 자전거 대여 가격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았다. 시간당 15,000원으로 두시간 동안 두대를 빌리면 50,000원이 넘었다. 가격을 아예 안 그리긴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쌌다. 그래도 여기 온 목적이 이것이기에 안 빌릴 순 없었고 어떻게 어떻게 말을 해 2시간 동안 빌리고 경주 시내까지 타고 가 해당 지역에서 다시 반납하기로 했다. ATV도 있긴 했는데 처음 타는 사람은 운전이 힘들고 괜히 복잡한데 사고가 날 것 같아 그냥 자전거만 대여하기로 했다. 아 그리고 카드 결제는 안된다고 하여 현금으로 지불했다. 이래저래 너무 장사치 같은 구석이 많았던 날이다.


간단한 작동 방법을 설명 듣고 본격적으로 달려보기 시작했다. 우선 근처에 있는 메타세콰이어길로 향했다. 근데 분명히 근처에 온 것 같은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주변에 장사하고 계신 분에게 인사를 드리며 여쭤봤는데, 큰 가게가 들어서면서 메타세콰이어길이 전부 없어졌다고 했다. 나무를 다 잘랐대나 뭐래나.. 어제 문 닫은 맛집에 이어 길 하나가 없어져버렸다. 속으로 좀 슬프긴 했다. 뭔가 자본에 의해 자연이 훼손된 기분이랄까.. 물론 소유권자의 마음이긴 했지만 안타까운 것은 사실이었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바로 옆에 강이 있고 괜찮은 길이 있길래 아래로 내려왔다. 길이 뻥 뚫려있고 위에 비해 사람도 많이 없어 쭉 달리기 좋아보였는데 아쉬운 것은 날씨였다. 강 때문인지 상대적으로 더 춥게 느껴졌다. 날씨만 괜찮았더라면 우선 길을 모르더라도 이 길 따라 쭉 달려볼 생각이었는데, 괜히 또 한바퀴 돌기만 하고 목적지에 가까워지진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아 조금만 둘러본 뒤 다시 위로 올라왔다.


경주 보문단지에서의 구경은 대충 끝났고 이제 숙소가 있는 시내 쪽으로 쭉 가기만 하면 됐다. 자전거 전용 네비가 별도로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린 전동기였기에 티맵이나 카카오맵으로도 충분할 것 같았고 목적지를 찍은 뒤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길을 헤맬까봐 엄청 고생했는데 대여해주시는 분께서 걱정하지 말라고 그냥 길 따라 쭉 직진하면 된다고 반복해서 말씀해주셔서 걱정을 좀 덜었다.


그렇게 딱 달리려고 마음의 준비를 끝낸 찰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옷이 젖을 정도로 쏟아지는 것은 아니었는데 추위가 더 심해질 정도는 충분했다. 다시 대여점에 돌아가 비가 오는데 어떡하냐고 물으니 그렇게 많이 오진 않을 것 같고 가다가 정 안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구름을 가리키면서 아마 저쪽까지 가면 괜찮을 것이라는 말씀까지 해주셨다. 우선 가긴 가야겠구나라 생각했고 될대로 되라는 마음과 함께 출발했다.


그렇게 신나게 달리며 만난 경주의 또다른 모습들이다. 중간중간 서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풍경을 즐기기도 했다. 또 하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쌓기도 했는데, 자전거나 방지턱에 걸려서 날아가 넘어져버렸다. 이렇게 날라본 것은 또 오랜만이다. 예전에 운동할 때 낙법 연습할 때나 날라봤지.. 옷이 망가진 것은 괜찮은데 이날 두번째로 신은 새 신발이 망가진 것은 너무 마음 아팠다. 손바닥이 다 까져 살갗이 벗겨질 정도로 심하게 넘어졌다. 당장 치료는 힘들 것 같아 대충 주변 상가 화장실에 들어가 먼지만 털어낸 뒤 다시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목적지에 거의 다 와서 넘어진 것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다. 멘탈적으로는 정신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나름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경주 보문단지 자전거 여행이 끝났다. 사실 날씨만 좀 받쳐줬더라면 성수기에는 택시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나아보인다. 우선 경험자는 알겠지만 경주 도로 길목 자체가 워낙 좁아 시간은 엄청 오래 걸리고 요금도 그에 비례해 많이 나온다. 다음 버스 도착시간이 1시간이 넘는 것을 여기서 처음 봤다. 처음엔 기기 오작동인줄 알았는데 택시를 타고 한번 이동해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차는 많은데 도로는 1차선이라 막힐 수밖에 없었다. 근데 나처럼 운동도 할 겸 풍경도 여유로이 즐길 겸 이렇게 달려서 이동하면 시간도 절약할 수 있고 남들은 즐기지 못하는 장소들을 즐길 수 있으니, 한번 이렇게 돌아다녀보는 것도 추천하고 싶다. 단 날씨가 좋다는 가정하에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때 좀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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