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출근. 복잡함이 조용함이 되는 시간.
10월의 주말들. 출근하느라 개인적인 여유가 전혀 없는 시간이였다.
어느 기업이나 이맘때가 되면 내년도 사업계획서 때문에 더 바쁜 걸로 아는데. 그 시간이 우리 회사 내 부서에도 다가왔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입사 초기에는 평일에 나오기만 해도 힘들어서 쉬고 감기걸리고 운동도 못하고 그랬는데,
그래도 이제는 '주말에 출근을 하는구나' 하고 덤덤해질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에 살짝 신기했다.
매일 아침 그 10분이 뭐가 그리 중요한지.. 습관이란 것이 무서운건지.. 아침마다 매우 분주하다.
매번 지하철은 겨우 낑겨탈 수 있는 상태로 앞을 향해 나아가고 처음에는 위만 바라보고 한숨을 쉬었는데 요즘은 그 짬을 내 책을 읽고 있다.
인간은 역시 적응의 동물!
그렇게 회사원 생활 7개월정도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주말 출근이라는 것을 해보았다.
이른 아침 주말엔 처음 와 본 여의도. 자주 봐오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낯선 모습을 하고 있었다.
출근하는 회사원들로 복잡했던 공간이 차 소리로 시끄러웠던 공간이,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들과 떨어진 낙엽들이 전부인 조용한 공간으로 바뀌어있었다.
낯설었지만 좋았다.
가끔 출근할때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을때가 있다. 오늘은 왜 기분이 좋지라고 생각해보면 공통적으로 다 날씨가 좋았다.
개인적인 삶이 기반이 되는 회사생활을 원하는 나에게 주말 출근은 우울함을 살짝 주었지만 이 날은 기분이 좋았다.
익숙했던 사람과 익숙했던 환경에서 다가오는 가끔의 낯설음. 그 묘한 상황이 참 좋다.
하루는 우리 회사에서 영상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가 근처에 촬영이 있다하여 가보았다.
가서 어떠한 역할을 한다기보단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을 위해 간 것이기 때문에 직접적인 개입은 없었다.
그러나 구체적인 목적은 있었다. 영상이 어떻게 촬영되는지를 알아야 후에 요구를 할때 보다 현실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여태까지 이런 경험이 없기도 했고, 사무실에서 지켜보는 것과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차이가 있을 것이기 때문에 한번은 경험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적인 목적도 있었다.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생겼다. 그 일은 영상과 관련된 기술이 필요했고 배울 시간이 없는 지금, 개인적으로 짬을 내 터득해야만한다.
이끌어 줄 조력자도 없고 조언들 얻을 경험자도 주변에 하나 없었기에 좀 막막했었는데, 이렇게 현장을 옆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다가왔다.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나 번뜩하며 깨달음을 얻을 순 없었지만 전문가들의 고충을 어느정도 알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또, 이거해서 힘들고 저거해서 시간없다고 투덜대고 있는 나에게 어느정도 자극제가 되어준 날이였다. 열심히 삽시다 디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