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유럽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보다.

디프_ 2018. 2. 9. 15:40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보다.

(Santiago Bernabeu Stadium)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사실 스포츠에 그렇게 많은 관심이 없다. 월드컵을 한다던가 재미있는 프리미어리그가 있을 때 가끔 챙겨보는 정도지, 좋아하는 팀이나 선수가 있다거나 하지 않는다. 그에 따라 남들이 자주 가는 야구장이나 축구장을 직접 가본 적도 없다. 아주 어렸을 때 아버지를 따라 야구장 한번 가봤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놀랐던 기억이 하나 남아있는 것 빼고는 말이다.

 

이번 스페인 여행에선 최대한 안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었고 그중 하나가 이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에서 처음으로 축구 경기를 보는 것이었다. 그래서 찾아보니 딱 도착하는 당일 날 레알마드리드와 토트넘의 챔피언스리그가 있었고 인터넷으로 표를 구입하고 가게 되었다. 사실 이 당시 걸림돌이 많았다. 스페인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택시를 타고 숙소로 이동해 짐을 두고 또 바로 택시를 타고 경기장으로 향해야 했다. 정말 비행기 연착부터 해서 하나의 오차도 없이 이동해야 딱 알맞게 도착할 수 있었다.

 

사실 좀 정신 사나웠다. 첫날엔 좀 정신사납기 때문에 혹시 실수라도 할까 싶어 그냥 보지 말까도 했었는데, 안 보면 후회할 것 같아 그냥 티켓을 사버렸다. 결과적으론 너무 좋았다.

 

 

 

 

우선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가까운 거리에 위치하고 있어 가격이 많이 나오진 않았다. 일부러 숙소도 첫날엔 stadium 근처로 잡았다. 나와 같은 상황이 있는 사람이 있을 것 같아 이 숙소에 대한 소개는 다음에 해보려한다.

 

도착한 마드리드의 첫 느낌은 상당히 좋았다. 택시 줄을 잘못 서 있었는데 저기로 가야한다고 손짓해주는 택시기사님도 있었고, 가는 와중에 헛기침을 한번 했는데 내가 추워하는 줄 알고 바로 에어컨 조절을 해주시고. 배려심이 느껴졌다. 사실 추워서 그랬던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가는 와중에 기사님과 이런저런 수다를 떨었는데, 이게 나름 빅매치라고 해서 어제부터 길거리에서 응원가를 부르고 나름 난리가 났다고 한다. 점점 더 설레어갔다.

 

 

 

 

목도 마르고 화장실도 가고 싶었는데 숙박 사장님께서 그래도 처음인데 늦으면 안된다고 타고 왔던 택시까지 잠깐 기다려달라고 부탁을 해서 아무것도 못하고 짐만 둔체 바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으로 왔다.

 

입구부터 경찰들이 보였다. 저런 차들도 그렇고 말을 타고 다니는 경찰은 처음 봤다. 살짝 무섭긴 했는데 오히려 안전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날씨 역시 무척 좋았다. 한국보다 안 추웠고 맨투맨 하나 정도면 충분했다. 이때가 10월 중순이었다.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스타디움

 

 

살짝 늦었다. 한 10분정도..? 그래도 최악의 경우 전반전을 포기할 생각까지 했었는데 나름 선방했다. 오프닝을 못 봐 아쉽긴 하지만...

 

사람이 너무 북적거려 어디로 입장해야하는지 순간 찾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물어물어 뛰어다니며 잘 찾아왔다. 입구에서 내가 프린트 해온 티켓 QR코드를 리더기에 찍고 들어가면 된다. 안에 들어가 소지품 검사를 하게 되는데 가방을 직접 열어 보여달라고 하신다. 별다른 것이 없어 무사히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물이나 간단한 먹거리는 미리 사서 들어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안에 들어가면 너무 복잡하고 막상 움직일 시간도 딱히 없다.

 

 

 

 

좀 늦게 들어와서일까 내부는 상당히 복잡했다. 우선 자리 찾기가 너무 힘들었다. 걸어다니는 길목도 좌석과 좌석 사이를 지나가야해서 다른 사람한테도 약간 민폐였다. 우왕좌왕하고 있으니 안내원이 다가와 직접 자리를 찾아주었다. 내 원래 자리에 다른 사람이 앉아있었는데 일행이 바로 옆자리였나보다. 바로 뒤가 자기 자리인데 비켜줄 수 있냐 해서 알았다고 했다. 이때 따봉 하나 받았다.

 

처음 스타디움에 딱 들어왔을 때 그 기분을 잊을 수가 없다. 응원 소리도 엄청 컸고 이 많은 사람들이 한 곳에 집중하고 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좀 신기하고 낯선 경험이었다. 그 에너지가 나에게 느껴졌다.

 

 

 

 

저 천막으로 가려진 공간에 있는 좌석이 어웨이팀을 응원하는 사람들이다. 뭐 던질까바 저렇게 막아둔건가.. 근데 이날 처음으로 직관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원정팀 응원의 목소리가 더 크다. 그리고 더 재밌게 응원한다. 신기했다. 하도 목소리가 크고 잘해서 그런지 나를 제외한 현지인들도 가끔 저쪽을 쳐다봤다.

 

시합에 있어 홈 어드벤티지가 매우 크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런 것을 보면 또 크게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서 사진에서 상당히 거리감이 있어보이지 실제 경기장에 들어서면 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생각보다 가까워서 놀랐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3섹터에 가면 정말 잘 보일 것 같다.

 

상대편의 과격한 플레이나 심판의 어정쩡한 판단이 내려질 때마다 함성과 야유 소리가 나는데 그 순간들이 정말 재밌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야구 시즌에 야구장을 그렇게 가는구나 싶었다. 이런 문화를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이날은 원정팀인 토트넘에게 레알마드리드가 선제골을 먹혔었는데, 사람들이 다 일어나 뒤를 보길래 나도 따라봐봤다. 저 작은 화면이 Tv로 생중계되는 화면인가본데, 다시보기가 나왔었다. 바로 뒤에는 아마 실시간으로 뉴스를 내보내는 언론사 사람들을 위한 자리인 것 같았다.

 

 

 

 

하프타임에는 잔디 구장에 물도 나오고 쓰레기들을 제거하는 짧은 청소시간이 있었다. 또 몇몇 선수들이 나와 몸을 풀기도 했다. 관람객들은 이때 화장실을 다녀오거나 챙겨온 음식을 먹었다. 대부분 다 빵을 가져와서 먹었다. 이때 옆 사람이 마드리드 팬이냐고 하면서 말을 걸어 잠깐 수다를 떨었다. 근데 이분이 살짝 취하셨는지 좀 재밌었다. 앞사람한테도 말 걸고.. 같이 온 친구들은 이 사람을 보면서 재밌어하고. 덕분에 좀 심심했던 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아까부터 화장실을 참아 갈까도 했었는데 자리 찾는게 더 귀찮을 것 같아 그냥 참았다.

 

 

 

 

마드리드 축구장에서 내가 몰랐던 사실을 하나 알게 되었다. 홈팀이 골을 넣으면 빵빠레와 같은 노래가 나오고 다 같이 응원가를 부르며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난다는 사실을 말이다. 행여 이게 페널티킥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이때 좀 바보 같은 상황이 있었는데, 페널트킥이라 골을 넣을 게 확실해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근데 나도 모르게 골이 들어가는 순간 종료 버튼을 눌러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을 담았어야 했는데 그 순간에 끝내버렸다.

 

근데 나랑 똑같은 사람이 여럿 있었다. 뭔가 본능은 다 비슷한가보다.

 

 

 

 

그렇게 9분 같은 90분이 흐르고 끝이 났다. 이날 스페인어 하나를 배웠다. 옆 사람이 계속해서 마몽? 마모?라고 했는데 이 말이 뭔가하고 알고 싶었는데 지금 검색해봐도 안 나온다. 이게 무슨 말이지.. 궁금하다.

 

치가 끝나고 아래로 내려가 사진을 좀 찍으려 했는데 가드들이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아마 빠르게 정리를 해야해서 그런가보다. 그러니 사진을 찍고 싶으면 미리 찍는 것이 좋겠다. 바로 이렇게 내보낼 줄은 몰랐다. 어차피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었지만 말이다. 밖으로 나와 화장실을 가려했는데 사람들의 줄이 너무 길었다.

 

 

 

 

축구 경기가 끝난 후 Santiago bernabeu stadium의 밖의 모습.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있고 이날 결과가 좋지 않았음에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아마 엘클라시코였더라도 이랬을까..? 그때의 분위기가 갑자기 궁금해진다.

 

나의 생애 첫 직관 후기. 정말 좋았다. 또 경험하고 싶다. 그래서 올해에는 좋아하는 스포츠를 하나 정해 직관을 좀 다녀볼까 한다. 단순히 스포츠를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좋은 에너지를 얻어올 수 있을 것 같다. 좋은 문화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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