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는 깔끔했는데 맛이나 메뉴 구성은 노포 확실했던 청량리 경동시장 맛집 감초식당 돼지갈비

드디어 그렇게 와보고 싶었던 청량리를 와봤다. 사실 그렇게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니는데 서울을 중심으로 동쪽은 많이 안 가봤다. 정확한 동쪽은 아니지만 가더라도 뭐 강남 쪽이나 성수 이런 곳을 많이 가봤던 것 같다. 그 강동구 라인들에도 여태까지 못 가본 맛집들이 많았는데 막상 가본 적은 없다. 그 한국외대 그쪽 라인이나 고대 그쪽도 여기저기 괜찮은 곳 많이 있다고 들었었는데 딱히 갈 상황이나 그런 타이밍이 오지 않았다. 정말 일 년에 한 번 정도 갔으려나. 그래서 뭔가 어떤 컨텐츠를 볼 때마다 여긴 도대체 어디지 싶은 곳들은 다 이쪽 라인이더라. 그렇게 가야 할 곳들이 하나씩 늘어났고 시간만 지나가고 있었다. 물론 그 와중에 다른 곳들은 열심히 다녔지만 이쪽 부근엔 발걸음이 잘 안 떨어지더라.



근데 이게 여기서 이 타이밍에 맞는 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항상 영원한 것은 없더라. 이번에 갈 기회들이 많이 생겼고 열심히 그동안 못 가본 곳들을 다니고 있다. 평소 못 겪었던 느낌들을 느껴서인지 나름 신선한 기분도 들고 재미도 있더라. 사실 개인적으로 서울에는 맛집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서울을 대표하는 그런 맛집들 말이다. 왜냐하면 서울에는 전국에서 유명한 가게들이 모여서 가게를 차렸기 때문에 서울이란 특색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노포라고 가는 곳들도 뭔가 노포 컨셉의 가게들이지 정말 지방에서 몇십 년 장사한 곳들과 비교하면 그 정체성이 좀 애매하다고 생각했다. 깊이도 그렇고 특색도 그렇고. 근데 이 부근은 확실히 뭔가 다르더라.



앞으로 종종 이쪽 부근의 맛집들을 소개할 것 같은데 그 중 한 곳이 오늘 소개할 청량리 경동시장 노포 맛집 중 하나인 감초식당이다. 사실 여기는 경동시장 메인 거리에 있는 곳은 아니다. 오히려 그 약초시장이라고 해야 하나. 그 부근에 있다. 물론 경동시장도 걸어서 한 10분 거리 안에 있어서 아예 틀린 말은 아니긴 한데, 여긴 약초시장 안에 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이쪽 지리를 잘 모르는 나로서는 처음에 도착하고 나서 그냥 이 시장이 이렇게 크구나 했었다. 근데 그 두 시장은 서로 다르더라. 일단 이 거리에 들어오면 한약 거리처럼 그 한약 냄새가 쭉 난다. 신기하다. 이런 거리가 따로 있는 줄 여기 와서 처음 알았다. 지방에 놀러 가서 가도 이런 약재 전문적인 거리는 없었던 것 같은데 서울에서 이렇게 발견했다.



그렇게 걸어오면서 구경을 하다가 어느 골목에 들어서면 바로 이 감초식당을 만나볼 수 있다. 사실 이 골목에서 여기 말고 돼지갈비를 파는 가게가 하나 더 있다. 그리고 여기만 유명한 것이 아니라 이 부근에 다른 유명한 가게들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골목거리가 구경할 정도로 길거나 크진 않고 정말 좁다. 근데 그 짧은 거리에 다닥다닥 가게들이 붙어있다. 그래서 이 가게가 아니더라도 다른 갈만한 가게들은 있다. 실제로 처음 이 골목에 들어섰을 때 다른 가게부터 지나쳤는데, 만약 우리가 가려했던 감초식당 웨이팅이 길거나 문을 안 열었으면 이 가게 가면 되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바로 눈에 들어오더라. 그만큼 뭔가 내 취향에 맞는 가게들이 이 거리에 많았다.



다행히 가게에 도착하니 웨이팅은 없고 자리가 있었다. 근데 타이밍이 좋았던 것이 남은 테이블이 한 3~4개 됐었는데 이마저도 금세 차서 먹다 보니 웨이팅이 있더라. 뭔가 피크 시간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인기는 많은 것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돼지갈비 2인분을 주문했고 먹다가 배가 고프면 더 먹자고 했다. 사실 원래 여기서 기본으로 냉면을 먹거나 뭔가 3인분을 시키거나 그랬어야 했는데 우리에겐 2차가 남아있었다. 여기 말고 2차로 다른 곳에 가기로 했다. 근데 그 2차가 빵집이나 그런 것이 아니라 냉면집이었다. 원래 위가 작아 많이는 못 먹지만 냉면은 고기 먹고 후식 느낌으로 먹을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서 여기서 먹지 말고 냉면집을 가기로 했기 때문에 여기서 너무 과하게 먹으면 안 되었다. 그렇게 욕심을 부리지 않고 돼지갈비 2인분만 주문하고 밥도 한 공기만 주문했다.



청량리 경동시장 노포 감초식당 연탄불에 구워나오는 돼지갈비의 매력.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그리고 여기 테이블은 나름 많은데 일하시는 분은 이날만 그랬던 것인지 모르겠지만 조금 부족해 보였다. 홀을 전문적으로 케어하실 한 분은 더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여기 좀 와본 단골분들은 알아서 술도 꺼내가시고 그러긴 하더라. 나의 경우 이날 처음이었는데 사람은 많고 테이블도 나름 붙어있어서 좀 정신없긴 했다. 뭔가 따로 벽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사실 뭔가 조용하거나 쾌적한 분위기를 즐길 공간은 아니었다. 근데 여기 애초에 노포 컨셉으로 방문하는 곳이니까 그런 것 기대하시는 분들은 많지 않겠다. 기본적으로 음주를 즐기시기 때문에 적당히 한잔하기엔 그런 분위기가 더 좋긴 하겠다.



메뉴는 늦게 나오지만 나오기만 하면 바로 먹어주면 되었다. 돼지갈비가 따로 구워져나오고 애초에 테이블엔 불을 둘 곳이 없기 때문에 바로 먹으면 되겠다. 사실 개인적으로 고기는 누가 구워주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게 편하다 뭐 이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잘 구운 사람이 구워주는 고기가 더 맛있어서. 고기를 잘 못 굽는 편은 아니지만 잘 굽는 편도 아니라 생각한다. 근데 잘 굽는 사람이 굽는 고기는 확실히 다르다. 근데 여기 감초식당 연탄불에 구워서 나오는 돼지갈비는 애초에 불 강도나 그런 것이 다르기 때문에 굽는 스킬이 필요하겠다. 그래서 전문가가 구워주는 돼지갈비를 바로 먹을 수 있어 그게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나오자마자 여러 찬들과 함께 돼지갈비를 먹기 시작했다. 만약 여기서 식사를 끝낼 생각이었으면 삼치구이도 먹어봤을 텐데 그건 참았다.



같이 나온 부추는 아니고 저거 뭐라고 하지. 부추였나. 아무튼 저게 너무 감칠맛 있게 맛있어서 고기 먹다가 저거 하나 먹고 그랬다. 상추쌈에는 평소와 똑같이 은근 손이 안 갔다. 그래도 요즘은 의도적으로 먹으려고 하긴 하는데 그래도 역시 돼지갈비 특성상 흰쌀밥이랑 먹기 편하더라. 그래도 저 살짝 양념한 야채를 중간중간 먹어주어서 대체가 되긴 했다. 불향이 잘 배였고, 고기 안 익은 부분 없이 부드럽고 맛있더라. 그리고 2인분 주문했는데 양이 꽤 되었다. 원래 일반 가게가면 요즘 기준 3인분을 주문해야 2인이 먹을 수 있는데 여긴 딱 2인분만 주문해서 먹어도 그 양이 괜찮았다. 그리고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렇게 구워져 나오는 돼지갈비 은근 밥도둑이다. 순식간에 흰쌀밥과 함께 해치웠던 것 같다.



그리고 저 빨간 초장 같은, 고추장 같은 저것 원래 고기 찍어 먹는 것이 아닌 것 같긴 한데 중간중간 찍어 먹으니 개인적으로 괜찮았다. 아마 이건 내가 소스를 좋아해서 그런 것 같고 돼지갈비 자체만을 즐겨도 간이 잘 배여있고 달달하니 맛있다. 근데 뭐 테이블에 있으니 안 찍어 먹을 수가 없더라. 아무튼 그렇게 열심히 먹어주었다. 먹으면서도 양이 괜찮다 느낀 것을 보면 여기 그것만으로도 요즘 물가 기준으로 인기 있을 이유는 충분하겠다. 허름한 인테리어에서 오는 노포 분위기는 아니지만, 여기 공간 자체와 방문하는 사람들의 매력으로 충분히 노포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맛있게 잘 먹었고 만약 청량리 경동시장 방문하시는 분들은 여기 감초식당 오셔서 돼지갈비 드셔보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드린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