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가게로 인정받아 3대째 운영하고 있는 태안 구옹진식당 냉면

우선 가게 소개에 앞서 백년가게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알아가보고자 한다. 이 부분의 경우 나 역시도 100% 정확하게 찾아본 것은 아닌데, 이 타이틀이 붙여진 가게들을 가서 소개 글을 보면서 알게 된 것이다. 일단 이 백년가게는 이 가게가 이미 100년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백년 동안 이어질 것 같다는 가게들에게만 주는 그런 칭호 같은 것이라고 봐주시면 되겠다. 이미 100년이 된 것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요즘처럼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5년만 버텨도 잘했다는 말이 나오는 마당에 100년이면 뭐.. 최소 이미 몇십 년은 버틴 가게들이 그 자체로도 이미 대단하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자유 시장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역사가 있는 가게들의 경우에는 그냥 경쟁에 치여 사라지기엔 아까운 것도 분명히 있으니 어느정도 지켜줄 포인트 같은 것도 있으면 좋겠다 싶다. 사실 가까운 일본 같은 경우만 하더라도 옛것이 정말 잘 지켜져 내려온다. 그것들도 분명히 힘든 시기가 있었을 텐데 이젠 그게 역사가 되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여 새로운 수입 창출이 되기도 하고. 그래서 너무 현재에 몰두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은 안 좋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는 예측할 수 없지만 너무 현재만 바라보고 중대한 결정을 하는 것도 지양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오늘 소개할 가게의 경우 사실 개인적으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다. 그리고 먹어본 뒤에 이거 호불호가 좀 있겠다 싶었다.



이번 여행 컨셉은 해루질이었다. 그래서 근방에 갈만한 곳을 찾았고, 가깝진 않지만 부산 같은 곳처럼 엄청나게 먼 곳도 아닌 태안을 찾았다. 태안에 도착하자마자 식사를 하기 위해 원래 찾아둔 가게를 먼저 방문했다. 냉면인데 여기서 나름 웨이팅이 길 정도로 현지인에게도 인기를 끄는 그런 곳이었다. 그렇게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주차된 차도 없고 사람이 없는 것이었다. 이날이 평일이었는데 평일엔 역시 괜찮구만 하면서 들어가려고 했는데 문 앞에 오늘 휴무라고 붙어있더라. 원래 휴무 날이 아닌데 이날이 휴무였나 보다. 그래서 급하게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솔직히 다른 갈만한 식당들은 많았겠다. 근데 뭔가 비슷한 류를 먹고 싶었다. 그렇게 찾다가 차를 타고 한 10분 정도 가야 하는 거리에 구옹진식당이라는 가게를 찾았다.



내가 요즘 애정하는 밀면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사진을 보니 육수 위에 살얼음이 동동 떠있고 냉면 계열로 지금 이 더위를 싹 날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북한 스타일의 냉면이라고 하니 희소성도 있고, 백년가게로서 3대째 내려오기도 하고 뭔가 여긴 가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가봤는데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주차장도 따로 없었는데 평일이고 여유가 있어서 그랬는지 사장님께서 매장 앞에 주차를 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했다. 사장님이 딱 인상부터 너무 좋으시고 친절하셨다. 가끔 이런저런 가게들을 보면 '아 이런 사람이 서비스업을 하는구나'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우리가 어딜 가든 수많은 아르바이트생부터 직원, 사장님을 만나지만 이 서비스업이 잘 맞는다 느낌이 오는 사람은 몇 없다.



정확히 뭐다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아마 무슨 말 하는지 아시는 분들은 아실 것이다. 아무튼 여기 사장님이 그런 느낌이 오시더라. 그렇게 물냉면 2개를 주문했다. 나의 경우 밀면에 빠진 뒤로 물을 주로 시키고 있다. 원래는 항상 비빔을 시키고 사이드로 육수가 나오는 것을 먹거나 그랬는데 밀면은 물이더라. 그래서 냉면도 그 뒤로는 물을 주문해서 먹고 있다. 여기 돼지고기, 고춧가루, 열무김치, 배추김치는 다 국내산이었고 냉면 하나에 물은 1만 원, 비빔은 1만 1천 원이었다. 곱빼기는 그것보다 천 원씩 더 비싸고. 이때가 여름이라 겨울 메뉴는 별도 판매하고 있지 않았는데 겨울엔 무슨 메뉴를 파시는지 궁금하긴 했다. 주문 후 음식이 바로 나오진 않고 시간이 좀 걸렸다. 여기도 주문 즉시 면발을 뽑아내시는 건가?



북한 황해도식 간장 냉면을 즐길 수 있는 70년 전통 태안 구옹진식당. 이 가게의 경우 1954년 1대 대표님이 창업을 하시고 1977년에 2대, 그리고 2019년에 현 대표이신 3대가 승계를 이어받아 운영 중인 그런 가게다. 그리고 2019년에 백년가게에 선정된 것이라고. 1대 대표의 경우 6.25 전쟁 전부터 황해도 옹진군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다가 서산으로 피난 와 여기 구옹진식당을 창업했다고 하신다. 그리고 현재는 국내 유일의 옹진냉면 전문점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지금도 북한에서는 평양냉면 다음으로 인지도가 높은 것이 이 옹진냉면이라고 한다. 낯선 이 검은 육수 때문에 간장냉면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이 옹진냉면은 서산 지역의 향토 냉면 음식점으로 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심플한 반찬과 함께 처음에 겨자나 식초를 뿌리지 않고 먹어보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콩국수나 냉면 같은 경우 처음에 아무것도 안 뿌리고 먹어보는 편이다. 물론 그런 걸 뿌려서 먹어야 하는 사람이 있을 경우 마음대로 뿌리라고 한 다음에 편하게 먹긴 한다. 따로 가리는 것은 없다. 근데 내꺼만 먹을 경우 처음엔 따로 뭔가를 넣지 않는다. 왜냐하면 내가 뭔가를 더 넣었을 때 간이 더 이상해져서 기본보다 맛이 없는 경우가 많더라. 특히 순대국에도 새우젓이나 뭐 다른 것을 넣는 것은 괜찮은데 매콤 양념 같은 것을 잘 못 넣으면 오히려 뭔가 이상하게 매콤해져서 기본보다 맛없을 때가 있어서 처음엔 최대한 기본 베이스로 즐기려 한다. 그래서 여기도 그렇게 먹어봤는데, 와 확실히 육수가 특이하더라. 여태까지 수많은 냉면과 밀면 같은 것을 먹어왔지만 이런 맛은 여기가 처음이었다. 단순 육수가 검정색이라 간장 냉면이라 불리운 것은 아닌 것 같고 그 특유의 간장 베이스 양념 맛이 느껴졌다.


그래서 결론은 어떻느냐. 이 북한 황해도식 간장냉면의 경우 호불호가 확실히 있겠다 싶다. 한국에서 그렇게 많은 매니아층에 형성된 평양냉면과 어떻게 보면 비슷한 길을 걷고 있겠다 싶다. 왜냐하면 처음 먹었을 때 이 맛을 100% 느끼긴 쉽지 않을 것이다. 먹다 보면 어느새 생각이 나고 그 뒤에 종종 찾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실제로 여기서 식사를 하고 있을 때 바로 옆 테이블에 단골인 것 같은, 여기 태안에 사시는 분들처럼 보이는 가족 일행이 오셨었는데 오자마자 물로 딱 두 개 시키고 깔끔하게 먹고 바로 나가시더라. 맛있다고 하시면서 말이다. 나의 경우 사실 이 첫날 맛있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사실 아직 평양냉면 맛도 잘 모르긴 하니까. 근데 이 희소성 자체로도 여긴 태안에 올 때 한번 방문해 보면 좋겠다 싶다. 70년 역사 동안 가게가 운영되고 있는 만큼 그 매력은 분명히 있을 테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