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의 담백함도 좋고, 순두부찌개의 매콤함도 매력적인 원효로 돈까스
평소 지나다니면서 여기 가게가 있는지도 모르는 곳들이 있다. 나중에 돌이켜보면 분명히 간판도 있고 그런데, 여기에 이런 가게가 있었나 싶은 곳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곳도 그렇다. 이 길의 경우 자주 지나다니는 곳은 아닌데 아무튼 이 가게가 있는 줄 몰랐다. 뭘 먹을까 할 때마다 여기는 리스트에 없었으니. 근데 지인이 여기에 이런 가게가 있다고, 나름 맛집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한 번 가려고 했었는데, 자리가 없어서 먹지 못했다. 막 엄청나게 인기가 많은 것은 아니고, 애초에 내부가 협소해 들어갈 수 있는 인원이 적더라. 물론 그것도 인기가 많다면 많은 것인데 아무튼 그렇게 첫 방문은 먹지 못했다. 그래서 그런지 다음에 꼭 와야겠다 싶었고, 이렇게 이날 방문할 수 있었다. 식사 시간대가 애매했기 때문에 이번엔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히 자리가 있었다. 근데 여기 이날 알고 보니 사장님께서 1인 체제로 운영하시는 곳이더라. 주문, 서빙, 정리까지 다 하고 계셨다. 그래서 우리 자리의 경우 정리가 되어있지 않았었는데, 사장님께서 먼저 정리를 해주시고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그리고 메뉴판을 살펴본 뒤에 주문을 했다. 나름 하나의 단일 메뉴들이 여러 조합으로 섞여서 다양한 방식으로 주문할 수 있었다. 그래서 좀 고르다가, 치즈 알밥을 메인으로 주문하였다. 평소 잘 먹지 못하고 사실 이제는 파는 가게도 많이 없어서 그런지 갑자기 먹고 싶어졌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반찬은 셀프바에서 가져왔다. 사실 셀프바가 있는지 몰랐는데, 여기 사람들이 알아서 떠가길래 그런가 보다 하고 나도 떠왔다. 셀프바의 단점의 경우 처음에 배고플 때 욕심이 나서 많이 담아 나중에 남기는 것인데 최대한 그러지 않도록 조심해야겠다. 그래도 김치 종류만 있으면 좀 편하긴 한데 다른 메뉴들도 있을 경우 욕심을 부리게 되겠다.
여기 원효로 돈까스의 경우 매장 내부에 대략적으로 10명 정도 앉을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한 7~8명? 사실 그렇게 꽉 차 있으면 사장님도 그렇지만 손님 입장에서도 정신없을 것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매장 자체가 1층보다는 약간 반지하 느낌으로 살짝 아래에 있는데 뭐 내부는 워낙 쾌적해서 따로 걱정할 것은 없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일단 샐러드로 입가심을 하고 있었다. 요즘따라 가는 가게들마다 이렇게 기본적으로 샐러드가 제공되는 곳들이 많은데 덕분에 잘 먹고 있다. 아무튼 양배추가 포만감도 올려주고 소화에도 좋다고 하니까. 아마 요즘 제일 잘 먹는 채소가 양배추가 아닐까 싶다. 물론 양배추만 먹는 것이 아니라 소스도 듬뿍 먹기 때문에 다이어트나 그런 것에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근데 평소 이 양배추와 소스보다 몸에 안 좋은 것을 더 먹으니까 건강식은 맞겠다.
그렇게 주문한 치즈 알밥과 쫄면, 순두부찌개가 나왔다. 쫄면의 경우 예전에 어느 가게에서 순두부찌개를 주문했는데 안에 담겨져 나오더라. 그래서 꽤나 신선하고 맛있겠다 싶었는데 여기도 안에 쫄면이 담겨져 나오네. 약간 이 용산 지역 문화인가? 내가 여태까지 먹었던 순두부찌개에는 분명히 안에 면발이 따로 없었는데 말이다. 그리고 라면이 아닌 쫄면을 넣는 이유가 있나. 라면은 불고 국물을 흡수해서 그런가. 쫄면도 육수를 잘 흡수하는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소비자 입장에선 양이 많진 않지만 가볍게라도 한 젓가락 할 수 있어 좋았다. 이렇게 기본 셋팅이 끝났고 본격적으로 비빈 뒤에 먹을 준비를 했다. 사장님 혼자서 운영하시는 곳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적당한 기다림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느리다는 것은 아닌데 손님도 정리할 수 있는 것은 같이 정리해주긴 해야겠다.
예전에 일본 오사카에서 사장님 혼자 운영하시는 커리 맛집을 간 적이 있다. 커리가 아니었나. 일본 음식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아무튼 거길 간 적이 있다. 혼자 운영하시는 가게로 꽤나 유명한 곳이었다. 바 테이블 형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었는데, 거기 손님들이 식사를 다 한 뒤에 그릇을 정리하여 바테이블 위로 올려주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따라 했던 기억이 난다. 현지인 분들은 우리처럼 관광객이 아니라 주로 오시다 보니 그렇게 도와드리는 것 같은데, 나도 그때 보고 배웠다. 아무래도 주방 안에서 서빙, 계산을 해결하는 구조이다 보니 밖에 나와서 그릇을 정리하기가 힘들겠다. 그래서 사장님도 고마워하시고, 또 다음 손님도 빠르게 입장이 가능하여 서로 좋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여기 셀프바처럼 손님이 할 수 있는 것들은 어느 정도 해주는 것이 나도 좋고 사장님도 좋고 그렇겠다.
아무튼 이 치즈알밥 정말 오랜만이다. 학창시절 정말 많이 먹었던 기억이 난다. 나만 많이 먹은 것이 아니고, 거긴 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였다. 딱 정문 앞에 있었는데 매번 사람이 많더라. 그땐 당구도 치고 그랬었는데, 요즘은 문화가 많이 달라졌으려나. 학교를 안 간지 오래되어서 어떻게 변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뭐 그때나 지금이나 생활양식은 크게 안 달라졌겠지만, 그래도 요즘은 또 달라지긴 했겠지. 학생수도 감소하고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잠시 추억에 잠겨 있었는데, 같이 먹은 일행 역시 치즈 알밥 오랜만이라며 학창 시절에 많이 먹었다고 이야기하더라. 학교도 달랐는데, 모든 대학교에는 이 메뉴가 판매되고 있었나 보다. 근데 적당히 모든 부분이 니즈에 맞았던 음식이라 생각한다. 밥을 먹을 수 있는데, 늘어나는 치즈로 시각적으로 즐겁고 또 맛도 괜찮고. 돌솥이라 뜨겁게 유지도 되고. 가격은 착하고.
치즈 알밥 한입 먹고 순두부찌개 한입 먹고 그렇게 번갈아 가면서 식사를 즐겼다. 순두부찌개의 경우 담백함보다는 라면 스프가 들어간 것처럼 매콤함이 살아있었다. 그래서 뭔가 느끼함을 확 잡아주어 중간중간 적당히 새로 식사를 하는 듯한 기분을 살려주었다. 근데 건강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의 경우 이 순두부찌개에는 불호가 있지 않을까 싶다. 한입 먹으면 그 탁 쏘는 맵기가 확 올라온다. 다만 안에 들어간 순두부 양이나 쫄면 등을 포함하면 이 세트 가격의 경우 나름 가격 착한 편이라 생각한다. 일단 두 메뉴의 조합이 좋으니까. 갑자기 이 포스팅을 작성하면서 이때의 자극적인 맛이 떠올랐는지 군침이 돈다. 확실히 맛은 뭔가 자극적이어야 반응이 즉각적으로 오는 것 같다. 가격도 착해서 여기 원효로 돈까스 종종 찾게 될 것 같다. 맛있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