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서촌에서 만난 작은 시칠리아 비텔로소띠 레스토랑

디프_ 2024. 3. 19. 20:47
하몽 한가득 올라간 루꼴라 피자와 새우, 관자, 어란으로 맛을 낸 오일 파스타

 

 

최근에 몸이 계속해서 안 좋았다. 근데 이유를 알 수 없는 증상들이었다. 뭐 감기라든가 그런 것이면 내가 이해를 하겠는데 뭔가 다른 느낌들이었다.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알아야 그에 맞는 약을 먹을 텐데 그걸 모르겠는 느낌? 그냥 컨디션이 안 좋은 것은 아닌 것 같고. 그러다가 우연히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병원을 가도 명확하게 해결이 되지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었다. 딱 그 경험을 하고 나니 뭔가 이 전반적인 과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이렇게 이날 외출을 했다. 사실 원래 이날 약속은 미리 되어있었기 때문에 컨디션이 좋든 안 좋든 나갔어야 했는데, 다행히 타이밍 좋게 몸이 좀 돌아와서 기분 좋게 나갈 수 있었다. 오랜만에 외출이기도 하고, 요즘 봄 날씨여서 기대를 갖고 나갔는데 바람이 너무 불어서 결국 봄을 즐기진 못하고 바로 집으로 돌아오긴 했다.

 

오늘 소개할 곳은 서촌에 위치한 작은 이탈리아 시칠리아를 표방하고 있는 비텔로소띠 레스토랑이다. 이 가게의 경우 내가 갔던 곳 중에서 꽤나 이색적이었다. 일단 인테리어가 예쁘고 여기만의 분위기와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여러 집기나 서비스나 그런 것도 훌륭했고, 응대도 괜찮았다. 무엇보다 내가 좀 놀랐던 것은, 다른 식당들과 다르게 조명을 조절해주시더라. 조명마다 컨셉이 있는 것 같았다. 언제는 밝게 하고 언제는 좀 어둡게 하고. 내가 간 날은 좀 어두운 느낌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너무 밝은 것보다 적당히 어두운 것을 좋아해서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일반적으로 식당은 밝은 편인데 이런 시도를 한다는 점이 좋았던 것 같다. 예약 시간에 도착하였고 메뉴를 주문하였다. 사실 이날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기 때문에, 전적으로 메뉴 선택은 지인에게 맡겼다. 이 지인의 경우 나중에 알고 보니 2주 전에 여길 왔었다고 해서 그때 괜찮았던 것들을 알아서 시켜주었던 것 같다.

 

나의 경우 사실 이날은 피자보다는 파스타가 메인이었다. 여기 오기 전날, 피자를 먹긴 했는데 파스타는 먹지 못해서 파스타를 먹으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렇게 '토마토 소스, 모짜렐라 치즈, 그라나파다노, 프로슈토크루도, 와일드 루꼴라가 올라간 산다니엘레 에 루꼴라 피자' 하나와, '새우, 관자, 어란으로 맛을 낸 소띠 시그니처 오일 파스타' 하나를 주문했다. 단일 메뉴 하나당 가격이 좀 나간다. 28,000원. 둘이서 먹으면 음료를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56,000원이 되겠다. 근데 딱 이게 2인이 먹기에 적합한 메뉴다. 세 명이 먹기엔 양이 적다. 그니까 여기 레스토랑 자체가 저렴한 편은 아니겠다. 서촌이라 어쩔 수 없나. 사실 서촌에 좋아하는 이런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하나 있었는데 오랜만에 찾아보니 가게가 폐업했더라. 아마 힘들었던 2~3년을 버티지 못하셨던 것 같다. 요즘 뭐 금리도 금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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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서 이것저것 많은 모임을 하려고 했었는데 개인적으로 아쉽다. 뭐 정해지지 않은 모임들이라 아쉬울게 없기도 하지만, 막연히 혼자 상상했던 것들이 아예 시도도 못하고 사라져서 그냥 아쉬움이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요즘 하몽에 꽂혀있다.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는데, 어디서 하몽을 먹었었는데 그게 짭조름하고 굉장히 맛있었다. 정작 예전에 스페인 여행 갔을 땐 잘 먹지도 않았으면서 한국에서 꽂히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 뷔페에 갔을 때도 하몽이 있어서 따로 먹기도 하고, 이날도 피자를 고를 때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하몽 같은 햄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붉은 빛깔의 저게 듬뿍 올라간 피자를 보고 이것을 먹자고 했다. 오일 파스타는 지인이 시그니처니까 먹어보자고 하여 주문했다. 사실 요즘 토마토 소스 계열이 꽂혀서 먹어보고 싶긴 했는데 또 시그니처는 못 참치.

 

그리고 원래 기본적으로 오일 파스타 종류를 좋아하기도 한다. 원래 어릴 적에는 빠네와 같은 크림 파스타를 굉장히 좋아했다. 파스타가 그릇이 아니라 빵 안에 담겨 나와서 그 모습 때문에 좋아했던 것 같다. 담백하기도 하고. 근데 언제부턴가 봉골레, 알리오 올리오 같은 것에 빠지게 되었다. 뭔가 심플한데 담백하고 맛있더라. 아마 짠맛을 좀 좋아해서, 그 짠맛들이 살아있는 파스타 종류가 또 오일 파스타라서 좋아했던 것 같다. 여기 서촌에서 만난 작은 시칠리아 비텔로소띠 레스토랑 시그니처 파스타 오일 역시 어란이나 새우와 같은 해산물로 적당히 짠기를 살려주었다. 그래서 사실 이 맛이 궁금하기도 해서 메뉴 초이스는 괜찮았다. 그리고 이렇게 관자와 새우들이 통으로 있는데 면을 포크로 돌돌 만 다음에 하나 콕 찝어서 같이 입 안에서 먹어주면 그 조합도 좋고 맛있었다.

 

오늘 비텔로소띠 레스토랑을 간단하게 한줄 정리하면 다음과 같겠다. '가성비는 모르겠으나, 한 번쯤은 방문하면 좋은 곳' 여기서 한 번쯤의 의미는 그냥 평소에 들리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만나는 모임이라든가, 친구와 데이트와 같은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 아니면 소개팅과 같은 만남을 할 때 들리기 괜찮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번쯤의 또 다른 의미는 재방문은 잘 모르겠다는 것이다. 아마 여기서 가격이 어느 정도 고려된 것 같다. 피자는 나름 이해가 가는데 파스타가 저 가격이면 양이 개인적으로 더 많아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재료가 훌륭해도 말이다. 예전에 압구정에 있는 성게알이 들어간 파스타를 먹었을 때는 성게알이 가득 들어가니까 이해가 됐는데 이번엔 잘 모르겠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 가서 마저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만간 또 결혼식을 가야겠구나. 사실 친구라는 관계도 결혼 이후에 많이 바뀌는 것 같다. 다들 예전 같지 않아지더라. 아무튼 뭐 맛있게 식사 잘 즐기고 오랜만에 즐거운 주말을 보낸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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