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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찐 노포 맛집 열정도 철판 쭈꾸미

디프_ 2024. 1. 9. 19:28
화끈한 불맛으로 겨울을 녹여줄 철판 쭈꾸미

 

 

천연 재료를 활용해서 매운 음식을 만들기는 개인적으로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으로 청양고추 뭐 그런 것이 있겠지만, 솔직히 그런 식재료로 만들어지는 맵기의 경우 어느 정도 맵기 초보자들도 허용할 수 있는 범위가 있는 것 같다. 어디서 뭐 보고 그런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체감으로 느꼈을 때 그렇다. 간혹 매운 음식이라고 해서 먹었는데, 이건 도저히 먹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느꼈던 매운맛들은 대부분 인위적이었다. 쉽게 말해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운맛이라는 것이겠다. 이런 매운맛의 경우 사실 어떤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하겠다. 정말 불맛처럼 화끈하게 매운맛의 경우 먹어도 맛있게 맵다. 근데 캡사이신이 들어간 매운맛의 경우 이게 맛있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정말 맵기만 하다. 물론 이 맵기를 즐기시는 분들은 그 맛을 좋아하시는 것이겠지만, 나처럼 맵찔이들은 좋아하기 힘들겠다.

 

그래서 누군가 매운 음식을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안 좋아한다고 말하는 편이다.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맵기랑 내가 생각하는 맵기랑 수준이 다를 것이기 때문에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마음 편하겠다. 그러면서 하는 말은 딱 매콤한 정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나에게 매콤하다는 것은 일단 먹으면서 입 안이 살짝 얼얼하긴 해야 한다. 근데 땀이 난다거나, 못 먹는다거나 헥헥거린다거나 그러면 안 된다. 그럴 경우 개인적으로 매운맛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어정쩡한 중간의 매콤함 맛을 솔직히 찾기 힘들다. 요즘은 워낙 극과 극인 것 같다. 건강한 맛이거나 아예 완전히 맵거나. 그래서 이런 가게들을 찾으면 나도 모르게 단골이 되고 그러는 것 같다. 오늘 소개할 곳 역시 적당한 불맛으로 내 입맛에는 꽤나 매력적인 곳이었다.

 

3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찐 노포 맛집 열정도 쭈꾸미. 이 가게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여길 지나가다 우연히였다. 이 골목의 경우 맛집이 여러 군데 있긴 한데 거리 자체는 한산한 편이다. 그래서 장사가 잘 되나 싶으면 가게 안에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약간 점심시간 기준으로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은데, 저녁에는 내가 와보지 않아 정확히 잘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거닐다가, 이 가게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전체적인 벽 인테리어부터 눈에 띄게 독특한 모습이 있어서 무슨 메뉴를 판매하는 곳인지 궁금했다. 그렇게 둘러봤는데 매장 안에는 사람들로 꽉 차 있더라. 그리고 신기하게도 웨이팅을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따로 있었다. 그것을 보고 다음에 여기 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렇게 이날 오게 되었다.

 

사실 웨이팅이 있으면 이날은 패스하려고 했었다. 날씨가 워낙 추웠어서 기다리면서까지 먹을 필요성은 딱히 들지 않았다. 근데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이었던 듯이, 다행히 웨이팅이 없었다. 아마 근처 직장인들도 거리가 있는 곳보단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해결을 했던 것 같다. 덕분에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근데 신기한 것이 한 20분 정도만 늦게 왔어도 사람이 꽉 찰 뻔했다. 물론 여기 내부에 테이블이 어느 정도 있어서 웨이팅을 하거나 못 먹을 정도는 아니었지만, 텅 빈 내부 공간이 금세 다 찼다. 확실히 인기는 있는 곳이다. 메뉴가 메뉴이다 보니 술과 함께 즐기는 손님들도 보였는데, 아마 밤에는 더 북적북적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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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도 쭈꾸미 가게의 경우 처음부터 먹기 직전까지 일하시는 분께서 다 손수 신경을 써주신다. 근데 이게 워낙 바쁘시면 타이밍을 좀 못 맞추시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럴 경우 손님이 알아서 좀 뒤적거려 주는 것이 좋겠다. 안 그러면 눌어붙어서 좀 탄다. 우리가 좀 그랬다. 가만히 냅둘까 하다가 이건 아닌 것 같아서 좀 휘휘 저었는데, 그때 딱 봐주셔서 자리로 와서 도와주셨다. 뭐 근데 메뉴가 메뉴인지라 적당히 철판에 눌러붙어서 탄맛을 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철판 주꾸미 2인을 주문했고, 점심 가격 기준으로 다소 센 편이지만 또 메뉴가 쭈꾸미니까 그 정도 값어치는 지불할 수 있겠다. 물론 맛이 기본적으로 따라와 주긴 해야겠다.

 

생으로 나왔던 쭈꾸미가 다 구워졌다. 확실히 구워지면서 사이즈가 줄어들었다. 처음엔 다소 양이 적게 느껴져서, 3인분을 시켰어야 했나 싶은데 역시나 먹다 보니 양이 딱 배불렀다. 2인분은 2인분이 맞았다. 근데 밑반찬이랑 이런 상추쌈 등을 같이 곁들여줘야 포만감이 높으니까 기본으로 나오는 찬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실제로 먹으면서 여기 사장님께서 알아서 조합을 짜주셨는데, 그 부분을 활용하는 것이 최고였다. 기본 샐러드 같은 것도 매운맛을 잡아주어 좋았고, 기름장도 은근 별미였다. 사실 소금 기름장이 뭐가 맛있을까 싶었는데 이게 조합이 너무 좋더라. 해산물에 소금 기름장을 찍어 먹을 상상은 못했는데 이게 너무 맛있어서 나중에 여기에만 찍어서 먹었던 기억이 난다. 역시 맛의 세계는 신기하다.

 

떡사리는 사실 평소에 그렇게 즐기는 편이 아니다. 왜냐하면 메인 메뉴 먹기에도 배가 부르기 때문에 떡사리까지 굳이 먹으면 오히려 남기는 경우가 많아서. 근데 여긴 나온 것을 최대한 많이 즐겨줘야 한다. 재료 값이 비싸서인지 양 측면에서 딱 적당한 정도이지, 가성비가 좋을 정도로 많은 편은 아니다. 쭈꾸미가 그렇게 비싼가 싶어서 원산지를 보니 국내산은 아니었다. 근데 해산물 자체가 일반적으로 높은 값에 형성되어 있긴 하니까. 그리고 요즘은 오징어부터해서 가격이 다소 비싸다고 듣긴 들었다. 그래도 떡사리 자체가 쫀득쫀득 맛있긴 했다. 쭈꾸미도 먹어주고 쌈도 즐겨주고, 기름장도 찍어서 먹어주고 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배를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인테리어도 노포 분위기로 감성 있고, 낮이어서 아쉽긴 했지만 확실히 저녁에 술 한잔하기에도 여러모로 좋아 보였다. 그러니까 대기줄까지 생긴 것 아닌가 싶고, 한 자리에서 또 30년 이상 장사를 하는 것이 여간 쉬운 것이 아닌데 그것을 해낸 것을 보면 확실히 기본기는 있다는 의미가 되겠다. 사실 5년도 대단한 것이라 생각한다. 근데 요식업이 30년이면 웬만한 기업 수준이라 생각한다. 콩나물도 셀프바에서 더 가져와서 먹었다. 근데 확실히 뭔가 아쉬웠다. 여기 양념 자체가 맛있어서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요즘은 볶음밥을 잘 안 비벼 먹긴 하는데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밥을 하나만 볶았다. 또 2개를 볶기엔 헤비 할 것 같아서. 쭈꾸미를 살짝 남겨준 뒤에 밥과 함께 볶아서 먹으면 더 맛있게 즐길 수 있겠다. 볶음밥 역시 주문하면 알아서 볶아주시기 때문에 손님 입장에선 그냥 먹기만 하면 되어서 편했다.

 

맛있게 볶아진 볶음밥. 식후로 먹는 볶음밥의 경우 한 공기도 충분한 것이, 이렇게 여러 재료들과 함께 펼쳐지기 때문에 한입씩 먹으면 양이 딱 맞다. 여기에서 밥을 더 볶으면 두꺼워지는 것인데 사실 이렇게 눌어붙어서 먹는 것이 더 맛있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밥을 두 공기씩 따로 볶기도 하던데,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 그렇게 해본 적은 없어서 잘 모르겠다. 30년 동안 한자리를 지킨 찐 노포 맛집 열정도 철판 주꾸미. 오랜만에 이렇게 볶음밥까지 먹게 만든 맛있는 곳이다. 이렇게 달콤 매콤한 양념 베이스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요즘 날씨가 매우 추운데, 가끔 이렇게 살짝 땀이 나는 불맛으로 체온을 올려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다.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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