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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맛과 비쥬얼을 그대로 유지한 오래된 노포 중국집 신흥각

디프_ 2023. 10. 9. 10:55
자극적이진 않아도 물리지는 않는 용문시장 노포 중국집 신흥각

 

한국에 노포 유행이 일기 시작한 지 한 2~3년이 흐른 것 같다. 처음에 을지로 때문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접하기 시작하다가, 유튜브나 그런 매체들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하면서 뭔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형성이 된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도 이전부터 오래된 가게 방문하는 것을 좋아하긴 했다. 대표적으로 어디 놀러 가면 꼭 시장 같은 곳을 들리곤 했으니까. 실제로 그 행동 자체에 재미를 느끼기도 하고, 일상에서 접하기 쉽지 않은 환경을 만나다 보니 정말 여행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근데 이런 행동에 노포라는 특정 단어가 붙으니, 아 이런 것이었구나 싶어서 그 뒤로 뭔가 더 그런 행동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긴 것 같기도 하다. 아직까지도 이러한 트렌드는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 같고 젊은 층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오늘 소개할 용문시장 노포 중국집 신흥각 역시 이러한 곳 중 하나다. 사실 검색을 했을 때 이 가게가 잘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인터넷에 친숙하지 않다는 의미겠다. 따로 검색을 해서 나와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기타 정보가 뭐 알려진 것이 없다. 그래서 인터넷으로 찾아가기엔 쉽지 않은 가게다. 실제로 이 가게 역시 지나가다가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새로운 중국집을 가고 싶었는데 마땅한 곳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못 먹고 있었는데 이 가게를 발견하고 난 뒤에 이렇게 찾아올 수 있었다. 이 근처에 은근 중국집이 없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찾아보니 있긴 있더라. 가게는 2층에 위치해 있고 올라오는 계단이 굉장히 가파르다. 노포 특징 중 하나가 가게가 전체적으로 오래된 것처럼 허름하다는 것인데 여기가 그렇다.

 

그래도 메뉴는 트렌디했다. 탕수육과 짜장, 짬뽕 세트가 따로 있었다. 가격도 착했다. 1인당 1만원 정도의 금액. 문제는 양이었는데 이날 처음 먹어본 날이었기 때문에 잘 몰랐다. 그래도 면만 먹기엔 심심해서 이렇게 세트로 주문했다. 주문을 하고 시간이 좀 지나서 메뉴가 나왔다. 가게 내부는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좌식 공간과 테이블 조금 있었다. 한 번에 합석 가능한 인원은 약 20명 정도로 매장이 좁지도 넓지도 않았다. 바로 주방장이 연결되어 있어서 계속해서 음식 냄새가 매장 내부에 퍼졌다. 적절히 식욕이 자극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렇게 탕수육이 먼저 나왔다. 비쥬얼을 보면 확실히 요즘 먹는 탕수육과 다르다. 뭔가 좀 허여멀건하다고 해야 하나. 자극적이 아닌 옛 그대로인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여기 기본적으로 소스가 뿌려져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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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수육을 찍어 먹느냐, 부어 먹느냐 요즘 말이 많은데 여기 사장님께서는 처음부터 그냥 부어서 내어주신다. 개인적으로 찍어 먹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어 먹어도 부어 먹는 것 나름대로 매력이 있어서 크게 호불호가 있진 않다. 주는대로 잘 먹는 편이다. 그리고 원래 기본적으로 탕수육 자체는 소스를 부어서 먹는 것이 맞다고 한다. 그래서 고급집 가면 애초에 부어서 나온다고. 근데 뭐 세상이 변하는 것처럼 그러한 흐름도 자연적으로 변화하는 부분이 필요한 것도 맞다는 생각이 들어서 뭐 예전이 맞다고 해서 지금도 맞다는 것은 잘 모르겠다. 그래도 뭐 주는 대로 먹는 편이긴 하지만. 아무튼 여기 사장님께서 이걸 의도하신 것인지, 아니면 이런 논란이 있는 것 자체를 모르시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여기는 기본적으로 부어서 나오니 참고 부탁드린다.

 

옛맛과 비쥬얼을 그대로 유지한 오래된 노포 중국집 신흥각 짬뽕과 짜장면의 비주얼이다. 뭔가 확실히 빛깔부터 해서 요즘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전체적으로 여기가 심플한 느낌? 색채가 그렇게 강하지도 않고. 실제로 맛 자체도 그렇다. 어떻게 보면 요즘 자극적인 맛들과 비교해서 전체적으로 심심한 느낌이 있다. 짬뽕 자체의 불맛은 살아있는데 국물이 좀 심심하고 짜장면 역시 빛깔이 막 완전 검정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느낌은 아니다. 실제로 먹어봐도 그렇다. 이렇게 삼삼한 베이스이기 때문에 물리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간단히 말해서 짬뽕 국물을 먹을 때 밥을 말아야겠다는 생각보단 국물 그 자체로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맛이랄까. 그리고 전체적으로 약간의 기름짐 같은 부분은 있었다.

짜장면에 고춧가루를 푸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짬뽕 국물 한두 숟가락 정도는 넣는 것이 좋다고 한다. 배달 기준으로 이러면 면발이 잘 풀어지기도 하고 적당한 매콤함이 안에 배인다고. 솔직히 뭐 먹는 입장에서 잘 모르겠긴 하는데 먹잘알들이 이렇게 먹는다고 하니 어느 정도 신빙성이 있어 보여 따라서 하긴 한다. 남들 따라 하는 것을 잘 안 좋아하는데 이런 것은 나도 모르게 따라 하고 있었구나. 그래도 그냥 매운맛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지만 매콤함은 좋아하니까 뭐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이렇게 짜장면과 짬뽕을 동시에 즐기면서 중간중간 바삭바삭한 탕수육을 먹어주었다. 개인적으로 이날은 탕수육이 제일 맛있었던 것 같다. 그다음 짜장이고 마지막이 짬뽕이었다. 짬뽕은 좀 매콤함을 기대했는데 좀 심심해서 아쉬웠던 것 같다.

 

탕수육을 짜장면과 같이 먹기도 하면서 열심히 식사를 즐겼다. 짬뽕 안에는 이렇게 여러가지 재료들이 들어가 있었다. 용문시장에 위치한 오래된 노포 중국집이라고 하여 뭐 대충 나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오히려 흉내내기를 하지 않으니 이런 곳들이 정통으로 나오는 부분이 있다 생각한다. 나름 오랫동안 운영하시면서 여기만의 노하우라 말할 수 있는 고집 같은 것도 있으실 테고. 그렇다고 해서 여기 신흥각이 막 찾아서 올 정도의 맛집까진 아니었다. 그냥 동네에 있는 오래된 중국집 같은 느낌이다. 근데 요즘은 그런 중국집 자체들이 별로 없으니까 오히려 이런 가게들의 희소성이 있는 것은 맞긴 하겠다. 지나가다가 발견하게 되면 들려봐도 좋을 집이라 생각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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