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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갈치조림이라 확신할 수 있는 제주도 갈치공장

디프_ 2023. 7. 4. 22:54
한 번 다녀오고 제주도 놀러 가는 지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있는 제주도 갈치공장

 

2박 3일간의 바쁜 제주도 여행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마지막 날. 원래 마지막 날의 경우 거의 자다 짐을 싸고, 바로 나와 공항 쪽을 가기 때문에 대부분 뭘 했던 적이 없다. 짜투리 시간이 있는다고 하더라도 뭔가 공항에 미리 가 있는 것이 마음 편하지 그 시간을 잘 활용할 수가 없겠더라. 그나마 국내여행의 경우 대충 상황을 아니까 조금 더 여유가 있는 편인데 해외에 있을 경우에는 거의 잘 이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근데 이번 제주도 여행은 애초에 2박 3일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돌아오는 비행기도 시간을 늦은 시간으로 잡았다. 마지막까지 좀 움직이다가 오자고 말이다. 그래서 늦은 비행기 시간 덕분에 여유가 좀 있긴 했는데 애초에 스쿠터여행이라 짐도 간편하고 해서 정말 평소보다 조금 더 스피디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아침에 일출도 보고 좀 쉬다가 씻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1시간 정도 조금 더 달렸다. 왜냐하면 공항 근처에 가서 스쿠터를 반납하고 또 공항까지 가야했기 때문에 아직은 갈 길이 남았다. 그래서 빈속에 더 달려주고 식당에 도착했다. 태어나서 처음 타 본 스쿠터를 하루종일 타야 하니까 순간 좀 질리기도 했다. 바람도 자꾸 맞으면서 가야 하고 추운 것 같기도 하고 먼지도 많이 먹는 것 같고. 근데 또 자고 일어나니까 몇 시간 안 탔다고 달리고 싶더라. 뭐 내가 달려봤자 초보 수준이긴 하겠지만 그냥 그 뭐라고 해야 하지. 속도 나는 것 이름 생각이 안 나네. 아무튼 그걸 당기고 싶었다. 그렇게 또 타고 도착한 곳이 여기다. 여긴 우연히 찾아온 곳은 아니고, 친구가 오기 전부터 극찬을 했던 곳이라 목적을 잡고 방문하였다. 만약 여기가 문을 닫았었다면 정말 좌절했을 것이다.

도착하니 다행히 가게는 운영 중이었다. 영업시간에 맞춰 도착했는데 딱 그때 오픈을 해두셨다. 그리고 우리가 여기 첫 손님이었다. 이렇게 아침 일찍 부지런히 움직인 것도 참 오랜만이다. 해외에서도 못 이러는데. 확실히 짐도 많이 없고 외모에 신경을 안 쓰면 인생이 조금 더 편해지는 것 같긴 하다. 그래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점점 더 좋아진다. 그래야 고생이 덜 들어가니까. 아무튼 그렇게 제주도에 위치한 갈치공장 가게에 도착했다. 나의 경우 여길 처음 들어봤다. 근데 여기를 소개해준 친구의 경우 제주도에 올 때마다 여길 들린다고 했다. 한 번 먹으면 계속 생각나고, 올 때마다 또 오게 되었다고. 근데 사실 먹기 전까지 그렇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도 나름의 그 이유가 있었다.

 

나의 나름의 이유라면 나름 제주도에 도착해서 갈치조림 맛집을 찾아다녀봤다. 근데 그 와중에 실패한 곳도 있고 맛있는 곳도 있었다. 근데 맛있는 곳이라고 하더라도 정말 여기 인생 맛집이다 이렇게 느낀 곳은 없었다. '맛있구나. 근데 좀 비싸네?' 이런 느낌이랄까. 그래서 막 여길 무조건 또 와야겠다 이렇게 느낀 곳은 없었다. 그래서 혼자만의 생각으로 이 음식은 그냥 맛의 한계가 여기까지인가 싶었다. 그래서 먹기 전까지 큰 기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가게에 도착해 메뉴를 주문하는데 뭐 여러모로 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었다. 1인분 주문이 안된다거나, 구이 같은 경우 생물과 냉동의 차이가 있다거나. 차라리 통일되어 있으면 모르겠는데 일반적으로 생물을 먹고 싶은데 그 가격 차이가 너무 심했다. 그래서 어떻게 먹어야 하나 주문 전에 고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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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그렇게 고민하게 만드는 상황이 싫어서 본의 아니게 좀 까고 시작했는데 친구는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갈치조림 2인분을 주문하고 먼저 밑반찬이 나왔다. 밑반찬 하나하나 솔직히 크게 색다를 것 없는데 여기 바다가 보이는 큰 통유리부터 해서 전체적인 인테리어까지 뭔가 너무 예뻤다. 전체적인 조화가 좋았다. 그래서 그런지 음식도 굉장히 정갈하게 나오는 기분이 들었다. 실제로 하나씩 맛을 보는데 깔끔하고 좋았다. 뭔가 군더더기 없달까. 그렇다고 자극적이지도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잘 살린 느낌을 받았다. 특별한 것 없이 정석 그대로지만 그래서 더 희소성 있게 느껴졌달까. 요즘은 워낙에 변화를 주는 곳들이 많아 이런 클래식한 가게들이 상대적으로 더 좋아진다.

 

한 번 다녀오고 제주도 놀러가는 지인들에게 꼭 추천하고 있는 제주도 갈치공장 이 포인트부터 내가 감탄을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세트 메뉴를 주문한 것도 아니고 기본만 주문했는데 이렇게 생선구이 한 마리가 기본으로 나왔다. 4인 테이블에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지만 2인 기준으로 이렇게 나오면 솔직히 괜찮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아 여기 가격이 착한 건가 싶었다. 처음엔 비싸긴 비싸네 싶었는데 이렇게 구성이 좋고 그 값어치를 하면 싸게 느껴지니까. 그리고 뭐 양만 많다고 해서 내가 극찬하는 편도 아닌데 여긴 이미 밑반찬도 합격을 했는데 이렇게 생선구이까지 나오니. 생선구이의 경우 특별히 뭐 양념을 하진 않으니까 그 자체로 맛있겠고. 애초에 저 머리 부분에 오렌지랑 채소를 조금 올려준 포인트도 좋았다. 특별할 것 없는데 특별한 느낌이랄까.

 

그렇게 가시를 잘 발라 먹고 있는데 오늘의 주인공인 갈치조림이 나왔다. 저 뚝배기 자체가 굉장히 뜨거우니 옮길 때 조심하라고 사장님께서 말씀해주셨다. 아 그리고 여기 사장님을 이야기하지 않고 넘어갈 수가 없는데, 굉장히 친절하시다. 요즘 뭐 워낙 친절한 가게들이 많아서 차별화되는 부분이 아니긴 한데 사장님께서 그냥 깔끔하시다. 그래서 그런 느낌 자체가 좋았다. 그렇게 보글보글 끓고 있는 오늘의 주인공을 먹어보기 시작했다. 여기도 이렇게 다 조리가 되어 나온 상태에서 그 위에 파와 풋고추가 올라간 모습이 솔직히 특별하다 말할 순 없는데 그냥 비쥬얼이 살았다. 눈으로 즐거우니 일단 입으로 즐거울 준비가 그전에 되는 느낌이었다. 일단 뜨겁게 나오는 것도 합격이고.

그렇게 갈치 덩어리 하나와 절여진 무와 양파를 개인 그릇에 뜨고 마지막으로 국물을 떴다. 그리고 흰쌀밥을 준비한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한입 먹고 바로 말했다. 친구한테 잘 찾아왔다고, 여기 내 인생 중에 먹었던 갈치조림 중에 제일 맛있다고 말이다. 진짜 이건 여길 데려와준 친구를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한 말이 아니라 진심이었다. 애초에 빈말을 못하는 성격이기도 해서 친구도 진짜라고 느꼈을 것이다. 이전에도 자기가 가봤던 가게들을 데려갔는데 여기만큼의 리액션은 안 나왔으니 말이다. 근데 진짜 그만큼 여기 너무 맛있었다. 친구들에게도 원래 어딜 가보라고 잘 추천 안하는 편인데 여길 꼭 추천하는 것을 보면 정말 진심이었나 보다. 다음에 제주도를 가게 된다면 아마 여길 또 꼭 가볼 것 같고.

 

그럼 똑같은 갈치조림일텐데 '얘는 왜 이렇게 극찬을 하지?'라는 사람들을 위해 조금 설명을 해볼까 한다. 음식의 경우 누군가에겐 맛있어도 누군가에겐 맛이 없을 수가 있는 꽤나 주관적인 분야다. 그래서 참고만 해주시길 바란다. 일단 내가 반했던 포인트는 간이었다. 음식 간. 개인적으로 짭조름한 맛을 좋아한다. 싱거운 맛을 싫어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가게에서 나오자마자 먹어도 된다고 하는 것들을 바로 먹지 않고 더 팔팔 끓여서 졸여서 먹는 편이다. 김치찌개부터해서 해물탕, 매운탕 등등 다 그렇게 먹는 것을 좋아한다. 국물이 좀 졸아갈 때 먹으면 딱 깊은 맛 나는 것 같고 맛있더라. 근데 여기 제주도 갈치공장은 애초에 그럴 필요가 없었다. 한입 먹자마자 간이 딱 맞았다. 간이 맞다는 것이 짜다거나 달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다. 그냥 바로 깊은 맛이 확 올라왔다. 그냥 밍밍한 물맛 같은 것 말고.

또 맛만 이야기할 순 없겠다. 그 다음은 양이다. 여기 감자나 각종 야채들도 많긴 했는데 애초에 갈치 자체가 실하게 많이 들어가 있었다. 들어간 갈치도 작은 사이즈가 아니라 통갈치만한 것들이 여러 대 들어있었다. 그래서 둘이 나눠 먹기에도 좋고 살을 발라 먹을 때 애초에 작은 것들을 모아서 먹는 것이 아니라 큰 사이즈 하나둘씩 큼지막하게 먹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생선을 먹을 때 가시도 많아서 발라 먹기도 힘든데 열심히 발라도 살이 많지 않아 고생 대비 메리트가 없어서 그렇게 잘 안 즐기는 편인데 여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살이 툭툭 잘 발리는데 그 사이즈가 괜찮았다. 그래서 밥이랑 빠르게 먹기도 편했다. 처음 먹자마자 깊은 맛이 느껴지는 국물에 푹 익혀진 야채나 감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그렇게 정신없이 먹었던 것 같다. 2인 기준으로 공깃밥 별도기 때문에 이것저것 해서 먹으면 대충 4만 원이 나오는데 그 돈이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다. 진짜 여기 인생 갈치조림 맛집이라 확신할 수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시는 분들은 여기 꼭 가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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