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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부산 돌솟해물뼈찜

디프_ 2023. 5. 7. 19:32
압도적인 비쥬얼과 물리지 않는 감칠맛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부산 돌솟해물뼈찜

 

부산 여행 마지막 날이었을 것이다. 사실 여행이라고 하기엔 뭐하다. 살면서 이렇게 부산을 자주 올 줄 몰랐다. 친한 친구가 그 지역에만 살아도 정말 많이 가는구나. 어렸을 때는 해외에 사는 친구가 한 명쯤 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만약 그런 친구가 있었으면 정말 자주 놀러 갔을 것 같기도 하다. 근처인 일본에만 있어도 좋았을 텐데. 이제는 시간이 지나니 외국에 살던 친구들도 한국에 돌아오더라. 그 친구들의 경우 근데 반반으로 나뉘는 것 같다. 외국에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국보단 외국이 더 잘 맞아서 외국에서 지내는 친구, 아니면 외국에서 시간을 오래 보냈기 때문에 이제 질려서 한국이 좋은 친구. 내 주변엔 다 후자인 것 같다. 가끔 내가 외국 나가고 싶지 않냐고 물어보면 이젠 그냥 한국이 좋다, 여기가 편하다고 하더라. 이젠 못 그런다고. 거의 십 년이 넘는 시간을 주로 외국에서 보낸 친구들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면 타지에서 사는 것이 정말 쉬운 것 같진 않아 보인다.

아무튼 부산은 여전히 여행이 맞긴 하는데 내 기준 여행을 가기 위해 일정을 잡고 신나게 보내기 위해서 가는 게 아니라, 친구 덕분인지 그냥 아는 동네에 쉬러 간다는 느낌으로 가고 있다. 물론 오갈 때마다 교통비가 전혀 다르긴 하다. 왕복 대충 10~15만 원은 드니까. 근데 뭐 그만한 가치는 하는 것 같다. 서울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아무튼 이번에도 2박 3일 열심히 실컷 이것저것 먹다가 마지막 비행기를 타러 서울 오기 전에 이렇게 아침 겸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왔다. 정말 여기를 오면서 친구가 하는 말이 '이제 정말 자기가 부산에서 맛있다고 하는 곳은 다 와봤다면서, 이젠 갈 곳이 없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크게 부담을 안 가져도 되는데 나름 내가 멀리서 왔으니 신경을 써주고 싶었나 보다. 난 이제 김해, 부산에 오면 딱 두 개만 하면 큰 욕심이 없다. 일단 뒷고기 맛집을 가주어야 하고 두번째는 국밥집을 가야한다. 그 두개만 하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데 친구 마음은 그게 아닌가 보다.

 

친구가 아침 일찍 나를 끌고 온 곳은 부산 돌솟해물뼈찜이라는 가게다. 이른 아침에 방문하던 터라 우리 밖에 손님이 없었다. 오픈하는 시간에 맞춰 도착했다. 근데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올 때쯤 되니까 사람들이 오더라. 다 먹고 나오기까지 2~3 테이블 정도는 더 왔던 것 같다. 솔직히 첫 입장이 그러니까 여기가 맛집이라는 생각이 그렇게 크게 들지 않았다. 그냥 친구들이 아는 가게구나 싶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여길 다녀오고 한 1~2주 정도 지났을 때였나? 보시다시피 여기 비쥬얼이 좀 독특하다. 한번 보면 안 잊혀질 느낌? 그리고 개인적으로 해산물 요리를 잘 안 먹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비쥬얼의 음식을 먹어본 경험이 없다. 그래서 나에겐 좀 낯선 느낌이었는데, 누군가 굉장히 맛집처럼 '드디어 왔다' 이러면서 여기 사진을 올린 것이었다. 생김새를 보고 내가 갔던 곳이구나를 딱 알았다. 그래서 아 여기 유명한데 맞구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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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친구에게 사진을 보내주면서 '우리 갔던 곳 유명한 데였구나'라고 말했다. 친구는 뭐 그냥 거기 괜찮은데라 간 거라니까 뭐 이런 식으로 말했던 것 같다. 내가 오픈 시간에 와서 그나마 여유롭게 먹었나 보다. 아무튼 처음에 이렇게 양념이 다 되고 기본적으로 익혀진 상태에서 나오기 때문에 적당히 끓으면 손님들이 알아서 해체쇼를 한 뒤에 먹으면 되겠다. 내용물들 사이즈가 좀 되기도 하고 자르기 전까진 먹기가 힘드니까 국물이 튈 수 있어 앞치마는 필수다. 나의 경우 음식이 바로 나왔을 때 먹기보단 더 끓여서 간을 더 배이게 한 다음에 먹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시간을 흘려보내고 싶었지만 이거 사진처럼 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먹으면서 해결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뭔가 아구찜 비쥬얼이랑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여기서 준비된 특제 소스와 함께 본격적으로 열심히 즐겼다. 이런 요리의 경우 대게 주객전도된 느낌으로 콩나물이 메인인데 여긴 정말 해산물도 튼실했다. 그리고 감자탕은 기본이고. 감자탕도 그냥 국물에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뼈찜처럼 먹는 게 꽤나 이색적인 것 같다. 예전에 숯불뼈구이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물론 거기보다 감자탕 맛은 덜했지만 여기도 이렇게 진득한 양념과 함께 먹으니 맛이 꽤 좋았다. 각종 해산물을 즐기면서 아삭한 콩나물과 감칠맛 있는 소스를 먹으니까 이게 진짜 맛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흰쌀밥이 생각이 났는데 이따가 밥은 따로 볶아먹기로 협의했다. 처음에 메뉴를 주문할 때 사이즈를 고민했는데 친구 와이프는 작은 것을 시키자 했는데 친구가 그냥 큰 것 시키자 해서 그렇게 시켰는데 나도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친구는 원래 잘 먹어서 이 정도 양이 딱 맞았다. 나도 마지막 날이라 그런지 괜히 더 열심히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압도적인 비쥬얼과 물리지 않는 감칠맛으로 계속해서 들어가는 부산 돌솟해물뼈찜. 진짜 저 소스 묻은 감자탕 고기가 찐이긴 하다. 저 소스에 밥 슥삭슥삭 비벼가지고 고기와 함께 한입 먹으면 진짜 맛있다. 그리고 이거 자세히는 모르겠는데 처음에 어느정도 맵기 조절도 가능했던 것 같다. 우리 순한맛을 시켰던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다. 아닌가. 원래 한가지였나. 고추인가가 뭔가가 굉장히 매웠었는데. 아무튼 개인적으로 이정도 간이 딱 적당했다. 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였는데 소스 덕분에 초보자도 매우 맛있고 즐겁게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진짜 이제는 어디 여행을 가면 2~3일에 한번은 빨간 요리를 먹어줘야 하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이제는 중간에 한번씩 풀어줘야 하는 기분이다. 뭔가 그래야 소화가 되고 얹힌게 내려가는 기분이랄까? 심리적인 영향이 크겠지만.

각종 해산물이 산더미처럼 쌓인 부산 돌솟해물뼈찜 은근히 먹는 재미도 있다. 이게 처음에 콩나물에 덮여서 안에 뭐가 들어있는지 안 보이는데 먹다 보면 하나씩 나타난다. 큰 낙지도 그렇고 오징어도 그렇고 이렇게 게도 그렇고. 게의 경우 소스를 가득 머금은 상태라 한입 베어 물면 진짜 천국 같더라. 그리고 볶음밥의 경우 이렇게 돌판 위에 야무지게 펴져서 아래를 살짝 누룽지처럼 먹을 수 있는데 진짜 맛있었다. 개인적으로 볶음밥은 안 먹을 수 있으면 안 먹으려고 하는 편이다. 그냥 그 기회보다 고기를 더 먹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어서. 근데 가끔은 밥을 너무 안 먹은 것 같은 기분이 들면 볶음밥을 먹는데 이때는 아점이라 그런지 나름 타이밍이 괜찮았다. 그래서 먹었는데 역시나 소스가 맛있으니까 이 볶음밥 역시 감칠맛 있게 너무 맛있더라. 2박 3일 여행 마무리로 딱 깔끔하고 좋았다. 신나게 먹고 비행기 타고 오면서 소화를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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