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만원이면 곰탕과 치킨 둘다 먹을 수 있는 미친 가성비 동대문치킨

디프_ 2023. 3. 12. 20:16
갓 튀겨져 나온 치킨과 뜨끈뜨끈한 곰탕 국물에 맥주 한잔이면 충분히 행복하다

 

3월이 시작되었다. 뭐 벌써 보름이나 지나긴 했는데 그냥 이런 말을 안 해봐서 도입부로 해보고 싶었다. 어제인 토요일은 정말 날씨도 좋더라. 물론 미세먼지 때문에 따뜻해진 것이라 크게 반길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일요일인 오늘 바로 비가 내리고 흐리다가 오후에는 날이 잠깐 환해졌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암막커튼을 걷어내고 잠시 낮잠을 청했다. 콜라를 마셨기 때문에 잠이 깊게 오진 않았는데 그냥 30분 정도 선잠을 잔 것에 만족했다. 사실 나로서는 낮잠을 30분 정도만 딱 깔끔하게 자고 싶은데 가끔 1~2시간 자서 오히려 더 피곤할 때가 있다. 그래서 나름 좋은 시간이었다. 아무튼 오늘 소개할 곳은 요즘 날씨와는 다르게 정말 추울 때, 하필 아마 이때가 겨울 중에 제일 추웠던 날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실 다 같이 야외 활동 할 생각은 없었는데 주차할 곳도 없고 어떻게 하다 보니 이 추운 겨울날 걸어서 한 20분 정도를 걸었다. 근데 이런 실수 덕분에 이 가게를 올 수 있기도 했다.

 

원래 처음에는 치킨이 아니라 어느 시장을 가기로 했다. 그래서 그 앞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나만 진지했고 일행은 별로 애초에 그 시장을 갈 생각이 없었나보다. 그 시장을 둘러보고 있었는데 솔직히 딱히 갈만한 곳이 안 보이기도 했다. 입구는 굉장히 한적했는데 가게 내부에 문을 연 곳은 다소 복잡할 정도로 사람이 많더라. 물론 그런 곳들이 찐 맛집일 수 있으나 뭔가 정신없는 느낌은 별로였다. 차라리 조용하지만 깔끔한 맛인 프랜차이즈 같은 곳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겸사겸사 나도 별 말 안 하고 장소를 옮겼다. 그래서 치킨이나 먹자고 해서 프랜차이즈를 찾아갔는데 막상 그 앞에 가니 그 가게가 없었다. 딱히 주차할 곳도 없었고. 그래서 앞서 말한 것처럼 고생 아닌 고생을 했다. 그렇게 차 안에서 돌아다니다 여기 동대문치킨 가게를 발견하게 됐고 그럼 저기나 가보자 싶었다. 아마 노란 간판의 효과로 그나마 눈에 띄어서 다행이었다.

 

울며 겨자먹기 느낌으로 여기까지 오긴 했지만 여기 간판을 보고 한번 들어와 보고 싶긴 했다. 닭곰탕 3,500원, 왕치킨 중자가 7,500원. 대충 만원이면 곰탕과 치킨을 둘 다 먹을 수 있는 미친 가성비였다. 솔직히 요즘 이런 가게를 찾기가 힘들겠다. 그래도 여기 뭐 어디 시장도 아니고 나름 역 주변에 있는 가게인데, 여기 상권이 뭐 일반적이지 않긴 하지만 아무튼 이런 가격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서 한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평소에 찾지 못하니까. 그리고 살펴보니 방송에도 출연한 곳이어서 나름 어느 정도 음식들이 막 나오는 것도 아니겠다 싶었다. 정말 그 금액만큼 허술하게 나오면 아무리 광고를 통해 진행되거나 특별한 검증 과정 없이 찍는 방송이라고 하더라도 방송에 내보내진 못할 테니. 물론 정말 찾아보고 검증해 보고 찐 맛집들을 소개하는 곳도 있긴 하겠다. 근데 방송을 보고 갔다가 실패하는 경험도 많이 해본 소비자로서 온전히 믿을 순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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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날씨를 말해주듯이 우리가 가게에 들어가니 사장님이 안쪽에서 누워계시다 맞이해주셨다. 그래도 테이블에 술병들과 음식이 있는 걸로 봐서는 첫 손님은 아닌 것 같았다. 사실 문을 닫으셨을 만 한데 우리로서는 너무 다행이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아 일단 기본적은 양념반 후라이드반을 주문했다. 그리고 3500원에 판매하는 닭곰탕도 한번 먹어줘야 할 것 같아 주문해 봤다. 정말 가격은 메뉴판에 나온 그대로였다. 사실 이날 다들 몸이 추워서 뜨끈뜨끈한 국물이 필요하기도 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기다렸다. 닭의 경우 이날 상황이 그런 것인지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문과 동시에 튀겨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다. 닭곰탕의 경우 육수를 새로 만드시는 것은 아닐 테니 뜨겁게 끓여져서 거의 바로 나왔던 것 같다. 각자 앞접시로 국물을 덜어서 아삭아삭한 김치와 함께 맛을 봤다.

 

사실 곰탕의 경우 정말 가성비가 좋은 것은 맞았다. 근데 한편으론 정말 딱 그 값어치를 했다. 일단 저런 음식을 파는 가게들의 경우 대부분 8~9천원 혹은 1만 원까지 가격을 받겠다. 근데 그 가격대에 나오는 곰탕들과 비교해서는 확실히 내용물이나 맛의 깊이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들이 살짝 부족했다. 근데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 가격이었다. 저기에 밥까지 포함해서 김치랑 이렇게 먹으면 정말 요즘 물가에 비교하면 거의 그냥 먹는 수준이기 때문에 충분히 메리트가 있기도 했다. 다만 막 멀리서 찾아오는 그런 맛까진 아니라는 것이다. 평범한 수준이다. 그리고 기대했던 치킨. 아무래도 갓 튀겨져 나왔기 때문에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이날 나름 그래도 기분을 낸다고 이렇게 생맥주 한잔씩을 먹었다. 물론 가게 내부가 막 쾌적하고 따뜻하고 그러진 않았지만 그래도 나름 노포스러운 분위기가 살아있어서 그 나름대로 즐길 수 있었다.

치킨무도 기성품이 아니라 직접 만드시는 것 같다. 하긴 이 가격을 구성하시려면 아무래도 기성품을 쓰기에는 무리가 있으시겠다. 거저 장사하시는 것도 아니고 인건비부터해서 여기 관리비나 그런 것도 내셔야 하니까. 그래서 손님 입장에서도 적당히 타협을 해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여기가 막 뭐가 부족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 닭 한 마리를 주문했는데 다른 곳들과 비교해서 뭐 양이 부족하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그냥 전반적으로 2~3만 원짜리 치킨을 판매하는 곳과 비교해서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여기 기대이상으로 염지도 짭조름하니 잘 되어있고 잡내도 없고 닭도 상태 신선하고 그랬다. 살도 촉촉하고. 근데 확실히 촉촉함은 유명한 프랜차이즈를 못 따라가긴 했지만 우린 가격을 잊으면 안 되겠다. 기름 상태는 내가 직접 보지 못해서 모르겠지만 뭐 특별히 나쁜 부분을 느끼진 못했다.

 

그리고 닭곰탕을 주문해서 나온 김치 덕분에 치킨을 먹으면서 김치도 먹고 그랬는데 은근 조합이 좋았다. 그리고 이날은 바삭바삭한 후라이드보다 달달한 양념치킨이 더 당기더라. 이게 입맛도 기복이 있나. 원래 까르보나라 계열을 좋아했는데 요즘은 토마토 베이스가 좋고 치킨도 후라이드 아니면 안 먹었는데 양념을 찾게 된다. 피자 같은 경우도 당연히 토마토 베이스겠지만 그런 것보단 좀 치즈가 듬뿍 올라간 것을 찾는데 요즘은 또 토마토 가득인 메뉴들이 맛있고. 공통적으로 뭔가 더 자극적인 것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담백한 맛보다 말이다. 원래 이게 반대가 되어야 하지 않나? 오히려 예전 어릴 때 입맛으로 돌아가는 것 같기도 하다. 아 그리고 처음에 여기 만원이면 곰탕과 치킨 둘다 먹을 수 있는 미친 가성비 동대문치킨 손님이 없어서 가게 내부가 좀 추웠다. 근데 우리가 오자마자 바로 히터와 난로를 자리로 해주셔서 먹는 와중에 금세 따뜻해졌다. 정말 이날 짧은 시간이지만 너무 추웠기 때문에 따뜻한 상태에서 음식을 먹는 것이 아니면 체할 것 같아 다행이었다.

마지막 닭다리까지 소금을 콕콕 찍어주면서 열심히 먹었다. 근데 한동안 치킨을 잘 안 먹다가 다시 많이 먹고 있는 요즘인데 갑자기 궁금해진 것이 생겼다. 삼겹살도 솔직히 맛 차이는 모르겠다. 생삼겹살을 구워서 먹는 것과 냉동을 다시 해동해서 구워서 먹는 것의 맛 차이 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차가운 음식에 약한 내장기관이라 웬만하면 생삼겹살을 선호하긴 하는데 그것 맛 때문은 아니겠다. 근데 닭도 생닭을 튀기는 것과 냉동닭을 튀기는 것과 과연 맛 차이가 다를지 궁금하다. 소비자가 체감할 정도로 말이다. 애초에 냉동은 이렇게 치킨처럼 못 튀기나? 근데 해외 수입산들은 대부분 냉동으로 들여올텐데 그러면 그냥 내가 여태 먹어왔던 것들이 다 냉동닭이었나. 근데 시장은 생닭을 바로 조리해서 튀겨주는 것 같기도 하고. 뭐 맨날 먹기만 하고 만들어보질 않았으니 알 수가 없겠다. 아무튼 이날 셋이서 맥주까지 마시면서 했음에도 정말 저렴한 금액에 가볍게 야식을 잘 즐겼다. 여기 동대문치킨 가격은 확실히 미친 가성비는 맞다. 기분 내며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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