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도쿄는 없어서 못 먹고 오사카는 찾는 사람이 없다는 이것

디프_ 2023. 2. 24. 22:23
같은 일본인이라도 도쿄 사람은 좋아하고 오사카 사람은 싫어한다는 몬자야끼 후기

 

7박 8일간의 오사카 여행도 슬슬 끝이 나간다. 여행의 막바지에 아쉬울 법한데 이때는 이쯤에서 돌아가도 괜찮겠다 싶었다. 사실 나로서는 이 7박을 온전히 보냈다는 것이 다행이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이것저것 준비했는데 다행스럽게도 실행에는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아마 그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과 도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이런 과정을 통해 하나 배웠다. 포켓 와이파이나 유심보다 그냥 로밍을 하는 것도 나름 이득이라는 것. 해외로밍 예전엔 무조건 비싸고 비효율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에 사용해 보니 꽤나 괜찮았다. 아마 통신사들도 여러 대체재가 생기니까 유저가 없는 것보단 이용하는 게 낫다고 판단하여 나름 합리적으로 가격을 조정한 것이겠다. 분명히 예전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났는데 이번에 이용해 보니 장단점을 비교해 보면 꽤나 좋은 선택이었다. 언제 한번 이런 비교글을 작성해 봐야겠다. 예전엔 종종 썼는데 요즘은 안 쓰게 되네.

 

아무튼 오늘 소개할 일본음식은 아마 일본 여행 중에 드셔보신 분들이 거의 없으실 것이다. 나도 이때 처음 알았다. 이때가 이 순간이 아니라 이번 여행에 처음 알았다. 사실 이런 음식이 있는 줄도 몰랐고 주변에 이런 음식을 먹었다는 것을 들은 적도 없고 사진도 본 적도 없다. 그 수많은 SNS에서 말이다. 혹시 몰라 내가 그냥 모르고 지나쳤겠지 싶을 수도 있는데 이따 비주얼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게 한번 보고 잊혀질 비주얼이 아니다. 그만큼 꽤나 생소한 정말 일본 나라에서 즐길 수 있는 음식인 것 같다. 물론 요즘 유튜브가 많이 활성화되면서 종종 보이긴 하는데 매니아층이 생기진 않겠다. 이것보다 훨씬 더 익숙하고 맛있게 느껴지는 오코노미야끼 그런 것들이 있으니. 나로서는 안 먹어본 것을 먹는 것을 좋아하고 희소성에 기반한 신선한 경험 자체를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먹고 좋아하겠지만 대부분은 안 그러지 않을까 싶다. 일단 해외여행 자체가 시간이 부족하니까.

 

일단 처음 이 가게를 올 생각은 아니었다. 여기서 한 5~10분 거리였나. 다른 가게가 있었다. 거기가 더 리뷰도 많고 평점이 높았다. 그렇게 갔는데 문 앞에 한 일본인 커플이 앉아있더라. 그래서 대기가 있나? 그래도 난 혼자니까 한번 들어가보자 싶었다. 혼자 여행의 장점 중 하나가 맛집을 웨이팅 없이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니까. 그렇게 안에 들어가 봤는데 오늘은 예약까지 꽉 차서 먹을 수 없다고 했다. 난 마지막 날이라 오늘이 아니면 올 수가 없는데. 근데 매장이 좁은 편이었는데 나름 테이블은 많았다. 좀 다닥다닥 붙어있는 느낌이랄까. 근데 왁자지껄하게 다들 수다를 떨면서 음식을 맛있게 즐기고 계셨다. 뭔가 맛집 느낌이랄까. 근데 뭐 오늘 안된다는데 어쩌나. 아쉽지만 발걸음을 뒤로하고 다른 곳을 찾아봤다. 걸어서 갈 수 있는 멀지 않은 거리에 다행히 가게가 있었고 그렇게 도착했다. 근데 여긴 매장이 텅 비어있었다. 그래서 첫 가게보다 내키지 않았지만 그냥 먹어보는 것에 의의를 두자 싶었다.

근데 아니었다. 여기도 예약석으로 매장 안이 텅 비어있는 것이었다. 나의 경우 예약을 하셨나 체크를 했는데 안하고 그냥 온 것이라 말했다. 그랬더니 사장 같으신 분에게 여쭤보니 그럼 이 자리로 응대하라고 해서 마지막 끝자리에 겨우 앉을 수 있었다. 이 매장에서도 못 먹을 뻔했다. 근데 방문한 두 가게가 사람이 이렇게 꽉 찼다고 해서 오사카에도 이 가게가 많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음식을 처음 알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었다. 분명히 이 몬자야끼 음식은 일본 음식이 맞는데 지역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뉜다고 한다. 쉽게 말해 도쿄는 없어서 못 먹고 오사카는 찾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참 신기하다. 이 여행 이후 시간이 좀 지나서 도쿄를 또 다녀왔는데 확실히 거긴 가게가 많았다. 아예 이 음식을 위한 거리가 따로 있었다. 근데 오사카에선 내가 검색해 봤을 때 가게가 몇 개 나오지 않았으니 정말 맞는 말이겠다. 또 일본인이 직접 알려준 정보기도 하니까.

 

메뉴판을 보고 맥주 한잔과 닭구이를 주문했다. 나름 애피타이저로 시작하고 싶었다. 그리고 메인 요리의 경우 여러 종류가 있길래 따로 맛있는 것을 추천 받았다. 그리고 그것을 준비해 달라고 했다. 처음에 저 큰 그릇에 여러 가지 재료를 섞으시더니 일부러 좀 시간을 보내시더라. 난 그냥 바로 이렇게 굽는 줄 알았다. 이걸 튀긴다고 표현해야 하나. 아무튼 그냥 바로 조리를 하실 줄 알았는데 따로 모아두고 시간을 보내시더라. 근데 추후 예약 손님들이 와서 매장 안이 꽉 찼는데 그 손님들에게 나갈 것도 따로 일정 시간을 두고 조리를 하셨다. 뭔가 의미가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그 기다리는 시간 동안 닭구이를 먹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이것 역시 생닭 부위를 바로 구워주신다. 그 위에 여러 양념을 뿌려가며 즉석에서 구워주시는데 진짜 맛있더라. 이게 내가 닭을 좋아해서 다 맛있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가 맛있게 해주는 것인지 잘 모르겠는데 진짜 맛있더라. 그래서 이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마지막에 나가기 아쉬워서 그냥 또 시켜 먹었다.

그리고 위 사진을 보고 의아하실 수도 있는데 이게 모든 조리가 완성된 몬자야끼 비주얼이다. 여기서 뭔가 더 추가로 올라간다거나 그런 것은 없다. 이미 내가 주문한 메뉴의 재료들이 안에 다 잘게 다져져 섞여있는 모습이다. 이것도 나름 그래도 철판요리인게 눈앞에서 저렇게 현란하게 만들어주신다. 그래서 확실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물론 내가 혼자기 때문에 신이 조금 덜 나서 아쉽긴 했지만. 아무튼 맥주 한잔과 함께 닭구이를 먹으면서 이렇게 만들어주시는 모습을 보면서 멍 때리고 구경도 하고 그랬다. 여기 역시 관광객은 거의 안 오기 때문에 영어나 한국어가 힘들었는데 일본의 경우 워낙 친절하시니 의사소통이 크게 어렵지 않았다. 먹는 것은 어차피 다 비슷하니까. 금액이야 숫자로 나와있고. 아무튼 이렇게 같은 일본인이라도 도쿄 사람은 좋아하고 오사카 사람은 싫어한다는 음식에 대한 첫 도전이 시작되었다. 사실 싫어한다기보단 그냥 선호하지 않는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그리고 저렇게 숟가락 같기도 하면서 뭔가 후라이팬 계란 후라이 뒤집을 때 쓰는 것 같은 작은 버전 같은 애매한 집기가 내 앞에 놓여져 있다. 나의 경우 어디 블로그를 보고 온 것도 아니고 그냥 단순 음식 이름만 듣고 직접 구글링을 한 뒤에 찾아온 것이기 때문에 뭐 정보가 없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매장에서 예약 손님들보다 내가 제일 먼저 왔기에 다른 사람들 먹는 모습을 보지도 못했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써야 하나 싶었고 도대체 비주얼부터 저 집기까지 감이 안 와서 그냥 여쭤봤다. 그랬더니 손수 시범을 보여주셨다. 저걸로 그냥 삽으로 흙을 파듯이 그냥 긁어서 먹으면 된다고 했다. 이게 바닥이 철판이라 우리 누룽지처럼 좀 달라붙어있는데 그걸 긁어서 먹으면 된다고 하셨다. 이것도 나름 겉바속촉인 것이 바닥 부분은 바삭바삭하고 윗부분은 이렇게 촉촉하다. 사진을 보고 식감이 좀 감이 안 오실텐데 윗 부분은 흐물흐물하다기보단 약간 쫀득쫀득한 느낌이 있다. 식감 좀 매력적이다.

그리고 가만히 살펴보면 내가 해산물 베이스의 맛을 추천받아 주문했던 것 같은데 날치알 같은 것들이 저렇게 콕콕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이게 처음에 은근 판이 넓어서 혼자 다 먹을 수 있나 싶었는데 이상하게 계속해서 손이 가더라. 솔직히 감칠맛이 느껴질 정도로 어떤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냥 좀 심심한 맛이랄까. 애초에 자극적일 수도 없는 비주얼이고. 근데 먹다 보니 그 넓은 판이 점점 줄어들었다.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면적이 그렇게 좁은 것도 아니었다. 저만큼을 내가 파 먹은 것이었다. 처음 써보는 집기로. 솔직히 내 입맛에 맞았다고 이 후기 글에서 자신 있게 말은 못 하겠다. 근데 이 경험 자체는 너무 좋았고 다음에도 충분히 또 와볼 만한 의향이 있다. 그냥 이 음식을 안 먹어본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다. 물론 이 포스팅을 보고 계시는 이웃님이나 다른 분들 모두도. 정말 안 좋은 경험 아니고서야 웬만한 경험은 언젠가는 다 도움이 될 때가 오는 것 같다.

 

그리고 이게 나름 분명히 하나의 요리인데 먹는 시간에 따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즐길 수 있다. 이 부분도 이 도쿄는 없어서 못 먹고 오사카는 찾는 사람이 없다는 이것 몬자야끼 장점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처음엔 조리가 되고 아직 바닥이 덜 눌어붙었기 때문에 바삭한 부분이 줄어든다. 근데 맥주와 함께 수다도 떨고 천천히 먹다 보면 내 손이 나중에 닿은 곳들은 저렇게 누룽지처럼 바닥이 바삭바삭해진다. 저 부분을 긁어서 먹는 재미도 있고 달라진 식감도 좋고 그렇다. 그리고 온도 조절을 잘하시는 것인지 절대 타진 않더라. 아니면 내가 우연스럽게도 적절히 그 시간을 잘 조절해서 먹을 것일 수도 있고. 그리고 아까 말했던 것처럼 자꾸 이 닭구이가 생각나서 추가로 주문한 모습이다. 분명히 위에 소금 간이나 후추 정도밖에 안 뿌린 것 같은데 왜 그렇게 짭조름하고 맛있는지. 진짜 이것만 여러 개 시켜서 맥주만 마시고 가도 행복할 것 같은 느낌이다.

 

그렇게 내가 처음 주문한 닭구이와 나마비루 한잔, 몬자야끼, 그리고 또 먹고 싶어서 주문한 닭구이를 다 먹고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중간에 또 생맥주 한잔했다고 얼굴이 빨개져서 잠시 핸드폰을 보면서 쉬었다. 바로 옆에 오랜만에 만나는 것 같은 일본인 친구들이 열심히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하면서 음식을 즐기며 시간을 보내고 계셨다. 그래서 무슨 말인지는 이해하지 못하지만 그냥 그 분위기를 함께 즐기며 나도 멍 때리며 시간을 보냈다.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케를 드시더라. 아무튼 근데 하고 싶은 말은 그렇게 요리가 다 끝난 줄 알았는데 마지막 한 번이 더 남아있었다. 갑자기 내가 먹었던 철판을 박박 긁으시더니 정말 누룽지 같은 이 튀김 같은 것을 마지막으로 제공해 주셨다. 그래서 내가 한 번 더 여쭤봤던 것 같다. 이거 먹는 것 맞냐고 말이다. 맞다고 맛있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먹어봤다. 사실 막 어떤 특정한 맛이 난다고 말하기엔 양도 적고 굉장히 얇다. 금방 입 안에서 사라진다. 근데 그 바삭바삭한 식감은 즐길 수 있겠다. 맛보단 먹는 재미가 있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맞겠다. 이렇게 마지막에 생각지도 못한 디저트(?)까지 챙겨서 잘 먹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여러모로 유쾌한 시간이었다. 맛있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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