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1마리 2천원,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즐기는 생맥주 한잔!

디프_ 2022. 11. 15. 20:13
골목을 틀면 쫙 펼쳐지는 노가리 골목, 노포 분위기 제대로다!

 

정확히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을지로 이야기가 주변에서 꽤나 많이 들려왔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나도 언젠가 한 번은 가고 싶었다. 막 요즘 먹는 음식들처럼 세련되고 다양하게, 자극적인 맛도 좋긴 하지만 그냥 옛날 기본적인 맛 그대로 음식도 나오고 거기에 시원한 생맥주 한잔을 하고 싶었다. 뭐 대부분 소주 안주에 적합하긴 하겠지만 가볍게 맥주 한잔할 수 있는 분위기도 많은 것 같아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근데 그런 기회가 생기지 않았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기도 하고 이 근처에서 약속을 잡기도 했는데 정확한 위치가 어디인지도 모르겠고 들릴만한 일도 생기지 않더라. 그래서 언제 한번 가야 하는데 이러고 있었는데 드디어 약속이 잡혔다. 약속이 잡혔다기보단 내가 잡힌 약속에 낀 것이겠다.

 

아는 친구가 여기에 단골집이 있다고 했다. 매번 올때마다 같이 오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오면 생맥주 각각 몇천 cc씩 먹고 간다고. 하긴 둘 다 술을 잘하다 보니 매번 6~7시에 만나 10~11시까지 마시다 가는 것 같아 보였다. 근데 내가 그 약속에 끼게 된 것이다. 한 번쯤 와보고 싶었는데 계속해서 미루게 되면 오지 못할 것 같아 부랴부랴 껴서 이렇게 오게 되었다. 일단 처음부터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다. 지하철을 타고 을지로역에 내려서 지도 검색을 하고 거기에 맞춰 길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가게 되었고 조금 걸은 뒤에 좌측을 살펴보니 무슨 사막 속 오아시스를 발견한 느낌처럼 골목길을 쭉 따라 많은 인파들이 앉아있었다. 이렇게 높은 사람 밀집도는 최근에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다.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이 공간을 즐기고 있었는데 난 이제야 처음 왔구나 싶었다.

 

좀 정신 없이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어디냐고 전화가 왔다. 다행히 통화는 할 수 있을 정도였고 어떻게 찾아 찾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뮌헨호프라는 곳인데 원래 여기는 만선호프가 또 유명한 것 같았다. 만선호프 자체가 지점도 많고 그렇긴 하더라. 근데 여기 뮌헨호프 역시 사람도 많고 나름 규모가 크게 되어있었다. 뭐 1호점, 2호점 있는 것 같은데 친구들이 어디로 오라고 했는데 못 찾아서 또 다른 곳이 있나 했는데 아니었다. 간판이 뭐 하나가 불이 꺼진 것인지 없어진 것인지 아무튼 그렇더라. 일단 여기도 노포 컨셉에 맞게 야외 테이블은 자리가 없었다. 거기서 먹으려면 대기가 필요했다. 근데 내부는 테이블이 널널했다. 그래서 우리는 내부로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이것만 보더라도 여기 역시 감성을 즐기기 위해 오는 것이지 단순 술 한잔과 이 음식을 먹으러 오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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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본적으로 노가리를 깔고 생맥주 한잔씩을 주문했다. 이 친구들의 경우 소주도 잘 마시는 편인데 일단 여기 오면 생맥주를 마시는 것 같았다. 나로서는 어차피 소주도 못 마시니 딱이었다. 그렇게 어떻게 보면 계속 기다려왔던, 와보고 싶었던 이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다. 한 친구의 경우 고등학교 졸업 이후 처음 이렇게 만나게 됐다. 원래 학생때 나름 좀 친했는데 멀어지다가 이렇게 오랜만에 보게 됐다. 너무나도 반가웠고 이런저런 추억 이야기를 하며 수다를 떨었다. 한 친구는 최근 나름 자주 봐서 뭐 그냥 안부 묻고 뭐 떠들고 그랬다. 나의 경우도 오랜만에 좀 신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일단 이 적당한 소음의 왁자지껄한 분위가 좋았고, 이런 안주 비주얼도 꽤나 오랜만이었다. 아마 내가 노가리를 이렇게 뜯어본 것이 이날이 아마 처음이었을 것이다. 근데 먹다가 결국 사고를 쳤다.

 

노가리를 입에 물고 뜯는데 생각보다 잘 안 뜯기는 것이었다. 그래서 힘을 주고 뜯는데 딱 뜯겨져 손이 튕겨져 나갔다. 그래서 내 테이블에 놓여진 생맥주를 툭 치게 되었고 그게 아래로 떨어졌다. 다행히 컵이 떨어지기 전에 손으로 잡아 깨지진 않았는데 맥주가 사방으로 튀었다. 여기서 또 다행히 대각선에 위치한 테이블까지 튀기진 않았는데 바닥이 젖었겠다. 여기서 신문지를 주셔서 대충 닦았는데 생맥주를 거의 다 쏟아서 새로 주문해야 했다. 그렇게 생맥주를 다시 주문하였고, 노가리는 친구들이 뜯어둔 것을 먹기 시작했다. 이것도 먹어본 사람이 먹는다고 이렇게 실수를 해버렸다. 다행히 여기 을지로 노가리 골목답게 1마리 2천 원 밖에 하지 않아서 가성비는 좋게 즐길 수 있었다. 나름 크기도 크고 사이즈도 괜찮은데 1마리 2천 원이라니. 정말 가볍게 맥주 한잔하러 방문하기엔 정말 좋은 곳 같다.

 

아 그리고 이 친구들은 안주를 거의 먹지 않았다. 근데 안주털이범 답게 내가 이것저것 안주를 시키자고 했다. 메뉴판을 보니 마늘치킨이 눈에 들어왔고 제안해보니 친구들도 한번 먹어본 적이 있다고, 나름 맛 괜찮다고 알려주어 그렇게 주문하게 됐다. 주문 후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아시다시피 여기 인파도 많고 꽤나 바쁘다. 처음엔 야외만 가득 찼는데 시간이 흐르니 안에도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근데 상대적으로 야외만큼은 아니었다. 우리가 다 먹고 나올 때까지도 야외에는 사람들로 가득하더라. 테이블도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여기 방문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노포 및 야외 분위기는 더 제대로 느껴지긴 했다. 나도 다음에 오게 되면 그 감성을 즐기고 싶달까. 근데 사람이 많아서 웨이팅이 있으면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경험하려면 꽤나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리고 겨울엔 아마 저런 야외 장소가 사라지겠지?

 

1마리 2천원, 을지로 노가리 골목에서 즐기는 생맥주 한잔! 이날 한 7시에 만나서 밤 11시쯤 헤어진 것 같다. 나의 경우 맥주 한잔을 한두 번 마시다 쏟아버려 새로운 500cc 한잔을 주문해서 이 시간을 보냈다. 근데 이 친구들은 맥주 각각 한 2,000cc씩 마시고 소주도 한 병인가 두병을 시켜서 먹었다. 나중에 좀 술기운이 올라온 모습을 보이긴 했으나 거의 멀쩡하더라. 아마 나 때문에 마시는 템포가 조금 늦어진 것도 있겠다. 그리고 이 친구들은 여기 오면 항상 중간에 이렇게 소세지야채볶음을 먹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것도 시켜서 먹어봤다. 일단 여기 뮌헨호프 음식의 경우 딱히 뭐 특별한 것 없이 눈에서 보이는 맛 그대로 입 안에 전달된다. 어떤 특정한 양념 처리라든가 특별한 맛 그런 것은 없다. 그냥 상상하는 맛 그대로다. 치킨은 그냥 기본 치킨 맛, 노가리는 노가리 맛, 소세지는 그냥 케첩 찍어서 먹으면 소세지 맛 그대로다. 당연한 말이긴 한데 아무튼 그냥 하고 싶은 말은 조리만 되어서 나오는 느낌이라 집에서도 똑같은 맛을 낼 수 있다고 말하면 되려나. 아무튼 특별함은 없다.

다만 집에서 만드는 것과 다르게 기름이 들지 않고, 그냥 재료를 남겨둘 필요 없이 음식만 먹고 갈 수 있으니 가성비나 그런 것들이 좋다는 장점이 있겠다. 다만 그런 장점들 때문에 여기 종로까지 방문하진 않겠고 그냥 이 분위기를 편하게 즐기면서 생맥주 한잔하러 오기에 좋은 곳이라 생각하면 되겠다. 주변 소음이 있고 다들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기 바빠서 적당히 시끄럽게 수다 떨고 오기 좋은 곳이다. 한입 한입 음식을 즐기면서 말이다. 물론 여기 메인인 골뱅이는 먹어보지 못했다. 가격이 아마 3만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서 나 혼자 먹자고 도전하기엔 좀 부담스러웠다. 내가 골뱅이를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아무튼 그렇게 몇 년 전부터 오고 싶었던 을지로 노포 투어를 드디어 해봤다. 확실히 매력적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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