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뚝배기에 담겨 뜨끈뜨끈하게 나오는 구수한 진짜 청국장

디프_ 2022. 11. 1. 20:22
집에선 흉내내기 힘들고 밖에서 사 먹어야 맛볼 수 있는 구수한 청국장의 매력

 

이제 다시 갈 일이 웬만하면 없겠지만 점심시간을 활용하여 자주 걸어 다니는 동네다. 동네라고 해야 하나. 지역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골목길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런 곳이다. 먹을 것을 생각하지 않고 그날그날 상황에 따라 돌아다니면서 '어 여기 가볼까?' 하는 가게들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 역시 몇 번 지나쳤던 곳이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내부가 좀 어둡고 오래된 느낌이 들어 다른 가게들보다 조금 나중에 선택하게 되었다. 근데 뭔가 여기가 항상 정말 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서 일하는 분들도 자주 가시는 것 같고. 가격도 나름 여기 공간에 맞게 합리적으로 제공되는 것 같고. 그래서 이날은 그냥 갑자기 저기 간판에 적혀있는 청국장 메뉴가 꽂혀서 이렇게 안으로 들어와봤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했다. 솔직히 그냥 여기가 어떻게 나오는 줄도 모르고 뭐 그냥 김밥천국처럼 찬 1~2개에 메인 메뉴에 공깃밥 정도 나오겠지 싶었다. 그렇게 주문을 하고 기다리고 있는데 큰 판 같은 것을 하나 내어주셨고 이렇게 나름 다양한 찬들로 구성되어 음식이 나왔다. 가짓수는 다섯 가지 정도 되는데 나름 저것들 하나하나에 색깔이 있어 좋았다. 그리고 그냥 혼자 주문해도 한상이 꽉 차는 듯한 느낌이 들어 그냥 여기 가성비 좋게 잘 나오는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사진을 찍고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청국장 냄새를 맡으며 빨리 숟가락으로 팍팍 먹고 싶었다. 평소 잘 안 먹는데 요즘처럼 날이 추운 날에는 이상하게 생각난다. 평소 음식에 대해 좀 민감한 편이긴 한데 저 향이 낯설거나 싫지도 않고. 어떻게 보면 좀 신기하겠다. 다른 것들은 잘 못 먹는데 이 음식은 잘 먹으니!

 

일단 밑반찬들을 하나씩 맛을 보면서 어떤 맛인지 살펴보았다. 근데 하나하나 솔직히 다 맛있었다. 뭔가 흰쌀밥 한입을 부르는 느낌이랄까? 저 볶음김치라고 해야 하나. 저것도 솔직히 저 찬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공기 다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맛이었다. 그냥 전체적으로 사장님께서 요리를 잘하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요즘은 막 엄청 푸짐하고 다양한 것보다 이렇게 백반 정식 스타일로 하나하나 실속 있어서 그냥 심플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이 좋다. 애초에 많이 못 먹기도 하고 자극적인 것보다 건강한 맛이 더 맛있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렇다. 입맛이 좀 변해가나? 아무튼 확실하게 하나하나 입맛이 돌도록 감칠맛이 있어서 그냥 여기 한번 와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가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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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본격적으로 청국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일단 안을 살펴보니 두부가 많았고 애호박부터 해서 양파, 그리고 국물 맛을 시원하게 내기 위해 조개들도 들어있었다. 솔직히 해산물이 들어가 있을 것이라 생각 못했는데 나중에 먹다 보니 바닥 쪽에 내려가 있더라. 나름 국물 맛이 단순 그냥 청국장만 넣어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오랜만에 먹은 음식이었는데 여전히 내가 알던 맛 그대로 담백하고 구수하고 맛있었다. 이상하게 이 요리는 집에선 흉내내기 힘들고 애초에 먹기도 힘들고, 밖에서 사 먹어야 맛볼 수 있는 느낌이다. 물론 어디서 청국장을 사 와서 집에서 끓여서 먹곤 하는데 뭔가 이런 오리지널 느낌은 아니란 말이지. 아마 기분 탓일 수도 있겠다. 뜨끈뜨끈한 두부를 같이 밥에 섞어서 국물에 적셔 먹으면 그 맛이 꽤나 훌륭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밑반찬들을 하나씩 즐겨줬다. 이 중에서 개인적인 원픽은 부추도 좋긴 했지만 이 볶음김치였다. 정말 맛있더라. 이게 절임 메뉴는 아니긴 한데 뭔가 애초에 이런 맛을 좋아하긴 한다. 적당히 신 듯하면서 짭조름하면서 감칠맛을 돋궈주는 맛이랄까. 아삭아삭한 식감도 좋고. 그냥 맛있었다. 원래 이렇게 한식을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는데 언제부턴가 서서히 변해버렸다. 아무튼 그렇게 계속해서 뜨끈뜨끈한 국물과 함께 식사를 이어나갔다. 확실히 날이 추워지니 몸에서 열이 나게 만들어주는 국물 요리를 찾게 된다. 이게 온도 자체가 뜨거운 국물이 몸에 계속해서 들어가니 정말 몸에서 열이 나고 땀이 나고 그렇게 되겠다. 그럼 으슬으슬했던 추위도 정말 사라지는 것 같고. 예전엔 못 느꼈던 상황(?), 상태들이다.

 

멸치는 이상하게 손이 안 가서 안 먹다가 그래도 건강에 좋은 음식이니 맛이라도 보자 해서 이렇게 먹어봤다. 적당히 달달하니 식감 좋고 괜찮았다. 그렇게 계속해서 먹었는데 역시나 기본적으로 양이 좀 있는 편이었다. 원래 국물 요리를 잘 안 먹는 편이다 보니 아직까지 막 국물을 끝까지 다 먹게 되진 않는다. 여기에서도 많이 남겨서 누가 보면 별로 안 먹었네라고 할 수 있는데 나로서는 정말 열심히 잘 먹은 것이다. 그래서 뚝배기 요리 완뚝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라면도 막 국물까지는 다 못 먹겠더라. 애초에 끓일 때 국물이 졸아서 다 사라진 것 아니면 말이다. 아무튼 이렇게 뚝배기에 담겨 뜨끈뜨끈하게 나오는 구수한 진짜 청국장 오랜만에 제대로 즐겨봤다. 담백하게 맛있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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