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달달한 크로플에 쌉싸름하게 고소한 아메리카노 한잔

디프_ 2022. 10. 13. 20:04
강원도 양양에서 만난, 차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255

 

정말 푸릇푸릇하게, 그 공간에 오면 계절이 바뀌었음을 알게 해주는 장소들이 있다. 오늘 소개할 여기 카페가 그랬다. 찾아서 온 것은 아니고 근처에서 식사를 한 뒤에 갈만한 곳을 찾다가 오게 되었다. 근데 예상외로 너무 외관이 예쁘게 꾸며져 있어서 놀랐다. 그에 비해 사람은 한적하게 없고. 그래서 완전 첫인상부터 머무르는 시간 내내 좋았다. 근데 아마 타이밍을 잘 맞춰가서 이렇게 사람이 없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장사가 이렇게 안될리는 없는 가게였기 때문에. 이따 보면 아시겠지만 디저트는 이미 다 판매되고 없었다. 오늘 구움 과자를 안 구으셔서 애초부터 솔드아웃이었던 것일 수도 있겠지만 어찌 됐든 소비가 이뤄지긴 했을 테니 내가 머물렀을 때처럼 한가하진 않겠다. 만약 그랬다면 이 근처를 자주 올 이유가 있었다면 매번 여길 찾았겠다.

 

복잡하고 정신없는 것보다 차분하고 고요한 것이 좋은 요즘이다. 사실 요즘부터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다. 예전부터 이런 감성을 좋아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정신 없는 것도 즐기긴 했다. 왜냐하면 서로 가진 매력이 있는 것이니까. 근데 요즘은 상대적으로 고요함을 더 좋아하고 복잡함을 더 싫어하는 그 마음은 커진 것 같다. 뭔가 나의 예상치 못한 복잡함은 큰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그걸 어떻게 견뎌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근데 여기 강원도 양양에서 만난, 차분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255에선 그런 감정이 들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잊혀지게 해주어서 좋았다. 사실 아침부터 서울에서 차를 운전하고 와서 오자마자 밥을 먹고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정신이 없다면 정신이 없는 상태인데 여기선 그런 감정을 잊을 수 있었다. 보다시피 통창이 있어서 뭔가 탁 트인 기분이 들기도 하고!

 

뭔가 음식 맛이 없더라도 여긴 이미 합격이었다. 일단 이 공간에 머무르는 시간 자체가 소중했으니. 그런데 심지어 커피 맛도 괜찮았다. 솔직히 디카페인만 주로 마시기 때문에 커피 고유의 쌉싸름함이라든가 고소함 등을 잘 모르긴 한다. 자주 드시는 분들에 비해 정말 모르겠다. 근데 그냥 여기서 좋았고, 같이 간 형의 경우 커피를 밤에 마셔도 잠을 잘 자는 편이라 자주 마시는데 여기 맛있다고 했다. 커피가 먼저 나왔고 그다음에 달달한 크로플이 나왔는데 정말 그냥 기성품을 내어주는 느낌은 아니고 여기서 반죽부터해서 조리 과정을 거쳐 나오는 것 같다. 솔직히 개인 카페에서 그냥 내어주는 곳도 많은데 여긴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과정들이 들어가니 같은 가격이라고 하더라도 손님이 느끼는 체감은 확실히 다르겠다.

 

마지막 사진 초점을 잘 잡지 못해 아쉽다. 가까운 곳을 먼저 잡아야 했는데. 근데 이거 둘 다 잡는 사진들도 있는데 어떻게 찍으신 것이지? 내부 촬영을 할 때에는 조명을 진짜 강하게 때리면 가능하다고 어디서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외부에서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 아직 많이 부족하다. 아무튼 나의 경우 연유가 들어간 달달한 돌체라떼, 이 형은 고사한 아메리카노 각각 한잔씩을 주문하였다. 디저트의 경우 바닐라 아이스크림이 올라간 달달한 크로플을 주문하였는데 앞서 말한 것처럼 음료가 먼저 나와 먼저 마실 것부터 챙겼다. 기다리는 동안 그냥 각자 핸드폰도 보고 필요한 경우 수다도 떨고 화장실도 가고 주변도 구경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그냥 이 순간이 너무 소중했고 좋게 느껴졌다. 이런 감정을 들게 해 준 카페255다.

 

마지막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올라간 크로플까지 나왔다. 이 금액이 만원이다. 일단 각자 한 덩이씩 먹을 수 있도록 두 개가 나오긴 했는데 솔직히 양이 많다고 볼 순 없겠다. 커피도 그렇고. 근데 뭐 메가 커피처럼 애초에 대용량 사이즈로 콘셉트로 파는 가게도 아니고 그런 양은 좀 말하는데 의미가 없겠다. 다만 하고 싶은 말은 가성비를 말할 순 없고 그냥 가격이나 구성은 평범한 카페와 큰 차이가 없는 느낌? 근데 일단 평범한 카페에선 이런 비주얼로 음식이 나오진 않겠다. 그냥 기성품이 구워져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아이스크림 역시 하겐다즈가 아닐 수도 있고. 근데 가격 차이는 조금 저렴하더라도 1~2천 원 차이밖에 안 날 수 있으니. 뭐 좋게 생각하면 좋은 것이고 아쉽게 생각하면 아쉬운 것이겠다. 나의 경우 여행 중에 돈은 최대한 신경 안 쓰려고 하는 편이라 그런 부분은 생각하지 않았다. 그냥 이 유한한 시간을 어떻게 하면 잘 보낼까가 제일 중요했다.

 

솔직히 이게 건강에 안 좋을 것 같긴 한데, 식후에 달달한 커피와 디저트를 즐기면 그만한 행복도 없는 것 같다. 이미 식사로 배가 불러서 빵빵 터질 것 같은 배에 이런 디저트는 또 들어간다. 그래서 속은 고통받겠지만 입은 즐겁다. 그래서 요즘은 이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부러 식사 양을 종종 조절하곤 한다. 어차피 후에 먹을 것을 생각해서 조금 덜 먹는? 확실히 그렇다 보니 두 가지 방식을 모두 다 즐겁게 즐길 수 있긴 하더라. 먹는 양 줄어서 좋고 맛있는 것도 먹을 수 있어서 좋고. 둘 다 다 먹기엔 욕심이기도 하고 이젠 내 몸이 못 견디는 것 같다. 젊을 때도 아니고 어릴 때에 외관이 아닌 내부를 잘 관리하지 못한 것 같다. 너무 막 썼다. 근데 그렇다고 하기엔 술, 담배도 안 하고 그렇게 나쁘게 쓰지도 않은 것 같은데 그냥 약한가 보다.

아무튼 이렇게 달달한 크로플에 쌉싸름하게 고소한 아메리카노 한잔 하면서, 강원도 양양 카페255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원래 이렇게 카페에서 사진을 잘 안 찍는 편인데 여긴 좀 어떻게 찍으면 예쁘게 나올 것 같아 계속해서 시도했다. 근데 요즘은 밖에 잘 안 돌아다니다 보니 카페에 가서도 사진을 찍긴 하는데 여긴 다른 느낌이었다. 운 좋게도 날씨도 좋아 저렇게 밖이 화창하게 나오기도 하고. 아무튼 그냥 기분 좋은, 행복한 시간이었다. 여행은 항상 즐거운 것 같다. 여행 시 겪는 불운도 당시에 짜증이 날 순 있어도 돌이켜보면 추억이다. 현실에서 겪는, 정말 안 좋은 기억으로만 남는 불운과는 다르게 말이다. 그래서 여행이 더 매력 있는 것 같다. 나중에 근처에 들릴 일이 있으면 여기 한번 더 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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