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양념게장, 누룽지까지 끓여먹는 9천원 가정식백반의 매력

디프_ 2022. 9. 12. 22:14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항상 큰 즐거움을 준다.

 

기대라는 것이 예전엔 무조건 좋은 단어인 줄 알았다. 근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라. 정말 흔히 하는 말처럼 기대가 크면 클수록 실망이 크고 기대가 적으면 적을수록 행복할 때가 있더라. 그것도 상당히 많이. 물론 기대가 커서 정말 행복감이 배가 될 때도 있는데 그건 그 행복감에 젖어 기대했던 내가 금세 잊혀지는 상대적인 부분도 있긴 하겠지만 아무튼 우리가 익숙히 받아들여 왔던 것처럼 정말 긍정적인 단어인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 소개할 가게의 경우 정말 우연히 방문했다. 찾아본 것도 아니고 정말 지나가다가 뭐가 있나 싶어서 안을 살펴봤는데 손님들이 있었고 그냥 한번 들어가자 싶어서 들어왔다. 솔직히 점심 한 끼로 9천원 가격이 저렴하진 않고 살짝은 부담이 될 수 있는 금액이었다. 근데 이왕 들어온 것 나가긴 뭐해서 그냥 제일 저렴한 메뉴 하나를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길 기다렸다.

 

그렇게 배가 고픈 상태도 아니었고 딱히 기대감도 없었기 때문에 핸드폰을 보면서 딴짓을 하고 있었다. 내가 주문한 것은 여기 시그니처 메뉴인 것 같은 가정식백반이었다. 한 2분 정도 흘렀나. 밑반찬이 깔리기 시작했다. 오 생각했던 것보다 밑반찬 가짓수가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 여기 사진 찍을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는데, 사진을 찍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되었다. 그러다 된장국이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여긴 사진 찍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바로 생선구이가 나왔다. 솔직히 이 구성만으로도 이 가격은 꽤나 합리적인 것처럼 느껴졌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돌솥밥까지 나오고 엔딩으로 누룽지까지 끓여 먹을 수 있었다. 그래서 이 가격이 전혀 비싸게 느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저렴하게 느껴졌고, 여기 나중에 무조건 재방문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나름 이 동네 맛집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다.

 

역시 일단 손님들이 많은 가게는 이유가 있겠다. 솔직히 여기 외관에 딱히 뭐도 없고 해서 안에 그냥 손님들이 계시길래 들어와본 것인데 이렇게 기분 좋은 식사를 할 줄이야. 만약 찾아보고 어딜 갔다면 분명히 여긴 후보에 없었을 것이고 그냥 지나쳤을 것이다. 우연이 또 이런 즐거움을 준다. 아무튼 밑반찬을 하나씩 맛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있으니 슬슬 식사 시간이 되어서 사람들이 꽤나 몰리기 시작했다. 여기가 시장 근처라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다. 역시 이런 장소는 입소문도 무시 못하겠다. 그리고 사장님께서 돌솥밥이 조금 늦게 나올 것 같다고 미리 양해를 구하셨다. 아마 뭐 예상보다 손님이 많았거나, 아니면 메뉴 특성상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겠다. 다음에 여길 올 경우 어딜 갈까 헤매다 올 것이 아니라 바로 올 것이기 때문에 고민하지 않고 좀 일찍 와야겠다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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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매장이 밖에서 보이는 테이블이 전부가 아니었다. 안에 한 15명 정도까지 들어와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었다. 그래서 매장은 상당히 넓었다고 보면 되겠다. 다만 지금 이렇게 테이블이 꽉 차지 않아도 주문이 딜레이가 되는데 사람이 꽉 차면 꽤나 정신 없고 바쁘시겠다 싶었다. 아무래도 이게 온도가 올라가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니까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겠다. 단순 가성비만 좋다고 해서 내가 여길 재방문해야겠다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맛도 훌륭했다. 특히 밑반찬 하나하나 계속해서 손이 갔다. 짭조름해 보이는 찬은 짭조름하니 맛있었고 이 간장 계란의 경우 그냥 담백하니 맛있었다. 멸치도 괜찮고 특히 양념게장이 대박이었다. 여기에 게장이 나오다니. 다만 이게 무한 제공은 아니겠다. 추가 밑반찬의 경우 셀프로 이용하게 되어있어서 가봤더니 이미 다 소진되어 있었다. 뭐 근데 이것까지 계속 무한정 제공되면 이 가격이 아니겠지. 이해는 간다.

그렇게 기다리던 돌솥밥이 나왔고 밥을 덜어둔 뒤에 물을 넣고 다시 뚜껑을 닫았다. 예전엔 이거 어떻게 먹어야 하나 먹는 방법도 모르곤 했는데 이젠 좀 먹어봤다고 나름 척척이다. 그리고 이거 그냥 생수를 붓는 시스템이 아니라 여기서 따로 처음에 육수 같은 것도 주신다. 그냥 아마 보리차 같은 것이겠지? 9천 원 가격에 그런 디테일이 어디랴. 충분히 괜찮은 포인트라 생각한다. 아무튼 이제 모든 구성이 맞춰져 밥과 함께 밑반찬들을 즐겼다. 찬 하나하나 맛이 괜찮고 종류가 다양해서 한입 먹을 때마다 다양한 종류를 즐길 수 있어 좋았다. 양념게장을 더 못 먹은 것이 아쉽긴 하지만 분명히 오기 전에 배가 고팠던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굳이 과식할 필요는 없겠다. 과식하면 그 순간만 정말 잠깐 즐거울 뿐 그날 하루가 고생일 수 있으니 잘 조절해가며 참아야겠다. 된장찌개도 있고!

 

밥이 돌솥밥이라 그런지 밥 자체가 맛있었다. 고슬고슬 윤기도 나면서 그냥 밥만 먹어도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 생선구이도 잠시 잊고 있었다. 사장님께서 다음에 돈을 조금 더 추가하여 다른 생선을 먹는 것이 더 맛있을 것이라는 팁을 주셨다. 근데 나의 경우 앞서 말했듯이 여기 기대를 하나도 안하고 들어왔기 때문에 제일 저렴한 구성을 주문한 것이었는데 다음엔 사장님 추천을 한번 믿어보고 주문해야겠다 싶다. 흰쌀밥 위에 이 생선구이 가시를 잘 발라서 올린 뒤에 함께 먹었다. 역시나 짭조름하면서 맛있었다. 저 마늘쫑도 맛있고. 그냥 이때 기분이 좋아서 그런 것인지 조용한 내부도 좋았고 여기 인테리어나 사장님이나 다 좋았고 좋으셨고 음식도 만족스럽고 그냥 다 괜찮았다. 뭔가 잠시 바쁜 일상을 떠나 힐링을 즐긴 느낌이랄까. 스마트폰으로 내가 보고 싶은 영상도 보면서 말이다.

양념게장도 그냥 찬으로 무료 제공이라고 해서 비린맛이 난다거나 살 상태가 무르다거나 그런 것 없었다. 최근에 담궈주신 것처럼 신선하니 살 부드럽게 맛있었다. 일단 양념 자체가 괜찮았다. 여기 사장님 확실히 요리 실력이 있으시겠다. 그리고 흰쌀밥을 다 먹어서 돌솥밥 안에 있는 누룽지를 먹기 시작했다. 아래가 적당히 저렇게 눌러붙어서 바삭바삭하니 맛있었고 마늘쫑과 꽤나 조합이 좋았다. 원래 밑반찬을 식당에 가면 다 먹기가 힘든데 여긴 전체적으로 구성 좋게 다 즐기면서 나올 수 있어 식사를 다 마친 뒤에 상태를 확인하는 만족도도 괜찮았다. 괜히 텅 비어있으면 잘 먹은 기분이랄까. 아무튼 이렇게 기대하지 않았던 점심식사를 행복하게 할 수 있었다. 다시 봐도 누룽지까지 끓여먹는데 9천원 가정식백반의 매력은 꽤나 높다고 생각한다. 조만간 또 가야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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