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단돈 5만원대에 즐기는 소고기 오마카세 우직서울

디프_ 2022. 9. 10. 20:53
예약이 좀 힘들지만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고기에 진심인 우직서울

 

언제부턴가 오마카세 열풍이 시작되었다. 열풍이 불기 전에, 친구 덕분에 그 낯선 문화를 처음 접해볼 수 있었다. 가격이 좀 나가긴 했지만 쉐프님께서 손질을 해서 바로 내어주시는 뭔가 즉석 맞춤 서비스 같은 그런 게 굉장히 좋게 다가왔고 신선했다. 매력이 있었다. 그렇게 한번, 두 번 가게 되었고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랑도 가고 그랬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이 시스템을 즐기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예약이 정말 힘들어졌다. 뭐 인기 있는 곳은 한 달 전에도 못한다고 하고 그러더라. 나의 경우 그런 곳은 처음부터 가보지 못했다. 가보고 싶긴 했는데 예약을 할 자신도 없었고 몇 번 시도해봤는데 되지도 않더라. 예약 운이 나에겐 없는 것 같다. 근데 이게 저렴하다고 해서 인기가 많은 것이 아니라 애초에 기본 베이스가 비싼데 더 비싼 곳인 강남에 위치한 곳들도 다 풀부킹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아직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데 가보지 못했다. 친구들이 갈 때는 나름 약속을 미리 잡긴 하는데 거의 즉흥적으로 가다 보니까 가던 곳만 가게 된다. 한 곳을 아마 우리가 세 번 넘게 갔을 것이다. 네 번이었나 다섯 번이었나. 아무튼 그래서 다른 곳 좀 가자고 해서 다른 곳을 갔는데 거기도 아마 두 번인가 세 번 갔을 것이다. 그나마 이 그룹 중에서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게 나인데 나도 삶이 버겁고 뭔가 귀찮기도 하고 애초에 갔던 곳들이 만족스러워 다른 곳으로 변경할 필요성을 못 느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두었다. 뭐 실제로 여러 번 가도 만족스럽기도 했고. 아무튼 이렇게 나름 스시 종류는 잘 즐겨봤는데 그 이후에 갑자기 한우 오마카세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소고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도 한번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게 애초에 소이다 보니까 가격이 저렴하다고 하더라도 차원이 달랐다. 나름 가성비 좋은 가게를 찾는다고 해도 10만 원이 넘어가더라. 10만 원 중반선이 그나마 제일 괜찮아 보였달까.

 

물론 특별한 날이라면 갈 수 있겠는데, 평소 맛있는 것 먹고 싶다고 가기엔 조금은 부담스러운 금액 대였다. 그렇게 언제 한번 가야지 가야지 하다가 우연히 알게 된 장소가 하나 있었다. 그곳이 바로 오늘 소개할 우직서울이라는 곳이다. 여길 소개받을 때 가성비 좋다고, 가볼 만하다고 들었다. 그래서 살펴보니 가격이 꽤나 착했다. A코스와 B코스가 있는데 A코스가 6만 원, B코스다 4.5만 원이었다. 두 코스의 차이는 간단하게 양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래도 조금 설명해드리자면, A코스의 경우 소고기 5종이 나온다. 여기에는 육회와 시그니처 메뉴가 포함된다. 그다음 랍스터, 새우, 가리비관자가 나오고 구이채소가 추가로 나온다. 그리고 특양과 막창 중에 한 종류가 나오고 마지막으로 후식 우동이 나오겠다. B코스의 경우는 소고기 4종이 나온다. 여기엔 육회만 포함되고 그다음 새우, 가리비관자, 구이채소, 후식 우동이 나온다. 나의 경우 여길 두 번 방문했었는데 한 번은 A코스 다른 한 번은 B코스를 먹었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A코스 먹는 것을 추천드린다. 이게 한번 A코스를 먹어봐서 그런지 B코스를 먹을 때에는 뭔가 먹다가 만 기분이 들더라. 물론 이날 B코스를 택한 이유가 배가 고프지 않아서, 또 과식하면 속이 안 좋아질 것 같아서 B가 있길래 땡큐다 하면서 주문한 것이긴 했는데 돌이켜보면 A코스가 훨씬 더 만족도가 높았다. 나야 재방문이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만약 이 포스팅을 보시고 처음 가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A코스 추천드린다. 그게 구성도 그렇고 훨씬 낫다. 그리고 이게 배가 부를지 걱정이 되시는 분들도 계시겠는데, 일단 여기 오면 주류는 하나 무조건 드실 테니 그걸로 어느 정도 배가 차기도 할 텐데 A코스의 경우 메인만 먹어도 충분히 괜찮겠다. 이게 한 번에 확 먹는 게 아니고 천천히 먹다 보니 나중에 저절로 포만감이 올라오더라. 구이 채소도 무시 못하고 말이다. 나의 경우 첫 번째 방문도 그렇고 이번 두 번째 방문도 그렇고 두 번 다 생맥주를 먹었다. 근데 와인을 즐기시는 테이블도 많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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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돈 5만원대에 즐기는 소고기 오마카세 우직서울. 예약의 경우 매월 어느 시점에 열리게 된다. 해당 정보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하거나, 초록색 창에 검색 후 알 수 있다. 나의 경우에도 그 예약을 받는 시점에 맞춰 전화를 걸어 따로 예약을 했다. 일단 여기 위치 자체가 번화가가 아니기도 하고, 차를 타고 찾아오기 힘든 위치에 있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평일에 예약은 수월한 편이다. 근데 금토일의 경우 최소 1~2주 전에는 미리 해야 할 수 있어 보인다. 특별한 날의 경우에는 거의 오픈 초에 해야 하는 것 같고! 매장 자체가 그리 넓진 않다. 나름 테이블이 옹기종기 있어서 한 10~15 그룹은 받을 수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 보니 매장 자체가 쾌적한 기분은 아니다. 좀 좁은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식사를 즐기는데에 불편함은 없겠다. 2인이 가면 더더욱! 기본 4명 테이블이기 때문에.

 

여기 시스템은 간단하다. 일단 순서에 맞춰 종류가 나온다. 한우카세 이름처럼 오마카세와 흘러가는 방식은 똑같다. 다만 다른 점은 여긴 첫 점 정도만 일하시는 분이 구워주시고 나머진 손님이 알아서 구워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손님 테이블 상황에 맞춰 다음 재료들을 내어주신다. 다 먹어갈 때 즈음에 새로운 재료를 가져다주시니 테이블 위에 음식이 밀린다거나, 배가 불러 천천히 먹고 싶은데 급하게 먹게 만드는 그런 시스템은 없다고 보시면 되겠다. 그리고 재료들을 가져다주실 때마다 이건 어떻게 가져왔고, 어떻게 만들어졌고,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 설명을 해주신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다. 뭐 모르면 여쭤보시면 되고! 다들 친절하시고 설명도 잘해주신다. 다만 확실히 모든 테이블에 일하시는 분들이 달라붙을 수 없는 구조이다 보니 가끔 주문이 힘들거나 그럴 때가 있다. 근데 뭐 이것 역시 그리 심한 편은 아니다.

 

저번에 왔을 때 여기 화력을 무시하고 채소구이를 다 태워버렸다. 저게 은근 별미인데, 그래서 이번엔 태우지 말자고 나름 가장자리에 두고 은은하게 구웠다.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여기 숯을 활용해 고기가 구워지다 보니 그 열기가 꽤나 강하다. 자리에 앉아있으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그래서 그것 덕분에 술이 더 빨리 올라오는 것 같기도 하고 얼굴이 빨개지고 좀 덥더라. 그래서 대부분 여기서 식사를 할 때에는 식사 시간이 기본 1시간 정도는 되는데, 좀 빨리 나오려고 하게 되는 것 같다. 대부분이래야 두 번 밖에 안 가보긴 했는데 두 번 다 좀 더웠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조명도 아늑하고, 뭔가 여기만의 감성이 있어서 기분 좋게 수다도 떨고 술 한잔 할 수 있고 그런 것 같다. 여기 안 가본 친구가 있으면 소개해주고 같이 가고 싶은 느낌이랄까. 전체적으로 막 쾌적하진 않아도 그게 문제가 되진 않는 매력적인 곳이다.

아 그리고 여기 이 육회가 별미다. 솔직히 이날 제일 맛있었던 것이 육회다. 솔직히 고기 자체를 숯불 위에서 구워서 소금이나 와사비에 곁들여 먹는 것을 함부로 이길 순 없긴 한데 이 날따라 육회가 왜 그렇게 맛있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그나마 좀 차가운 베이스여서 그랬나?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근데 육회가 너무 맛있었다. 쫀득쫀득 찰지고 양념 베이스도 너무 좋고 계속해서 손이 가더라. 그리고 B코스를 주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육회의 전체적인 양이 부족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나름 젓가락을 여러 번 움직일 수 있어 괜찮았다. 그래도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긴 무조건 A코스로 가야 한다. 남기더라도 말이다. 근데 아마 2인이 와서 남길 가능성은 거의 없겠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더 먹을 수 있을 테니. 이렇게 먹으면서 맥주도 한잔 하면서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나아갔다. 솔직히 이때가 마지막이 다가왔는지는 다 먹고 나서야 알았다. 이때는 몰랐다.

그래도 배가 점점 차기 시작해서 타이밍은 괜찮았다. 아마 이날 늦은 점심을 먹어서 식사한 지 3시간이 지나지 않았을 때였을 것이다. 그래서 이날은 이 양과 구성이 나에게 딱 맞았다. 그리고 이게 불이 세기도 하고 한 점씩 인원수에 맞춰 올린 다음에 구워 먹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사진을 예쁘게 찍기가 힘들었다. 원래 불판 위에 쏵 올려가지고 사진 한번 전체 샷으로 찍어줘야 하는데 막 한점, 두 점씩 올라가다 보니 그렇게 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썸네일이 아쉽긴 한데, 뭐 포스팅하려고 여기 간 것은 아니니까 먹는 과정은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소금도 톡톡 찍어서 먹고. 역시나 요즘 꽂혀있는 구운 대파도 야무지게 구워서 잘 먹었다. 예약이 좀 힘들지만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소고기에 진심인 우직서울 가게다. 아 그리고 대부분 2인 이서 오긴 하는데 기본 4인 테이블로 자리가 예약되는 시스템이다 보니 추가로 1~2명은 급하게 요청드려도 괜찮은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인원 변동이 생기신 분들은 전화로 한번 확인해보시면 되겠다.

하나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마지막까지 정말 잘 먹었던 것 같다. 내가 포스팅을 할 때 사진이 많은 곳은 그만큼 먹는 방법이 다양하다는 의미다. 똑같은 사진은 웬만하면 거의 안 찍기 때문에 그때그때 하나씩 다르게 되는데 여기가 그랬다. 그래서 먹는 재미도 있고 실제로 다양한 조합으로 즐기니 맛있기도 하고 그랬다. 역시나 여기에서도 고기에 소금을 찍어 먹는 것이 베스트였고 그다음 와사비였다. 소고기를 소고기 자체로만 즐기는 사람은 많이 못 본 것 같다. 회는 종종 회만 즐기시는 분들을 본 것 같긴 한데. 단돈 5만원대에 즐기는 오마카세 우직서울, 확실히 가격은 착하다. 무엇보다 이런 서비스 경험을 이 가격대에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단순 이 경험치를 제공해주는 것만으로도 나는 어느 정도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내가 찾아봤을 때 이 가격은 찾기 힘들었으니까. 그래도 다음엔 조금 더 비싼 곳을 가보고 싶은 마음은 있다. 어떻게 다른지 궁금하다.

 

마지막으로 시원하게 냉우동을 먹어줬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바로 불 앞에 앉아있어서 얼굴이 뜨겁기도 하고 더웠다. 근데 마무리로 이렇게 시원한 냉우동을 먹으니 정말 딱 마지막 느낌이 났다. 뭔가 마무리를 지어주는 느낌이랄까? 보기엔 살얼음이 별로 없어서 안 시원할 수 있는데 면발 자체가 좀 얼어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차가운 베이스여서 아마 시원하실 것이다. 근데 개인적으로 우동도 우동이지만 아이스크림도 제공되면 어떨까 싶다. 오마카세 가게들을 가면 꼭 엔딩으로 아이스크림이 나오는데 그게 다 수제여서 꽤나 맛있었다. 사 먹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담백한 맛이다. 뭐 거긴 생선이고 여긴 소고기라는 것이 다르긴 하지만. 아무튼 이날 재방문을 통해 역시나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괜찮았지만 다음엔 속을 비운 뒤에 A코스로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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