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4년 연속 미쉐린 선정 여름철 제격인 냉우동 교다이야

디프_ 2022. 7. 19. 20:16
주문이 들어와야 면을 썰기 시작하는 두 형제의 우동 전문점

 

오늘 소개한 곳은 꽤나 장사를 오래한 곳이다. 나 역시 이 날을 제외하고 예전에 한번 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도 대기를 하다가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근데 개인적으로 입맛이 고급스럽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쉽게 먹을 수 있는 살얼음 동동에 냉모밀처럼 나오는 것을 좋아하는데 여기 냉은 그냥 그 육수만 차가운 것이고 살얼음이 없어서 '좀 아쉽네'하고 잊고 한동안 안 왔던 기억이 난다. 근데 무더위인 요즘 갑자기 여기가 생각이 났다. 막 얼음처럼 차갑진 않았어도 시원했으니까, 그리고 그렇게까지 차가운 것을 굳이 안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아서 갑자기 여기가 오고 싶어졌다. 속도 속이고. 적어도 여기 오면 속이 편한 식사를 할 수 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생각이 나서 이렇게 오게 됐다. 역시나 그 자리에 한결같이 있어주었다.

이번에도 대기를 하고 먹었다. 솔직히 더우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많을까 싶었다. 그리고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근데 역시나 앞에 대기팀들이 있었다. 나 역시 한 30분은 기다렸다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2019년부터 올해까지 4년 연속 미쉐린 선정 맛집이니 코로나 때에도 사람들이 꽤나 많았겠구나 싶다. 아무튼 그렇게 기다린 끝에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본격적인 후기에 앞서 미쉐린 가이드의 의견을 들어보고 보시는 것이 좋겠다. '합정역 근처의 조용한 주택가에 들어서면 나무 도마에 탁탁탁 작두날 튕기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형제의 집'을 뜻하는 교다이야는 두 형제가 운영하는 우동 전문점이다. 이곳에선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면을 써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면을 만들어 놓으면 수분이 증발해 사누키 우동 특유의 매력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탱글탱글한 동시에 쫄깃하며 매끄러운 사누키 우동 면발, 정어리 훈제포와 연간장으로 맛을 낸 시원한 감칠맛의 국물. 늘 한결같은 이곳의 우동 맛은 두 사장의 뚝심 있는 모습과 닮아있다.'

 

주문을 하고 메뉴는 생각보다 금방 나왔다. 근데 물리적인 시간으로 금방 나온 것이 아니라 체감상 금방 나왔을 수도 있겠다. 왜냐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매장 내부 자체가 그리 넓진 않다. 테이블이 나름 옹기종기 붙어있다. 근데 간격이 어느정도 있어서 그리 불편하진 않았다. 그리고 내부 인테리어가 일본 음식점처럼 나름 꾸며져 있어서 그것을 살펴보는 재미도 있었다. 무엇보다 앞서 가이드의 이야기처럼 바로 옆에서 면발이 썰리는 소리가 툭툭툭 들려왔다. 바로 앞자리였는데 그 소리가 불편하지도 않았고 그것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었다. 기계로 써는 것이 아닌데 꽤나 일정하게 썰려서 신기했고 정말 힘드시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요식업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그 열정이 대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맛집들 기준이다. 장사가 잘 안 되는 곳들도 많으니까. 근데 요즘 보면 꼭 맛이 그 가게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더라.

여름철 제격인 냉우동 교다이야 먹는 방법을 순서대로 찍어봤다. 개인적으로 어느 가게에 가면 거기서 주어진 것을 다 넣고 먹는 편이다. 제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아서 제안해주셨겠거니 하고 말이다. 내가 막 요리만 딱 봐도 먹는 방법을 아는 미식가는 아니기 때문에 해주시는 대로 따라야겠다. 그렇게 순서대로 재료 하나씩 넣어가면서 사진을 찍어봤다. 만약 동영상을 찍는 유투버라면 이렇게 컷마다 사진을 찍을 필요가 없었겠지만 이미지 위주의 블로거는 어쩔 수 없겠다. 특히 저 호리병 같은 것 안에 담긴 육수를 부을 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 그리고 개인적으로 레몬의 신맛은 좋아하는데 이렇게 음식에 들어가는 것은 싫어하는 편이다. 특히 외국에 가면 콜라에 레몬을 꼭 넣어주는데 그럼 탄산감도 줄어들고 본연의 콜라 맛이 나지 않아 싫더라. 그래서 여기서도 빼고 싶었는데 이유가 있겠거니 하고 그대로 먹어봤다. 근데 결국 나중엔 빼고 먹었다. 이미 늦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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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육수까지 넣으면 본격적으로 먹을 준비가 된 것이다. 우동 면발을 살살살 비벼준 뒤에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이날 주문한 메뉴는 자루붓카케우동과 자루우동인데 하나만 정식으로 주문하고 나머진 단품으로 주문했다. 평소라면 둘 다 정식으로 주문했을 테지만 이때는 내가 속이 안 좋아서 많이 먹을 수가 없었다. 아 그리고 다 냉우동으로 주문했다. 무더위에 온을 먹을 순 없었다. 자루붓카케우동의 경우 냉수에 씻은 차가운 면에 쯔유와 양념을 넣어 비벼먹는 시원하고 쫄깃한 우동으로 소개되고 있으며, 자루우동은 냉수에 씻은 차가운 면을 쯔유에 찍어먹는, 깔끔하면서도 자루다시 특유의 향이 일품인 우동으로 소개되고 있다. 교다이야 메뉴 자체가 많지 않기 때문에 주문하시기엔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매번 오면 항상 이 둘 중에서 먹게 되는 것 같다.

 

두 메뉴의 단순한 차이를 비교해보자면 하나는 쯔유에 찍어먹는 것이고 하나는 쯔유에 섞어 먹는다는 것이겠다. 근데 이 두 메뉴에서 쯔유에 어느정도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두 가지 맛을 먹어보니 찍어먹을 경우 면만 가볍게 담가서 먹기 때문에 쯔유 간이 상당히 세다. 근데 비벼먹는 경우 면발에 쯔유가 흡수되기 때문에 간을 어느 정도 조절해서 내어주시는 것 같다. 먹어보니 딱 그 차이더라. 그 정도 차이이고 맛 자체에는 큰 차이가 없었다. 뭔가 먹는 방식의 선호도에 따라 갈릴 것 같다. 그러니 가격도 똑같은 것인가? 아무튼 국물우동이 아니기 때문에 이럴 경우 면발이 굉장히 중요할 텐데, 확실히 여기 면발이 다르다. 4년 연속 미쉐린 선정된 이유가 있다. 면발 자체가 정말 탱글탱글하다. 그리고 찰지다. 이게 그냥 단순 조리하자마자 나와서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게 따지면 다른 일반적인 가게들도 이런 면발을 나타내야겠지. 근데 확실히 수타우동이라는 타이틀이 있는 이유가 있었다.

아 그리고 처음부터 훈제포를 넣어서 먹진 않았다. 저것의 경우 테이블마다 놓여져 있어 기호에 맞게 넣으면 되었다. 그래서 잊고 있다가 나중에 다른 맛을 즐겨볼 겸 해서 넣어봤다. 개인적으로 맛에 큰 차이는 없었고 그냥 식감이 조금 더 좋아진 것처럼 느꼈다. 양의 경우 처음엔 좀 적게 느껴졌지만 먹다 보니 면발도 두껍고 이것저것 즐기다 보면 은근 양이 괜찮더라. 물론 배고플 때 후루룩 먹으면 금방 사라질 것 같긴 하다. 근데 정식으로 시켰으면 이렇게 튀김도 다양한 종류가 나오니 어느 정도 합리적인 가격에 맛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여기엔 유부초밥, 모듬튀김, 후식, 샐러드가 나오는데 그냥 정갈하니 딱 괜찮다. 뭔가 기름진 것도 아니고 깔끔한 맛을 나타내 주어 본연의 맛을 더 살려주게 된다. 개인적으로 처음 오시는 분들은 정식을 드셔 보길 추천드린다. 그래야 양도 맛도 퀄리티도 다 잡을 수 있겠다. 단품만 먹기엔 좀 심심하다.

이상하게 요즘따라 유부초밥이 당긴다. 솔직히 유부초밥의 경우 아마 다들 많이 드셔보셨을 것이다. 한때 집에서 간식처럼 많이 먹었을 때가 있다. 그래서 나에겐 그 맛만 남아있는데 우연히 초밥 전문점이나 그런 일식집에서 먹었을 때 내가 먹어왔던 것과 다르게 굉장히 맛있더라. 그 특유의 향도 괜찮고 뭔가 찰지고. 그래서 언제부턴가 유부초밥을 한 번씩 시도해보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니까. 근데 밖에서 사 먹으면 집에서 먹는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여기도 유부 안에 밥이 알차게 들어있어서 하나만 먹어도 든든할 것처럼 나왔다. 실제로 밥알이 찰져서 맛있기도 했고. 우동 면만 먹기에 심심했는데 쌀도 즐길 수 있어 괜찮았던 것 같다. 이렇게 4년 연속 미쉐린 선정 여름철 제격인 냉우동 교다이야 저녁 식사가 끝이 났다. 오랜만에 재방문하게 되었는데 예전 맛이 어땠는지 잘 기억나진 않지만 그 자리에 그대로인 가게가 있어서 기분 좋았다. 요즘은 정말 사라진 가게들이 많더라. 그것만으로도 즐거운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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