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퇴사 후 기록

퇴사 후 두달이 지났다.

디프_ 2017. 8. 9. 11:31

퇴사 후 두달이 지났다.

 

 

퇴사

 

 

정확히 따지자면 두 달하고 약 일주일 정도가 지났다. 지난 두 달을 돌이켜보자면, 정말 실컷 놀기만 했다. 나흘 내내 집에 박혀서 먹고 자고 먹고 자고도 해보고 일 다닐 때 시간이 없어서 못 가봤던 전시회도 실컷 다니고 있다. 또 평일이 있는 삶을 살고 있다. 메모해뒀던 맛집도 하나하나씩 가고 엄마랑 장도 보고 또, 예전에 즐겼었던 사우나도 한 달에 한 번 정도 간다. 아이러니하게 친구들은 전보다 더 자주 못 만나고 있다. 일을 관두고 만나야지 했던 친구들에겐 이것저것 한다는 핑계로 막상 연락도 못 했고, 또 자주 보는 동네 친구들은 거의 동시에 다 취직을 해버려서 요즘은 서로 먹고살기 바쁘다. 정작 나는 한가해졌는데 말이다. 누가 그랬다. 좋은 습관은 길들기 어렵지만, 악한 건 금방 배운다고. 정말 바로 어제의 나처럼 이 모든 것들이 어색하지가 않았다. 잠시 잊고 있었던 나태를 즐겨도 너무 즐겼다.

 

원래 퇴사 후 계획이 명확했다. 하루아침에 생각한 것도 아니었고 나름 몇 개월 전부터 무엇 무엇을 해야겠다 다짐하고 '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갖고 있었다.

 

첫째는 영어. 학창시절부터 회사를 다니던 시기까지 항상 영어에 미련이 남아있었다. 학생 때는 어학연수를 다녀온 뒤 달라진 친구들을 보고, 회사에서는 해외에서 학교를 나온 뒤 해외 영업팀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고 계속해서 잊을만하면 자극을 받았던 것 같다. 학창시절, 시간은 있었지만 기회가 없었다. 또 마지막 졸업을 앞두고 기회가 살짝 오긴 왔었는데,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팠던 기간이 있어서 아쉽지만 포기해야 했다. 이제는 기회도 시간도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니 선택만 하면 되는데 이게 쉽지가 않다. 그냥 가면 되는데 왜 망설이고 있는지 모르겠다. 몇몇은 향후 몇 년 안에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음성인식, AI 등으로 영어를 이젠 배울 필요가 없다고 하는데 아마 이 부분은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개인적인 욕심인 것 같다. 그래서 나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은 지금 꼭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

 

둘째는 영상편집. 편집이나 포토샵, 디자인 등은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 흔한 사진 포토샵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근데 재작년부터 스멀스멀 올라오더니 작년을 기점으로 영상 편집이 너무나 배우고 싶어졌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그 주된 이유에는 돈과 취미, 그리고 시간이 들어있었다. 제일 기본이 되는 전문적인 능력이 없긴 하지만, 이만 얻게 되면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가 있었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사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은 많이 없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잠깐 그랬었지만, 하나만 얻기 위해 노력하면 충분히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이게 업이 되지 않더라도 마케팅을 직무로 삼았기에, 근래에 영상 컨텐츠가 주목을 받고 있고 실제로 현업에서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나로선 손해될 게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그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한다.

 

셋째는 주식. 위 세 가지 목표 중 비중이 제일 낮았던 부분이었는데 어떻게 하다 보니 현재 거의 모든 일상 중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주식을 시작한 지는 좀 됐는데, 본격적으로 벌어야겠다 하고 시작한 지는 백수가 되고 나서부터였던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고 싶은 것은 많아지다 보니 점점 더 돈에 대한 욕심이 생겼던 것 같다. 원래 하나도 없었다고 할 순 없지만, 진짜 없었다. 현재도 남들에 비하면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닌 거 같긴 한데, 확실히 욕심이 생겼다. 내가 원하는 것을 하기 위해선 정말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를 얻기 위해 현재의 나를 돌아보니 이 방법이 그나마 적절하다 생각했고, 젊을 때 아니면 또 언제 해보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나를 위해서 한 달에 한 번 정도 매월 나의 주식일지를 기록해보려 한다.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위 세 가지가 대충 내가 원하는 모습의 큰 줄기고 그 잔가지들로 운동, SNS 등이 있는데 이는 목표를 두고 한다기보단 일상 속에 녹아있는 것들이라 생각하기에 꾸준히 하고 있다. 각기 다른 것을 추구하는 목표라 효율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주식을 제외하고 큰 그림 안에 두고 보면 하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식도 어떻게 보면 그 안에 포함될 수도 있겠고.

 

이러한 일상 포스팅의 작성 의도는 그냥 지난 날을 되돌아보고 내가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잠시 잊고 있었던 나를 되새길 겸 더 열심히 살고자 채찍질할 겸해서다. 포스팅을 할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은 글을 하나하나 적어 내려가면서 나 혼자 정리를 해가고 있는 느낌이다. 그냥 막연한 생각을 글로 정리하면 확실히 도움이 되고 길이 보이고 자극이 된다. 퇴사 후 두달이 지난 지금에서야 서서히 작은 퍼즐들이 맞쳐줘가고 있는 느낌이 든다. 화이팅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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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 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여행에 관한 얘기를 추가로 적으려고 윗부분에선 최대한 제외했다. 근데 예상보다 포스팅 시간이 길어져서 이에 관해선 다음에 다시 작성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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