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숙성회로만 제공되는 강남 막썰이회 30000

디프_ 2021. 6. 30. 22:24
맛집스러운 느낌은 충분히 났던 강남 막썰이회 30000 숙성회

오랜만에 지인과의 약속이 있어 강남까지 향했다. 9호선이 워낙 잘 되어있어서 오가긴 편한데 은근 잘 안 가게 되는 곳이 강남이다. 너무 복잡하기도 하고 솔직히 딱히 구경거리나 놀만한 것이 없기도 하고. 뭐 쇼핑하기엔 편한 것 같은데 요즘 쇼핑 자체를 별로 안하다보니 더더욱 갈 일이 없었다. 20대 초반에는 정말 자주 갔었는데. 그리고 그때 신사 가로수길에서 자취의 꿈을 키웠었지. 지금은 자취보단 독립을 해야 할 때라 때를 놓치긴 했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렇게 오랜만에 강남 길에 올랐고 지인과 뭘 먹을까 하다가 최종적으로 회를 먹기로 했다. 당일날 정한 것은 아니고 만나기 며칠 전에 정했었다. 근데 만나기 전날 비가 왔었고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 먹다가 나온 이야기지만 원래 메뉴 변경을 할까 했었다고 한다. 비가 온 다음날이라 다른 것을 먹고 싶었다고. 나 역시 초밥은 잘 먹지만 회는 잘 못 먹기 때문에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뭐 다른 이유가 있나 보다. 광어나 연어, 우럭 등 먹기 편한 것은 꽤 좋아하는 편이다.

 

아무튼 그렇게 9호선 삼성중앙역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강남 막썰이회 30000에 도착했다. 좀 이른 시간에 도착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한산한 기분이 들었다. 이미 테이블 몇개는 회와 술을 즐기시는 분들도 계시긴 했지만 나올 때보단 확실히 조용한 느낌이었다. 나올 때 보니 모든 테이블이 꽉 차 있었고 좀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들었다. 많은 후보군 중에 이 가게를 선택한 이유는 뭔가 사진으로 봤을 때 분위기가 있어 보였다. 뭔가 일본 이자카야 느낌이랄까. 그 은은한 조명 때문에 왔는데 막상 와서 보니 그런 분위기는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래도 맛이 있으니 사람들이 이렇게 오는 것이겠지. 꽤나 인기가 있었고 지인 직장이 이 근처인데 여기가 좀 유명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소개 역시 삼성동 직장인이라면 다 아는 핫플레이스라고 되어있구나. 아무튼 첫 느낌은 나도 너무 좋았다.

 

그렇게 메뉴판을 보고 있다가 지인이 와 바로 주문을 했다. 일단 가게 소개를 좀 해보자면, 여기서 판매하는 모든 횟감은 숙성회로 제공된다고 한다. 선어가 아닌 활어 상태에서 이케지메(즉살) 후 어떤 과정을 거쳐 횟감 종류별로 짧게는 12시간 길게는 48시간의 전용 냉장고 숙성을 거쳐 손님 상에 나가게 된다고 한다. 모둠 종류는 분기별로 달라진다고 한다. 그리고 간장 역시 시중 판매 제품이 아니라 여러 재료를 넣고 직접 끓인 501 베이스 회 간장을 사용한다고 한다. 생 와사비는 분말 강와사비와 달리 간장에 풀어도 와사비 맛이 잘 나지 않으니 와사비를 회에 따로 얹어 간장만 찍어 횟감 본연의 맛을 느껴보라고 추천해주었다.

 

피문어를 드시는 분들 같은 경우에 피문어는 온도와 수질에 예민해 배송 과정이나 수족관 보관 중 쉽게 죽는다고 한다. 그러한 이유로 술집에서 나오는 피문어 숙회는 보통 죽은 상태의 피문어를 납품받아 급냉 후 소량씩 해동해 썰어 나온다고 하는데, 여기 막썰이회 30000에서는 동해 묵호항에서 올라온 살아있는 피문어를 그대로 15분간 쪄서 가위로 뭉텅뭉텅 잘라낸다고. 냉동시키지 않고 두껍게 잘라 육즙이 풍부하며 참기름장과 경상도식 양념장에 찍어서 같이 내드리는 부추무침에 곁들여 보시라고 추천해주고 있다. 다 드신 후 추가하시면 남은 다리와 내장을 넣고 먹물 라면까지 끓여준다고 한다. 우니를 추가하여 여수 돌김에 숙성회와 함께 먹으면 또 더 맛있다고 한다. 우니의 원산지는 분기별로 달라지며, 보통 국산 우니를 사용하지만 북해도나 캐나다, 멕시코를 사용할 때도 있다고. 우니는 선도가 중요한 만큼 선도 유지를 위해 하루 4판만 한정 판매한다고 한다. 그 외 기타 밑반찬류는 전부 매장에서 직접 만드신다고!

 

이렇게 친절한 설명이 있는 가게는 정말 오랜만이다. 지인이 좀 늦게 왔었는데 그거 읽으면서 구경하느라 좀 지루하지 않게 기다릴 수 있었다. 그리고 주문한 막썰이회가 나왔다. 이게 아마 중일텐데 정확히 기억 안 나네. 그 밖에도 다른 먹고 싶은 메뉴들이 많이 판매가 되고 있었는데 2차를 갈지도 모르고 난 여기 처음 와서 어떻게 나올지 몰라 좀 주문이 망설여졌다. 그래서 결론 끝에 좀 먹다가 결정하자고 했다. 오랜만에 맥주까지 마실 테니 얼마나 먹을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딱 비쥬얼을 접하게 됐는데, 일단 내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달랐다. 막썰이회라고 해서 통영 시장에서 먹었던 것처럼 막 아무렇게나 나올 줄 알았는데 나름 종류별로 정갈하게 나왔다. 그리고 종류도 좀 다양했다. 내가 예상한 것과 좀 달라 당황하긴 했는데 양을 보고 좀 더 당황했다. 양이 굉장히 적게 느껴졌다. 솔직히 저렴한 돈도 아닌데! 그래도 아까부터 맛집스러운 분위기가 났기 때문에 좀 믿고 먹기 시작했다. 솔직히 잘 아시겠지만 회를 잘 모른다. 맛있는 회가 뭔지 잘 모른다. 그래서 그냥 먹는데 일단 이게 숙성회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내 기준 찰기가 좀 부족한 느낌이 들었다. 싱싱하지 않다거나 냄새가 난다거나 비리다거나 그런 것은 아닌데 뭔가 내가 먹던 것과는 맛이 달랐다. 그래도 막장이랑 초장이랑 마늘이랑 함께 먹으니 맛있긴 했다. 그리고 광어나 우럭과 다르게 좀 뾰족하게 가시들이 씹히는, 개인적으로 먹기 힘든 부위들도 있었다. 그래도 샤리와 함께 초밥처럼 만들어 먹고 이것저것 잘 즐겨먹긴 했는데 생각보다 금액 대비 잘 먹은 것 같진 않다. 오히려 문어 같은 것을 시켜서 먹물 라면을 이색적으로 먹어봐야 했나? 이 가게가 신기한 이유는 분명히 재방문은 할 것 같다. 근데 이날은 만족스럽지 않긴 했다. 그럼 뭔가 다른 기대감으로 방문한다는 것인데 그때의 메뉴 선택에 실패가 없었으면 좋겠다. 일단 컨셉은 매우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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