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숙박 영화 올레에 나왔던 밥게스트하우스에서 했어요.
(JEJU ISLAND BOB Guest house)
지난 제주도에서 첫날을 빼고 나머지 숙박은 모두 이 영화 올레에 나왔던 밥게스트하우스에서 했다. 사실 이번 여행의 시작은 이곳 때문이었다. 작년에 한창 회사에서 열일을 할 때, 종종 혼자 퇴근하고 극장을 가곤 했다. 여행의 욕구는 점점 샘솟았고 그때 우연히 극장에서 본 영화가 신하균, 박희순이 나온 올레다. 코믹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편임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주제이다 보니 정말 재밌게 잘 봤다. 한편으론 정말 부러워하며 봤다. 그때 다짐했다. 나중에 꼭 이런 생활을 짧게라도 해보자고.
퇴사를 앞둔 5월. 6월 비행기 특가를 살펴보다가 JEJU ISLAND 편도 행이 만원에 뜬 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우선 결제를 했다. 아마 출발 일주일 전까지 아무 계획도 안 짰던 것 같다. 이번 여행 컨셉은 휴식이었던 터라 동서남북 왔다 갔다 할 생각은 없었고 조용하고 괜찮은 곳에서 쉬면서 돌아다니는 게 목적이었다. 그래서 동쪽이나 서쪽 중에 한곳을 정해야 했는데 막상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았지만 다 거기서 거기 같았다. 그러다가 잊고 있었던 올레가 생각이 났고 이 BOB Guest house를 발견해 여기서 나머지 3박을 연달아 했다. 갑자기 일이 생겨 원래 계획보다 훨씬 짧은 날을 머물렀지만 충분히 괜찮았다. 또, 숙소 위치가 최근 JEJU ISLAND에 다녀왔던 친구들이 제일 좋았다고 했던 협재해수욕장 근처여서 더욱더 망설일 필요가 없었다.
아침부터 비가 와서 일정이 꼬여버렸다. 가게들 오픈시간 이전에 나와 좀 쉬엄쉬엄 걸으며 이동하려 했는데, 걷지도 못하고 차 안에서 어디를 갈지 정하고 좀 돌아다니다가 BOB 입실시간인 4시보다 조금 이른 3시 30분 정도에 도착했다. 짐만 대충 내려놓은 뒤 시간도 맞추고 주변도 둘러 볼 겸해서 밖으로 나왔다.
본지가 거의 1년이 다 돼가서 정확하진 않았지만, 뭔가 내가 봤던 곳이 맞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방에 들어가서 더 확신을 가졌었는데, 밤에 파티를 할 때 호스트랑 얘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영화에 나온 곳은 여기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뭐지? 여기가 분명히 맞는데'라는 생각이 들었고 술도 먹었겠다 내가 다른 기억을 하고 있나 하고 그 당시에는 그냥 넘겼었다. 근데 이번 포스팅을 하면서 자꾸 의문이 생겨 검색을 해보았다. 그때 딱 생각난 것이 촬영지로 게스트하우스가 두 곳이 나왔던 것 같다. 그 두 곳 중 어느 곳이 촬영지로 주로 나왔는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아마 호스트는 다른 곳을 얘기했던 것 같다. 뭐 내가 원했던 곳에 잘 찾아온 것은 맞았다.
원래 양쪽에 해먹이 걸려있는데 이날은 비가 와서 걷어두었다.
숙소 내에 별도의 쓰레기통은 없고 이곳에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뭐 마땅히 쓰레기 나올 일도 없기도 해서 이용에는 별 지장이 없었다. 또, 스태프분들께서 타투를 하실 줄 알아 별도로 헤나를 할 수도 있다. 미리 알았다면 호기심으로라도 해봤을 텐데 저 글을 나중에서야 봤다.
도미토리 룸이 아닌 커플 방들은 이렇게 다른 건물에 따로 있었다. 안에 들어갈 일이 없어서 어떤 구조로 되어있는지는 못 봤지만 뭐 비슷할 것 같은 느낌이다.
밤에 잠깐 전화를 할 때 한번 앉아보고 지나가다 보기만 했던 흔들의자. 나중에 마당 있는 집에 살면 강아지들 의자랑 나란히 두고 과자나 까먹으며 쉬고 싶다.
도미토리룸 화장실은 야외에 있다. 매일 청소를 해주시는지 생각보다 깨끗했다. 파란색 문이 뭔가 멋있어 보이긴 하는데 아무래도 야외화장실은 좀 부담이 된다.
뭔가 진짜 현지 생활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해준 곳. 샤워실을 누가 이용하고 있을 때 양치라도 미리 하려고 자주 썼던 곳이다. 뭔가 잠에서 깨자마자 햇빛을 받으며 양치하는 기분이 좋았다. 물도 시원하게 잘 나오고 자연에서 생활한다는 기분이 살짝 들었던 순간이다.
밥게스트하우스에서 조식을 먹었던 공간이다. 조식은 그날 아침에 스태프분이 직접 요리를 해주신다. 아침에 먹기 좋게 가볍게 나오는데 사실 뭔가 토스트나 이런 것들이 나올 줄 알았는데 한식 비스무리하게 나와서 놀랬다.
샤워실 앞에 놓여있는 드라이기와 거울.
처음 bob guest house에 도착했을 때 강아지들이 낮잠을 자고 있어서 놀랐다. 이렇게 같이 있는 줄 모르고 왔었는데 개인적으로 강아지를 너무 좋아하기에 반가웠다. 근데 강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얘네들이 숙소 안으로 들어오거나 그러진 않아서 제주도 숙박 이용에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개인적으로 뭔가 애견 카페나 이런 곳처럼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에서 지내는 강아지들은 어려워하는 편이다. 얘네는 인기가 너무 많고 뭔가 사람을 귀찮아하는(?) 그런 모습이 보여서 잘 못 놀게 된다. 나도 나 좋다는 사람이 좋아서...
나중에 이런 집에서 살게 되면 꼭 이렇게 햇빛이 들어오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싶다. 겨울에는 잘 모르겠지만, 한여름에도 선풍기만 있으면 충분히 시원할 것 같다. 이곳에 앉아 노트북을 펼쳐놓거나 책을 조용히 읽고 싶었는데, 뭔가 오바인 것 같아 조용히 가방을 들고 협재해수욕장 근처 카페로 나갔다.
드디어 제주도 숙박 영화에 나왔던 밥게스트하우스 6인실 남자 도미토리룸으로 들어왔다. 아무도 없어서 바로 창문 옆으로 짐을 옮겼다.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좋았다. 침대도 푹신했고 원래 2층 침대 특성상 윗사람이 많이 움직이면 아래도 흔들리는데 그 흔들림을 지내는 동안 느끼진 못했다. 연결이 바로 되어있지 않아서 그런가. 이유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아침에 나가 밤에 들어오면 위 사진처럼 침대와 이불 새수건이 준비되어 있다. 게스트하우스를 자주 가보지 않아 수건을 주는건지 안 주는건지 잘 몰랐는데 하루에 하나씩 새로운 수건을 쓸 수 있어서 좋았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지내는 나의 모습을 상상했을 때 이렇게 창가 옆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거나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바로 햇빛이 들어오는 모습을 원했었다. 그래서 처음에 숙소를 예약할 때 혹시 자리도 정할 수 있는 거냐고 물어봤었는데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별 생각 없이 왔었는데 이렇게 원하던 자리에서 지낼 수 있게 되어 좋았다. 내 기억으론 극장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 내가 '나도 꼭 저렇게 지내봐야지'하고 했었던 것 같은데, 하고 왔다. 좋았다. 아마 이곳에서 하루 빼고는 다 아침에 기분 좋게 일어났던 것 같다.
첫날. 이따 저녁 시간에 파티를 할 예정이니 참석할 수 있느냐는 문자가 왔다. 돌아가는 데에 시간이 애매해서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그다음 날에는 가야 할 곳이 있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 마지막 날에는 그래도 이렇게 혼자 왔는데 대화라도 나눠봐야겠다 하고 나름 일찍 왔는데 이날은 파티가 없었다. 살짝 아쉽기도 했는데 같은 방에 묵게 된 친구가 우리끼리 삼겹살을 먹으면 어떻겠냐고 해서 이렇게 조촐하게나마 차려 먹었다. 사실 한 동생이 요리를 잘해서 즉석에서 파무침이나 된장찌개 등등을 만들어주어 고맙게 잘 먹었다. 술을 잘 못 해서 많이 먹진 못했지만, 몰랐던 사람들을 알아가는 과정은 항상 재밌는 시간이다. 공기도 좋고 장소도 좋고 사람도 좋고. 이때 별거 아니었는데 기분이 좋았다. 아마 이런 곳에 혼자오는 사람들은 다 알아서 잘 하겠지만, 꼭 이런 파티는 참여해봤으면 좋겠다.
아 그리고 이 Guest house에서 처음 본 모습이 대게 이런 곳은 혼자나 젊은 사람들 위주로 오는데 가족 단위 손님들을 많이 봤다는 것이다. 한 번도 본 적이 없어 생각을 못 해봤는데 아이들한테나 자칫 심심할 수 있는 가족 단위 여행에서 좋은 경험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