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실내 데이트코스로 괜찮은 일민미술관 do it 전시회!
얼마 전 서울 실내 데이트코스로 괜찮은 일민미술관 do it 전시회를 다녀왔다. 여유로운 백수의 나날을 보내고 있는 요즘, 평일에 다녀오니 사람이 몇 없는 공간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여기는 2017년 4월 28일에 시작해 7월 9일까지 진행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포스팅을 통해 알게 된 사람은 빨리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오랜만에 광화문을 방문했다. 항상 이 곳을 지나갈 때마다 여기가 미술관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이번 방문을 통해 알게 되었다. 거리도 가까우니 좋은 작품들을 접할 수 있게 되면 종종 찾아와야겠다.
성인 요금인 5,000원을 내고 스티커 2장과 관람권을 받았다. 관람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1:00 ~ 오후 7:00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두잇에 대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예술가들이 작품을 창조하기 위해 쓴 지시문들로 존재하는 전시이다. 1993년에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에 의해 구상된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며 확장되고 변주되는 이 혁신적인 플랫폼은 전시 기획과 제작에 있어 새로운 형식을 제공했다. 이 출판물은 누군가에 의해 호출되기 전까지 일종의 '악보'나 'DIY 매뉴얼'처럼 가상적으로만 존재한다. 이 전시는 한국 사회에서 동시대를 경험하고 살아가는 우리가 무엇을 어떻게 생각하고, 즐기고, 대화하고, 행동하고, 구축할 것인지에 대한 다양한 질문들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보여줄 것이다.
제 1전시관에 들어오자마자 이상한 영상이 하나 보였다. 뭔가 아날로그적 감성을 나타내는 것 같았는데 쉽게 말해 옛날 뮤직비디오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바로 앞에 놓여진 헤드셋을 끼고 영상을 바라보았다. 뭔가 난잡하면서 몽환적인 것 같으면서도 어지러운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나 같이 공감력이 약한 사람은 멍때리고 쳐다보기에 좋았다.
요즘 같이 SNS 사용이 활발한 시기에 적절한 장소가 눈에 띄었다. 구경할 수 있는 총 3층 중에서 이 곳이 인증샷을 찍기엔 제일 괜찮아보였다. 넓디 넓은 장소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식탁과 의자. 그리고 벽에 보이는 화면들. 아마 이 곳에서 사색에 잠겨 멍하니 제일 오래 서있었던 것 같다. 사람이 없어서 잡음이 없어 더 좋았던 시간이었다.
이 곳에 대한 설명으로 식탁보를 빼내고 바닥에 깨진 유리 파편을 그대로 두라는 식으로 내용이 있었는데 그냥 있는 내용인지 아무도 못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하게 유지되어있었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이색적인 장소도 있었다. 바로 옆에 설명해주시는 분이 계서서 설명을 들어보니 여기 작가 장지아씨가 직접 담근 술들이며 안내원에게 요청시 직접 마실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담근 술들이 많이 없어져서 먹을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술을 못해 마시진 않았다. 대낮부터 얼굴이 뻘개져서 돌아다닐 순 없으니..
두잇이라는 말답게 2층부터는 실제 관람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어져있었다. 그곳들에는 그것에 의미가 부여된 말들이 적혀있었다. 한번씩 읽어보고 직접 참여도 해보았다. 마케팅에 대해 공부할 때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닌 체험형 마케팅이 상당히 효과적일 것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해왔는데, 뭔가 괜히 반가웠다.
사람도 없고 깨끗한 바닥과 깔끔한 책상이 이뻐보이길래 사진 하나를 찍어보았다. 물론 못난 내 모습은 나오지 않게.
정사각형으로 만들어진 공간에 빨간색 물건을 두는 곳.
개인적으로 제일 좋았던 작품이다. '당신이 버린 꿈'이라는 것을 직접 타이핑하는 공간인데, 이 일민미술관 do it 전시회에 가장 어울리는 작품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직접 적고 온 문구가 있긴 한데 밝히긴 민망하고,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글은 '사랑을 포기했다'라는 글이었다. 이 문구를 남기신 분이 예사롭지 않은게 저 문구를 담아내는 순간에도 빈 공간에 여백을 만들어서 그 의미를 더했다. 뭔가 가슴 속에 그 글이 확 들어오는 기분이 오랜만에 들었다.
나도 저런 느낌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어떻게 해야하지'라고 알아본 적이 있는 평소 워낙 냉정하기도 하고 해서 무에서 유를 창조하기에는 힘들 것 같다. 그런 책을 주로 읽으려고도 해봤는데 잘 읽히지도 않고..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겠다. 내가 멋있어하는 것들이니 말이다.
처음에 어떤 한 분이 오랜 시간 이 곳에 쭈그리고 앉아있길래 '여기서 일하시는 분인가. 뭐하시는 거지'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앞에 가보니 이해가 바로 되었다. 저 곳에 쓰레기처럼 쌓여있는 것들은 글이 담겨져있는 짤린 종이들이다. '조각난 꿈들 사이에서 당신의 꿈을 찾으세요'라는 목적이 담긴 작품인데, 내가 앞서 적은 꿈을 가위로 자르고 풀로 붙여 문구를 맞춘 뒤 저 둥근 그물에 붙이면 완성된다. 맛보기만 하고 완성은 하지 못했는데, 직접 해보는 것도 상당히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서울 실내 데이트코스로 괜찮은 일민미술관 do it 전시회 마지막 층에는 간단히 메모를 적어넣을 수 있는 곳과 이 곳의 역사 등을 소개하는 공간으로 구성되어져있었다. 올해의 원하는 바를 메모지에 적어 붙였고 마지막 사진은 오랜 시간 걸어서 잠시 쉬고 있는 동안 찍은 사진이다. 사실 한 가운데에 덩그러니 이런 공간이 놓여져있어 뭐하는 곳이지 하고 들어와봤는데 아무것도 없어서 놀랐다. 그래서 사진이나 찍고 나왔다.
퇴사를 하고 그동안 못 가봤던 곳들은 다 가봐야지하고 처음 와본 두잇! 오랜만에 첫 출발이 좋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없는 가격에 혼자 조용히 시간을 잘 보내고 왔다. 사람이 많을 땐 잘 모르겠으나 평일에 시간이 났을 때 다녀오면 후회하지 않을 곳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