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 필수! 18개월 키워 판매하는 진짜 제주 흑돼지
여행시 계획이 망가지고 몸과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을 게의치 않아 하는 편이다. 때로는 오히려 선호한다. 평소에는 나름 규칙적으로 생활하니 여행 다닐때만이라도 망가지고 싶은 심정이랄까. 그래도 용납하지 못하는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이동 경로의 효율성! 최대한 동선을 부드럽게 짜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예를 들자면 이동하는 경로가 중복되지 않게, 왔던 길 또 지나가지 않게 새로운 길만 다니게 말이다. 그래서 도착지, 숙소, 목적지 등 나름 시간과 이동의 흐름에 맞게 잘 짜는 편이다. 근데 이번 여행에서 한 가게 때문에 이 효율적인 경로가 깨져버렸다. 도저히 어떻게 짤래야 짤수가 없겠더라. 근데 전혀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들지 않았다. 무조건 가야했고 이번 여행에서 여긴 그만큼 중요했다.
사실 계획을 짤 당시에만 해도 몰랐던 곳인데 검색하다 우연히 발견한 블로그에서 정말 맛집처럼 표현을 하길래 홀라당 넘어갔다. 사실 일반적인 광고글이라면 안 속았을텐데 두번이나 방문했다고 하였고 실제 체험글이었다. 그리고 비쥬얼과 가게 운영 마인드와 방식 등이 진짜가 아니면 힘든 구조여서 믿고 방문할 수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예약 필수인 가게이기 때문에 사전에 2주전인가. 미리부터 예약했다. 이땐 성수기가 아니였어서 가능했다.
그곳은 천연기념둘 550호 진짜 제주 흑돼지 동종을 만날 수 있는 늘푸른농원 연리지가든이라는 곳이다. 예약할 수 있는 번호는 010-3693-0085다. 네비게이션에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고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예전 혼자 여행을 왔을 때 알았으면 여길 들렸을텐데 괜히 동쪽에서 남쪽을 지나 여기까지 건너왔다. 뭐 그땐 혼자다녔고 이번엔 혼자가 아니였긴 했지만! 안으로 들어오면 따로 주차장은 없고 바로 공터가 나온다. 거기에 아무렇게나 편하게 주차를 하면 된다. 점심과 저녁 시간에 따로 받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차가 많아서 복잡하다거나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오히려 예약이 안되는 것을 걱정해야한다. 따로 농원을 막 구경할 수 있는 그런 구조가 아니긴 한데 그렇다고 하여 구경할 것이 없는 것도 아니다. 가볍게 산책은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렇게 염소들이 풀 뜯으며 쉬고 있는 것도 만날 수 있다. 난 갈대밭에서 사진을 찍기도 했는데 예쁘게 나오진 않았다.
그렇게 살짝 바람을 쐬고 안으로 들어왔다. 매장 안에 자리는 그렇게 많지 않다. 앞서 말했듯이 예약제로 손님을 받기 때문에 그렇게 복잡할 수도 없는 구조다. 잠시 가게 소개를 하자면 여기서 판매되는 고기는 직접 농장 내에서 방목하여 키우고 있으며 한마리를 기르는데 보통 돼지의 2배 가량인 18개월 정도를 키운 뒤 판매가 된다고 한다. 근데 고기 양도 조금 밖에 안 나온다고.. 하루 최소 20인분, 최대 30인분 정도만 판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여행을 다니다보면 토종 어쩌구 저쩌구 가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근데 그런 곳들과 다르게 여긴 진짜 리얼이라고 한다. 근데 그런 곳들이 뭐가 진짜가 아닌 것인지는 모르겠다. 실제로 사장님 말씀을 들어보면 이렇게 오리지널을 판매하는 가게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하시던데! 그냥 소비자 입장에서 이렇게 뭔가 자부심을 갖고 판매하는 가게는 믿고 먹으면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방문객 후기도 좋고 오히려 자리가 없어서 안달인 곳이니까 더더욱 의심하지 않게 됐다. 물론 희소성에 맞춰 가격은 좀 비싸게 받는 편이다.
제주 흑돼지 연리지가든은 별도 메뉴판이 없다. 그래서 처음에 굉장히 당황했다. 블로그 글을 읽고 오긴 했지만 외울 정도로 자세히 본 것은 아니고 그냥 바로 전화 예약을 하고 방문했던터라 기본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그래서 어떻게 주문해야하나 했는데 그냥 사장님께서 처음에 인원수에 맞게 알아서 고기를 내주셨다. 밑반찬도 주시고! 추가 주문도 가능했는데 그때는 그냥 고기 1인분을 더 달라하거나 공깃밥, 찌개 등을 요청하면 알아서 가져다 주신다. 메뉴판에 없는 가격을 말하자면 고기 1인분 2만원, 공깃밥 1개 1천원이라고 한다. 나의 경우 처음에 인원수에 맞게 2인분만 내주셨다가 양이 조금 부족한 것 같아 추가로 1인분을 더 주문했다. 그리고 기타 공깃밥, 찌개 포함하여 총 6만 4천원이 나왔다. 찌개는 기본 제공되는 것인가. 이게 메뉴판이 없으니까 계산이 안된다.
위에와 똑같은 사진이라고 헷갈리실 수도 있겠지만 뭔가 자꾸 하나씩 나와 사진을 한번 더 찍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고기 위에 굵은 소금 같은 것이 뿌려져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것이다. 생고기를 먹어볼 수 없었기 때문에 맛은 모르겠지만 이런 기본적인 것들 때문에 양념이나 별다른 소스를 찍어먹지 않고 그냥 고기 본연 그 자체만 즐기는 분들도 계셨다. 물론 나는 이것저것 곁들여서 먹었다. 물론 처음에 그냥 본연 그 자체로 먹기도 했었는데 쌈장이라든가 파김치 등과 함께 먹으면 그 맛이 더 살더라.
처음에 고기 불판 위에 직접 고기를 올려주시고 간단하게 부위마다 설명을 해주신다. 여긴 어디고 저긴 어디고 이렇게 말이다. 그냥 딱 봤을땐 다 똑같은 곳인줄 알았는데 말씀해주시는 곳들을 보면 세심한 차이가 있긴 했다. 물론 시간이 지난 지금 보면 다시 다 똑같아 보인다. 고기의 세상도 어렵구나. 여기 불판 가생이 기름 떨어지는 곳에서 굽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가운데 판 위에서만 고기를 구우셨다. 이유는 모르겠고 처음부터 이렇게 자리 잡아주시다보니 나중에 추가 주문한 1인분도 이 위에서만 구웠다. 생각해보니 이런 불판은 또 여기서 처음 만난다.
서서히 익어가고 있다. 판이 가열이 덜 됐는지 빠르게 구워지거나 그러진 않았다. 이 당시 매우 배가 고팠었고 워낙 기대가 컸던 곳이라 최대한 빨리 먹고 싶었는데 나의 급한 마음을 알아서 진정시켜 주었다. 그리고 이 클로즈업한 부위, 자칫하면 비계처럼 보이는데 아마 항정살이라는 곳일 것이다. 그렇게 기억한다. 그래서 나도 사진을 찍었고. 굉장히 맛있는 부위인데 양이 위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아주 작게 나온다고 한다. 두명이서 먹을 경우 반으로 잘라 딱 한점씩 먹는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앞서 말했듯이 주인분이 사람수에 맞게 알아서 고기를 내어주시는 곳이다보니 원하는 부위를 더 요청하거나 그럴 수 없다. 아예 재료 자체가 한정적인 곳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근데 이런 제한성이 사람 심리를 자극하여 맛을 더 높게 평가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나의 막연한 추측이다. 뭔가 그런 것 있지 않나. 등산할때 정상에서 먹는 컵라면 맛 같은 기분이랄까. 더 원하지만 먹을 수 없는 그런 느낌 말이다. 그럴때 괜히 더 맛있더라. 운동 후 먹는 삼겹살처럼! 내가 방문했을 때는 올해 2월로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는 시기였다. 그래서 나름 편하게 예약하고 방문할 수 있었지만 성수기나 평소에는 예약도 힘든 곳이기 때문에 그런 심리를 더 자극할 것이라 예상한다.
슬슬 먹을 수 있는 빛깔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근데 정말 잘 안 구워지더라. 굽느라 시간 다 가는 줄 알았다. 아니면 내 마음이 그렇게 급했나? 불판 위에서도 전체적으로 구워지는 것이 아니라 불이 강한 쪽이 있어서 거기가 먼저 익었다. 그래서 자리를 좀 옮겨가면서 구웠는데 계속 신경 써줘야해서 살짝 불편했다. 빨리 먹고만 싶었는데 이런 가게도 또 오랜만이다. 요즘은 워낙 다 급하게 빨리 빨리 잘 되어있어서 새삼 못 느낀 부분이었다.
위 사진들을 보면 비계가 많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고기를 먹을 때 솔직히 또 맛있는 부위가 비계다. 살코기와 비계의 적절한 조화가 맛을 극대화시켜 준다. 예전에 어디 갔을 때 누가 고기 담당을 했었는데 비계를 다 잘라내서 혼났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7대 3정도의 비율을 선호한다. 그렇게 먹어야 뭔가 쫀득쫀득한 식감도 올라오면서 맛이 좋던데! 근데 그렇게 먹으려면 자르는 사람도 뭔가 전문가적인 손길이 있어야 한다. 비중 생각하지 않고 자르면 한쪽엔 고기만, 한쪽엔 비계만 있을 수 있다.
예약 방문만 가능한 진짜 제주 흑돼지 연리지가든 고기가 하나둘씩 익어가 익은 부위부터 먹기 시작했다. 한번에 전체적으로 구워져 마음 편하게 먹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럴수 없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다 익어가기 시작했다. 기본으로도 먹고 파채랑도 먹어보고 생마늘이랑도 먹어봤다. 야채나 쌈 같은 것은 직접 재배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으나 마늘이 하나도 맵지 않았다. 생마늘로도 충분히 먹을 수 있었지만 그래도 같이 구워보았다. 뭔가 또 구운 마늘만의 매력이 있으니까!
앞서 말했듯이 살코기와 비계의 적절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했고 그렇게 먹어봤다. 한 살점당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기 때문에 단면이라든가 두께를 조금 더 심도있게 바라보며 먹을 수 있었다. 읭 이게 무슨 말이지? 그냥 단면을 집중하며 먹을 수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 약간 자다 깨서 정신이 없다. 원래 블로그 글이 자연스럽게 쭉쭉 써져야 하는데 지금은 자꾸 정신이 없달까. 빨리 자야겠다. 연휴를 보내고 오랜만에 출근해서 그런지 뭔가 비몽사몽 그 자체다.
그리고 쌈이랑도 싸먹어봤다. 사실 고기를 먹을 때 쌈은 거의 안 싸먹는 편이다. 유일하게 회 먹을 때나 좀 먹는달까. 그냥 고기를 팍팍 먹는 것을 좋아하지 언제 쌈싸서 이것저것 올려서 먹나 싶다. 근데 여긴 또 다양한 맛으로 즐겨보고 싶어서 이렇게 상추 위에 깻잎도 올리고 파채도 올리고 구운 마늘도 올리고 계속해서 내 손을 가게 만들었던 마늘쫑도 올려서 같이 먹어봤다. 역시 난 절인 음식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그 양파 간장에 절여진 그것.. 정말 밑반찬으로 나오면 없어서 못 먹는다. 그냥 괜히 맛있더라. 아 그리고 저 생고기는 처음 구운 사진이 아니고 추가로 1인분 주문한 모습이다. 구워지는데 시간이 걸려서 다 익은 것들은 꺼내두고 새로 굽기 시작했다. 그냥 빠르게 먹고 싶었다. 근데 다른 테이블은 가격 부담인지 맛있다고 계속 말하면서 성인 두명이 딱 2인분만 먹고 나가더라. 찌개도 안 먹고! 솔직히 고기만 먹기엔 2인분은 다소 양이 적은 느낌이다. 3인분 시켜야 딱 맞던데. 뭐 여길 오기 전에 미리 무언가를 먹고 왔을수도 있겠는데 나는 그냥 평소 오기도 힘든 곳이니만큼 풍족하게 먹고 싶었다. 추가 주문했다는 것은 그만큼 맛도 있었다는 것이고!
추가 주문한 고기가 맛있게 다시 구워지고 있고 그 사이에 된장찌개가 나왔다. 근데 여기 된장찌개 맑은 국물의 그런 느낌이 아니다. 들깨 된장찌개라고 해야하나. 구수한 그런 맛이다. 뭔가 토종 느낌이랄까. 나는 그냥 뭔가 조미료 강하게 들어간 그런 자극적인 맛을 좋아하는데 얘는 그런 맛은 아니다. 근데 다른 사람들은 이 맛을 훨씬 더 좋아하더라. 확실히 뭔가 이런 분야는 내가 애 입맛인 것 같기도 하고. 그래도 뜨거운 것이 맛있게 잘 먹을 수 있었다. 선호하는 것은 있지만 가리는 것은 없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찌개류 사진을 찍을 때면 꼭 저렇게 카메라가 뿌얘진다. 근데 새로 찍으면 되긴 하는데 뭔가 현장감을 살리고 싶어서 그냥 저렇게 업로드 하기도 하는데 보는 사람 입장에선 어떠려나. 성의 없어 보이려나.. 그런 의도는 아니다!
그 사이 추가 주문한 고기가 맛있게 구워졌다. 솔직히 맛 후기를 남기고 싶은데 무슨 말을 남겨야할지 모르겠다. 내 글들을 많이 보신 분들은 느꼈겠지만 고급 입이 아니라 비싸고 싼거를 구분하지 못한다. 아예 위생 상태 망가진 것은 구분해도 뛰어난 원석을 알아보지 못한달까.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맛을 빌려 표현하자면, 질좋은 고기는 확실히 다르다는 의견이 있었다. 풍미가 엄청나고 고기 자체가 고소하달까. 그런 표현이 있더라. 나도 확실히 상태가 좋다는 것은 인지할 수 있었다. 그냥 별다른 양념없이 먹어도 질김 하나 없이 부드럽더라. 살살 녹는다고까진 말 못하겠으나 거부감이 전혀 없달까. 양이 풍족하진 않아도 적다고 볼 순 없었는데 순식간에 사라지긴 했다. 빨리 해치운 것을 보면 내 입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여 먹은 것일수도 있겠다.
그렇게 한끼 점심 식사를 맛있게 끝냈다. 기대한 시간에 비해 먹은 시간은 굉장히 짧았다. 추가 주문을 하지 않았다면 정말 금방 나왔겠다. 가격은 2인 기준 6만 4천원이 나왔다. 솔직히 한끼 식사로 비싼 금액인데 그 희소성에 가치를 둔다면 충분히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전국적으로 이렇게 판매하는 가게는 몇 없다고 하니까 먹을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감사해야한달까. 솔직히 돈을 내고 먹는 입장에서 감사하는 경우가 많지 않긴 하지만 그만큼 찾기 힘든 가게라고 하니 한번쯤 도전(?)해보는 것도 좋겠다 싶다. 재방문 의사는 잘 모르겠다. 맛이 없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라 그냥 내가 그 맛을 잘 모르겠더라. 근데 여길 안 와본 사람이랑은 꼭 다시 와보고 싶다. 참 이상한게 권유하고 추천해주고 싶은 가게인 것은 분명한데 나 혼자는 또 다시 안 올 것 같다. 이게 무슨 말인진 나도 모르겠다. 이런 감정도 처음이고!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한번쯤 방문하는 것을 추천드리고 싶다는 말이다. 후기 대부분이 만족스러웠고 정말 여기 아니면 이런 고기를 먹기 힘들다고 하니까 여행지 와서나 경험해보지 언제 또 어디서 경험하겠나. 가격도 막 어마무시하게 비싼 것도 아니고! 맛있게 잘 먹었고 잠시 바로 앞에서 산책도 잘했다. 아 여행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