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 카페

수가성 순두부 우연히 발견한 경주 현지인 맛집

디프_ 2019. 7. 29. 21:02

우연히 찾아온 경주 현지인 맛집, 수가성 순두부 맛있어 


경주는 미리 일정을 짜고 온 것도, 맛있는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고 정하고 온 곳도 아니기에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계획을 짜고 돌아다녀야했다. 첫날은 게스트하우스 주인 분이 로비에 붙혀주신 지도를 보고 이곳저곳 나름 잘 돌아다녔는데 문제는 그 다음날이었다. 물론 메인으로 크게 갈 곳은 정해져있었지만 뭘 먹어야할지 몰랐다.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는 중앙시장은 이미 경험할만큼 한 것 같고 새로운 곳이 가고 싶었다. 그래서 전날 자기 전 인터넷을 검색해봤다. 네이버 블로그는 신뢰하지 않는 편이기에 구글맵 별점을 통해 살펴봤다. 외국에선 자연스레 이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한국에선 아직 구글맵이 낯설다. 언제쯤 완벽하게 상용화되려나. 리뷰가 있는 가게도 몇 없다. 아무튼 그렇게 가게를 찾아보다가 옛날 경양식 돈까스를 파는 가게를 발견했다. 숙소에서 좀 거리가 되긴 했는데 충분히 걸어갈 수 있을 것 같았고 내일 아점은 여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렇게 가게 앞에 도착했는데 역시나 내 여행 운.. 마침 가게가 휴무였다. 익숙한 상황이기에 무덤덤하게 받아들일만도 한데 매번 마음이 아프다.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것을 못 먹을 때의 슬픔이란.. 아무튼 그렇게 이 집은 포기하게 됐고 새로 다른 곳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주변에 보이는 곳을 가기로 했다. 근데 이 주변에 뭔갈 보이지가 않았다. 일단 큰 길로 나가보자며 앞으로 한 1분 걸었나. 바로 옆에 이 수가성 순두부 전문점이 보였다. 건물 자체가 꽤 크게 돼있었는데 이때까지만해도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그냥 배나 채우자하는 마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2층까지 장사를 하는 것 같은데 1층에 자리가 비어있어 거기에 앉았다. 메뉴를 주문하고 기다리고 음식을 먹는 동안 내내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다. 여기 장사가 잘 되는 가게인가보다. 처음엔 그냥 1층에 사람들이 좀 있길래 나처럼 우연히 오게 된 사람들인가 싶었다. 여길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제육쌈+순두부+돌솥밥 정식을 1인당 15,000원을 내고 주문했다. 정말 가고 싶었던 것을 못 가고 먹고 싶었던 것을 못 먹어서 그런지 기분이 그렇게 좋진 않았고 이 수가성에 대한 기대도 크지 않았다. 이때까지만해도 여기가 경주 현지인 맛집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그렇게 주문한 메뉴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했고 어느새 상을 꽉 채웠다. 근데 이 비쥬얼을 보고 놀라진 않았다. 서울에도 이렇게 나오는 가게들이 많고 일단 찬은 많아도 맛있는 것은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먹어본 후 그 맛이 중요했다. 대게 장사가 잘 되고 바쁜 곳은 이런 음식을 미리 세팅해두기 때문에, 정말 고급집 아니고서야 식어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서 여기 역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수가성의 메인인 순두부까지 나오고서야 모든 찬이 다 나왔다. 사실 순두부가 나온다는 것을 잊고 '다 먹어도 왠지 배 안 찰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했었다. 근데 딱 순두부찌개가 나오니 이정도면 푸짐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찌개 하나의 효과가 상당히 컸다. 마찬가지로 날이 좀 추웠던 3월인지라 따뜻한 국물이 먹고 싶기도 했다. 경주라고 너무 만만히 봐서 옷을 되게 얇게 챙겨왔다.



밥을 일단 풀고 누룽지에 숭늉을 마저 풀은 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밑반찬들의 맛이 상당히 훌륭했다. 게장도 괜찮았고 같이 나온 전들도 삼삼하니 괜찮았다. 무엇보다 감동받았던 것은 바로 쌈장이었다. 제육 자체의 퀄리티는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마늘을 쌈장에 찍어 각종 채소 위에 올려 곁들여 먹으니 맛이 일품이었다. 왜 현지인 맛집이라 불리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쌈장이 너무 맛있어서 이거 왜 이렇게 맛있지하며 주변을 살펴보니 다음과 같은 문구가 있었다. 


'국내산 콩으로 순두부를 직접 만들고 있습니다.'


저기 조그맣게 놓여져있는 하얀 순두부가 그 주인공 같은데 쌈장도 같은 방식으로 직접 만들고 계신 것 같았다. 간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것이 건강한 맛이 나면서 딱 음식과 조화가 맞았다. 쌈장만 맛있어도 밥 한공기가 정말 뚝딱인데 여기서 금방 해치웠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휴무로 인해 먹지 못한 돈까스는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랜만에 우연히 들어온 가게가 실망시키지 않은 날이었다. 저렴한 가격은 아니지만 가격도 그렇게 비싸지 않은 것 같고, 나중에 부모님을 모시고 와도 충분히 괜찮겠다 생각이 들었다.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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