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부드럽게 녹는 김포 삼계탕 밤나무집
지난 금요일 하루 연차를 냈다. 사실 아껴쓰는 연차이기에 놀러가는 경우가 아니면 쉽게 쓰지를 않는데 매번 쉴때마다 어딜 놀러가다보니 쉬지를 못해 정말 쉬고 싶었다. 그렇게 날을 잡고 쉬게 되었고 정말 집에서 호캉스도 아니고 홈캉스를 보냈다. 그래도 주말이 아닌 평일은 뭔가를 하고 싶었다. 이런 일이 흔치 않기에 그래도 평일의 장점을 활용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하고 싶었고 그렇게 선택한 것이 맛집이었다.
그래도 막 번화가에서 고생하며 가는 곳이 아니라 좀 쉬면서 맛있기도 한, 또 평소라면 잘 가지 못할 것 같은 곳을 찾으려 했고 그러다 가게 된 곳이 바로 이 김포 삼계탕 밤나무집이다.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옻오리백숙, 토종닭백숙, 오리능이백숙, 닭도리탕 등 몸보신을 위한 메뉴들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었다.
들어가는 입구 바로 앞에 가마솥이 있었는데 여기서 직접 조리가 되는 것 같진 않다. 그냥 추측이다. 부엌이 따로 있는 것 같고 여기가 뭔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은 느낌을 받았다고 해야하나.. 아무튼 그렇게 안으로 들어갔고 매장 안은 생각보다 그렇게 넓진 않았으나 좁지도 않았다.
메뉴판을 봤다. 사실 밤나무집에 오기 전에 삼계탕만 파는 줄 알았는데 여러 메뉴들을 다양하게 팔고 있었다. 사장님에게 가장 잘 나가는 것을 여쭤보니 누룽지백숙을 추천해주셨다. 우리가 왔을 때 식사를 즐기고 있던 한 테이블이 있었는데 여기가 드시고 계신 것이 누룽지백숙이라며 말이다. 메뉴를 바꿀까 고민하다가 저건 국물이 없다고 해 그냥 15,000원 짜리 아이로 택했다. 원래 먹기로 했던 것을 먹어야 맛이 없어도 후회를 덜할 것 같았고 애초에 국물이 있는 것을 찾았기 때문에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주문을 했는데 예약번호가 어떻게 되냐고 여쭤보셨다. 그래서 별도 예약 없이 방문했다고 말하니 좀 오래 기다릴수도 있다고 했다. 여긴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었고 메뉴가 나오기까지 한 시간정도 기다려야해 방문하기 전에 미리 전화를 해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다음에 오게 되면 그래야겠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한 시간을 기다렸다. 그냥 집으로 돌아가기엔 뭔가 아쉬웠다.
식사를 즐기고 있던 한 테이블의 식사가 모두 끝날 때쯤 우리의 밑반찬들이 나왔다. 중간에 삼십분 정도 지났을까. 주변의 풍경이 궁금하기도 하고 핸드폰을 보는 것도 더 심심해 잠시 산책을 나왔다. 바로 옆 강가에 물고기들이 꽤 많았고 저기 멀리서 우릴 보고 도망가는 오리도 있었다. 평소라면 따라 뛰어가 장난이라도 쳤을 텐데 날이 워낙 더워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다시 안으로 거의 바로 들어왔던 것 같다.
사실 이런 맛집들은 밑반찬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삼계탕이나 설렁탕 등을 먹을 때 깍두기와 함께 먹는 것을 정말 좋아해 여기 역시 기대가 컸다. 근데 김치, 깍두기 모두 개인적으로 아쉬웠다. 왜 그런가 하고 살펴보니 내 입맛에 안 맞는 것이었다. 예전에 부산에서도 유명하다는 국밥집을 갔었는데 이상하게 입맛에 안 맞았었다. 근데 여기 역시 그때와 같은 맛이 났다. 아무래도 젓갈향이 강하게 나는 김치는 나에게 안 맞나보다. 다른 사람들은 맛있게 잘 즐겼는데 개인적으로 힘들었다. 여기 나온 반찬 중에는 개인적으로 명이나물이 나에게 딱 맞았다. 간도 적절하고 한입 베어물면 안에 머금고 있던 소스(?)가 나오는데 그게 입안에 어우러져 아주 좋은 맛을 냈다.
밤나무집 삼계탕의 비쥬얼이다. 국 안에 숨어있던 녀석을 숟가락으로 한번 들어올려봤다. 한마리가 고이 안에 잠겨있었다. 사실 평소 자주 다니는 닭집들이 좀 있다. 근데 요즘 유명하다는 곳들은 국물이 전체적으로 탁하고 질었다. 예전엔 맑은 국물들이 많았는데.. 요즘 트렌드가 바뀌었나.. 나 역시 오랜만에 맑은 국물이 먹고 싶기도 해서 이렇게 찾아왔는데 여기 역시 완전 하얀 국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국물이라 말할 수 있는 점도였다.
소금도 그냥 흰 소금이 아니라 구운 소금이어서 우선 닭을 조각내어 조금씩 찍어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오랜만에 닭고기가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나 싶었다. 압력밥솥인가 어딘가에 쪄서 나오는 것 같아 시간도 오래 걸리고 이렇게 찰지고 부드러운 식감을 나타낼 수 있는 것 같았다. 아주 맛있었다. 평소라면 국물에 소금을 더 뿌려서 먹는 편인데 여긴 그렇게 먹지 않고 그냥 순전히 그 맛을 즐겼다. 왜냐면 사장님께서도 고기는 남기더라도 국물이 좋은 것이니 꼭 남김없이 먹으라고 하셨기 때문에 괜히 그 건강함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 결국 국물을 다 먹진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바닥을 드러낼정도로 다 먹을 수 있었다.
사진에서 윤기는 느껴지는데 부드러움도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괜히 좀 징그러워보이나..? 근접샷을 찍고 싶어서 이렇게 닭다리 하나만 건져서 찍어봤는데 의도가 잘 전달 되었는지 모르겠다. 한입 베어물면 너무 부드러워 다른 살들까지 따라오면서 입안에서 질겅질겅 씹을 필요없이 사르르 녹는다. 근데 이게 식감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식감도 즐기면서 부드러움도 느낄 수 있는 그런 맛이다. 정말 오랜만에 먹어보는 맛인데 간만에 맛집 실패를 하지 않았다.
국 안에까지는 투명하게 사진을 찍을 수 없었으나 밥과 대추, 은행, 인삼 등이 다 들어있었다. 인삼은 먹지 않았고 은행은 2개만 건져 먹었다. 원래 이런거 먹을 때 인삼을 먹는 사람도 있고 안 먹는 사람도 있던데 저희 이웃님들은 갑자기 어떻게 드시는지 궁금해진다.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