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한식을 즐길 수 있었던 안면도 백사장항 초원식당
오늘은 지난번에 다녀온 안면도 백사장항 이야기를 담아볼까 한다. 사실 이 여행의 포인트는 여기가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나처럼 수산시장에서도 해산물이 아닌 일반 집밥 느낌의 가정식 백반을 먹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것 같아 이렇게 글을 써본다. 뭔가 해산물을 싫어하는 것은 아닌데 배가 고플땐 잘 안 먹게 된다.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초밥은 잘 먹으면서 뭔가 배고플 때 아무리 매운탕으로 마무리를 한다고 하더라도 회가 잘 안 땡긴다. 그냥 서브 느낌이면 좋은데 메인으로 가면 좀 부담스러운 느낌이다.
여기를 오게 된 것도 숙소에 체크인을 했는데 사장님께서 3시부터 입실이 가능하다고 해서다. 그럼 근처에 어디 먹을만한 것이 있냐고 물으니 차 타고 한 10분 거리에 있는 여길 가보라고 말씀주셔서 이렇게 와봤다. 사실 오면 길거리에 쫙 뭔가 있을 것 같았는데 다 해산물 관련 가게 밖에 없었다. 돌아다니면 뭐라도 있겠지 싶어 돌아다녔는데 구석진 곳에서 덩그러니 놓여있는 한 가게를 겨우 찾았다. 바로 가정식 백반을 파는 초원식당이라는 곳이었다.
아 근데 밥 포스팅에서 왜 갑자기 강아지들이 메인 사진에 걸려있냐면.. 얘네를 여기서 우연히 만났다. 골목길을 통해 걷고 있는데 왠 꼬맹이 댕댕이 두 녀석이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니 엄마 옆으로 도망을 갔다. 근데 계속해서 나를 쳐다봤다. 근데 쮸쮸쮸 소리를 내니 나에게 뛰어왔다. 아마 그전까지 경계를 하다가 자기들을 부르는 소리를 내니 달려왔던 것 같다. 이렇게 경계심이 없다니.. 근데 그 뛰어오는 모습이 진짜 인생 역대급으로 귀여웠다. 그런 것을 영상으로 담았어야했는데..
아무튼 그렇게 새끼 댕댕이들을 만나는 동안 묶여있는 엄마는 저멀리서 나를 향해 짖고 있었다. 강아지들이 경계를 해서 짖는 애들이 있고 자기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짖는 아이들이 있는데 뭔지 궁금해서 다가가봤다. 다행히 얘는 애기를 걱정하는 마음도 있지만 자기도 사람들의 손길이 그리웠나보다. 가까이 다가가 스킨십을 하니 애기들처럼 난리는 안 쳐도 내가 만지다가 멈추면 가만히 내 손을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 와중에 애기들은 자기랑 놀아달라고 난리치는 모습이다. 이렇게 육아는 힘든 것인가보다. 한 5분만 만나려다가 그렇게 한 20분은 넘게 있었던 것 같다. 시골 강아지들이 정말 세상에서 제일 귀엽다.
그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 하고 다시 본 목적지인 초원식당에 도착했다. 위치는 좀 애매하다. 제일 끝부분으로 와 수산시장에 제일 활성화된 곳 골목길에 위치하고 있다. 근데 정말 많은 곳을 돌아다녀봤는데 수산물이 아닌 음식을 파는 곳은 정말 여기가 유일했다. 아마 다른 곳에도 있었겠지만 당시 내 눈에는 그랬다.
화장실은 안쪽에 남녀가 구분되어 별도로 있었는데 환경이 그렇게 좋진 않고 있을 것만 있었다. 그냥 옛날 시장식 가게라고 해야하나. 근데 내부는 꽤 넓었다. 메뉴는 다양하게 팔고 있었는데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제육볶음이었다. 사장님도 이 메뉴를 추천해주시긴 하셨다. 그렇게 이인분을 주문했는데 뭔가 부족할 것 같아 라면도 추가로 주문하려했다. 근데 사장님께서 이것만 해도 충분하다며 말리셨다.
사실 가게에 따라 다른 것이긴 한데 이인분을 주문하면 정말 일인분처럼 나오는 가게들이 있다. 가격은 더 비싼데도 말이다. 그리고 내가 배가 고프면 식탐이 좀 생기는 편이라 욕심을 내는 편인데 다행히 여기선 사장님이 말려주셨다.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느낀 것인데 사장님께서 추가 주문을 만류하시는 곳은 음식이 유독 맛있다. 아마 양심적으로 가게를 운영하고 계셔서 그런 것이 아닐까라고 추측해본다. 그렇게 메뉴가 나오길 기다렸고, 기다리는 동안 사진을 좀 찍어봤다. 오랜만에 이런 가게를 오는 것 같다. 점심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에 사람은 우리 밖에 없었다. 밖은 차에 사람데 걷기도 복잡했는데 말이다. 하긴 다들 수산 시장에 해산물 먹으로 오겠지..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는 것을 보고 라면을 안 시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사장님이 라면은 따로 없다고 말씀하신 것 같기도 했다. 아마 내가 라면 이야길할 때 또 누가 오냐고 물어보셨었나.. 아무튼 이 이야기는 중요하지 않고 이제는 얼마나 젓가락을 화려하게 움직일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 개인적으로 상추를 별로 안 먹는 편인데 이런 제육 같은 것을 먹을 때 생마늘을 쌈장에 듬뿍 찍어 상추에 올리고 밥과 함께 먹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여기서 포인트는 쌈장이다.
계란찜도 한입씩 먹어주고, 더 메추리알 조림 같은 것도 주기적으로 먹어주며 그렇게 제육볶음을 해치우기 시작했다. 간도 적당하고 매콤한 것이 아주 감칠맛이 났다. 김치까지는 괜찮았는데 버섯이라든가 기타 채소들에는 손이 가지 않았다. 본 메뉴를 먹기도 바빴다. 초원식당은 다행히 양도 푸짐하게 나와 고기를 부담없이 실컷 먹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짧은 시간에 모든 식사가 끝났다. 마무리로 콜라를 주문해 한입 딱 시원하게 마셔주고 계산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운전을 해 안면도까지 오느라 좀 배가 고팠는데 정말 기분 좋게 한끼를 먹을 수 있었다. 기분 좋았다.
소화도 시키고 그래도 처음 와본 백사장항인데 어떻게 생긴 곳인가 구경해보고 싶어 좀 걷기로 했다. 사실 이런 수산시장을 굉장히 오랜만에 온다. 뭘 사본 적은 없는데 그냥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신기한 놈들도 있고 수족관에서 멀리서만 볼 수 있는 녀석들을 가까이서 볼수도 있어 개인적으로 심심함을 느낄 수 없는 곳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것 같다. 사람들의 대화도 재밌고 말이다.
그렇게 시장의 젊은 활력을 느끼고 다시 주차해둔 곳으로 돌아왔다. 친구가 자기 점심을 다 먹었으니 빨리 중간 지점에서 만나자고 해 부랴부랴 왔다. 다시 차를 타고 숙소 근처로 가야했다. 이미 서울에서 먼 길을 와서 그런지 빨리 차를 어디 세워두고 좀 걸어다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