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부모님 모시고 식사, 일산 애니골 한정식 청산별곡
이번 연휴, 한 친구와 정말 오랜만에 만났다. 학창시절 매일 보던 친구였는데 성인이 된 후 지금은 일년에 한두번 볼까말까 한다. 그래도 연락은 지속적으로 하는데 먼 거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주 안 보게 된다. 아무래도 서로 취미가 다르다보니 더 그런 것 같다. 같이 운동이라도 하면 자주 볼텐데 말이다.
아무튼 휴무날 친구와 저녁을 먹기로 했고 시간이 좀 남아 이색적인 곳을 가고 싶었다. 같은 고기를 먹더라도 야외에서 구워서 먹는 그런 가게..? 근데 막상 생각나는 곳이 없었다. 결국 생각난 것이 오리였는데, 자주 가는 부천 작동은 둘이 먹기엔 양이 너무 많아보였다. 그러다 친구가 일산 애니골에 가나안덕이라고 맛있고 괜찮은 곳이 있다고 하여 이렇게 장소에 도착했다.
근데 다들 어린이날이라 나온 것인지, 어버이날을 대비해 미리 나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주차를 하는데만 30분이 넘게 소요됐다. 문제는 30분을 써서 주차를 했음 모르겠는데 주차를 하지 못했다. 길 위에서 보낸 시간만 30분이다. 주차 공간은 나올 기미도 안 보이고 점점 더 복잡해졌다. 그래서 친구한테 그냥 다른 것이나 먹자고 여기 근처에 식당이 많으니 사람 없어보이는 곳을 가자고 말했다. 그렇게 오게 된 곳이 한정식을 파는 이 청산별곡이라는 곳이다. 주차 공간은 골프장과 같이 연계되어 있어서 그런지 널널했다.
이걸 메뉴판이라고 보면 편하겠다. 입구에 이렇게 나와있다. 둘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않은 배고픈 상태였기에 15,900원인 다래정식을 먹기로 했다. 다래정식에는 호박죽, 도토리묵전, 샐러드, 막국수, 녹두닭, 겉절이, 명이보쌈, 옹심이탕수육, 감자옹심이, 곤드레밥, 오징어제육, 모시떡이 나온다. 상당히 종류가 많다. 미리 약간 스포를 하자면 녹두닭과 겉절이가 맛있었다. 그리고 여기엔 없는 누룽지가 있는데 그게 베스트였다.
어버이날 부모님을 모시고 식사를 갈만한 청산별곡은 2층에 위치해있다. 걸어서 올라가도 되지만 마침 엘리베이터가 열려서 그냥 타고 올라갔다.
주방 바로 옆에 자리를 잡았다. 매장 내부는 상당히 넓었고 각 테이블 간격이 넓게 되어있어서 상대방의 대화가 거의 들리지 않아 좋았다. 식사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이미 부모님을 모시고 와 식사를 즐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젊은 친구끼리 온 테이블은 우리밖에 없었다. 뭐 우리는 우연히 이런 곳에 방문을 했고 식사를 마친 뒤에 부모님 모시고 오면 좋겠다 생각이 든 가게였기에.. 알고 온 것은 아니다.
가장 먼저 나온 호박죽과 샐러드, 그리고 전이다. 샐러드를 전에 싸먹으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호박죽은 차갑게 나왔고 후르륵 마셨다. 그리고 도토리묵전 역시 샐러드와 함께 순식간에 해치웠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다음 메뉴가 나오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래서 친구랑 한정식은 원래 바로바로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대화를 나눴다. 그러다 다음 메뉴가 나왔고 일하시는 분이 오래 걸렸다며 양해를 구하셨다. 원래는 바로바로 나오는 것이 맞나보다. 뭐 안 나온 것도 아니기에 다시 먹기 시작했다. 이 두번째 차림이 가장 베스트였다. 특히 저 끓여먹는 누룽지.. 엄청 맛있었다. 간도 적당하고 국물을 마시는데 속이 편해지는 느낌이었다. 겉절이랑도 상당히 잘 어울렸다. 다만 막국수는 좀 아쉬웠다. 면의 상태가 시간이 좀 흘러서 그런지 툭툭 끊기고 기타 양념과 좀 따로 놀았다. 그래서 재는 남겼다.
슬슬 배가 불러오는 와중에 마지막으로 헤비안 아이들이 한번에 나왔다. 사실 여러 한정식 집을 가봤지만 왜 여길 어버이날 식사로 괜찮다 느꼈냐면, 정말 가성비가 좋았다. 15,900원에 이렇게 푸짐하게 나오는 가게는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재료나 음식 상태가 별로인 것도 아니고 잘 나오는 편에 속했다. 우연히 방문하게 된 일산 애니골 청산별곡이었지만 잘 찾아왔다 느꼈다. 친구도 내 의견에 공감했다.
오징어제육은 직접 불판에 익혀먹어야했고 곤드레밥은 따로 누룽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숟가락으로 퍼먹으면 된다. 겉절이를 다 먹어서 추가 요청을 드렸더니 셀프로 가져다 먹으면 된다고 말씀해주셨다. 명이나물과 함께 보쌈도 먹고 탕사육도 먹었다. 배가 불렀던 상태라 그런지 탕수육은 잘 넘어가지 않았고 보쌈은 명이나물 효과 덕분인지 잘 넘어갔다. 그렇게 이미 좀 찬 배를 더더 채워넣었다.
마지막으로 나온 옹심이떡. 와 끝판왕이었다. 너무 맛있어서가 아니라 이미 배가 찰대로 찬 상태였는데 얘는 도저히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친구 역시 한입 먹어보더니 배가 너무 불러서 못 먹겠다 말했다. 배가 이렇게 부른 상태에서는 맛있는 것을 먹어도 맛을 못 느끼기에 얘가 맛있는지 맛 없는지 잘 분간이 안된다. 친구는 근데 안에 들어가있는 것이 꿀이 아닌 그 노란색 그거여서 그런지 좀 별로라고 했다.
그렇게 배를 가득 채우고 계산을 한뒤 밖으로 나왔다. 대충 6시 30분쯤 저녁을 먹은 것 같은데, 새벽 1시정도까지 배가 여전히 부른 느낌이었다. 중간에 당구로 나름 운동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양이나 구성에서 확실히 실망스럽지 않은 곳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온 다른 테이블의 사람들 표정도 만족스러워보이기도 했고 말이다. 막 가격 대비 엄청 뛰어난 곳은 아니지만 괜찮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