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롱샤 가재요리 먹는 법도 알려주는 쿵푸소룽샤
태어날 때부터 서울에서 나고 자랐기에 서울 웬만한 곳은 다 가봤다. 딱 지금 자주 안 가본 곳을 떠올려보라 했을 때 생각나는 곳이 압구정, 서래마을 이쪽과 바로 건대다. 그 건대를 오랜만에 이렇게 다녀왔다. 예전 직장에서 같이 일했던 사람과 같이 식사를 하기로 했는데 저번엔 이분이 여의도쪽으로 와서 이번엔 내가 가기로 했다.
뭐가 먹고 싶냐 물으니 똠얌꿍처럼 자극적인 것이 먹고 싶다 했는데 그건 내가 확 느낌이 오지 않았다. 고수를 잘 즐기지 않기도 하고.. 그러다 갑자기 마라롱샤 이야기가 나왔고 영화를 보고 그 가재요리 정말 먹어보고 싶었다고 흥분하며 이 메뉴로 픽스를 했다. 둘다 한번도 먹어보지 않은 음식이었기에 의견 통일이 쉬웠다. 그래서 건대에 있는 쿵푸소룽샤까지 오게 됐다.
와 근데 역시 건대는 여전히 사람이 많고 복잡하다. 횡단보도는 왜 이렇게 많은지, 또 사람들인 왜 이렇게 많은지 말이다. 20대보단 10대가 더 많아보였다. 그렇게 좀 걸어 가게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착 전 가게에 주차가 가능하냐 물으니 불가능하다 했다. 근데 바로 앞에 한두대 정도는 주차가 가능한 것 같았다. 만약 차를 끌고 갈 예정이면 출발 전에 전화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
그렇게 도착한 쿵푸소룽샤. 사실 주문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서 이것저것 골라봐야겠다 생각했다. 근데 이렇게 세트 메뉴를 판매하고 있었고 set1로 주문했다. 음료 대신 면사리를 택했는데 나중에 면사리 받는 것을 깜빡했다. 이게 은근 별미라고 하던데.. 그래서 음료 값으로 대체하여 계산했다.
가장 먼저 마라롱샤가 나왔다. 사실 예전에 친구들한테 들은 후기로는, 먹기도 힘들고 직접 다 까보면 살도 없고 맛도 별로라고 들었다. 그래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근데 비쥬얼을 보고 사실 반했다. 양도 많아보였고 색깔도 불그스름한 것이 아주 맛나보였다. 바로 먹고 싶은데 어떻게 먹어야할지 몰랐다.
그래서 사장님께 여쭤봤는데 상당히 쿨하셨다. 처음엔 대답을 안해주시다 지금은 뜨거워서 안된다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게 한 5~10분 지났을까. 장갑을 가져오시더니 내가 물어보기 전에 알아서 직접 시범을 보여주셨다. 되게 편하게 까셔서 내가 바로 마라롱샤를 들어봤는데 엄청 뜨거웠다. 그래서 다시 내려놨다. 역시 전문가는 다른 것인가.
그렇게 시간이 약간 흘렀고 뜨거워도 까보자며 다시 가재요리를 들었다. 그리고 가르쳐주신 먹는 법 그대로 따라해봤다. 손쉽게 까졌고 나름 살도 실하게 들어있었다. 다 깐 다음에 소스에 찍어먹으라고 알려주셨었는데 그렇게 하니 맛도 있었다. 그 특유의 중국 매운 소스 맛은 나는데 거부감이 크게 들지 않았고 맛있게 느껴졌다.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요리기에 쿵푸소룽샤가 맛집이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완전 대만족이었다. 양도 충분하고 말이다. 나중엔 심지어 몇마리 남기까지 했다.
다만 먹기가 조금 힘들었다. 처음에 일회용 손장갑을 가져다주시는데 왜 통째로 놔두시는지 궁금했다. 하나만 있으면 된다 생각했다. 근데 아니었다. 가재가 좀 날카로운 부분이 많아 비닐 장갑이 뜯어지기 일수였고 안으로 소스가 들어와 틈틈히 갈아줘야했다. 근데 나중에 옆 테이블을 보니 아예 처음부터 장갑을 여러겹 끼고 가재를 분리하고 계셨다. 역시 경험자는 다르다. 다음에는 그렇게 먹어봐야겠다.
그리고 세트 메뉴에 포함되어있던 꿔바로우와 볶음밥이 나왔다. 꿔바로우 역시 중국 특유의 시큼한 맛이 나긴 했지만 강하지 않았고 맛있게 잘 어울렸다. 소스가 좀 부족해보이긴 하는데 촉촉히 발려져있어 바삭 촉촉하게 먹을 수 있었다. 볶음밥은 그 자체로 좀 싱거울 수 있는데 우리에겐 마라롱샤 국물이 있었다. 개를 발라서 먹다보니 어느새 한 그릇 다 비울 수 있었다.
솔직히 큰 기대를 안했던 점심이었는데 약 5만원이 되는 가격으로 배부르고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그것도 처음 도전해보는 메뉴였는데 말이다. 신사 쪽에 또 마라롱샤가 맛있는 가게가 있다고 하여 조만간 가볼 예정이다. 이러다 꽂히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