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별빛바다 글램핑 학암포에서 쌓고 온 추억
친구들과 오랜만에 1박 2일로 태안 별빛바다 글램핑을 다녀왔다. 원래 대부분의 여행 계획은 내가 세우고 준비하지만 이날만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귀찮기도 했고 매번 하기 싫은 마음도 컸다. 워낙 생각이 각기 다르기에 의견을 통일하기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 친구에게 전권을 위임했고 이 친구가 알아서 하고 아무도 군말 안 하기로 했다. 근데 당일 아침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왜 태안까지 가냐고 서로 장난과 진심을 섞어 욕을 엄청 했다. 사실 좀 멀긴 멀었다. 가평이나 양평 쪽으로 했으면 더 좋을 것 같긴 했지만, 이 친구 말로는 여기에선 풋살도 할 수 있고 바베큐, 갯벌, 바다 모두 다 있어서 정말 다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여기로 정했다고 한다.
그렇게 학암포에 도착했다. 여기서 숙소까지 1분 거리도 안 되는데 친구들이 바다 보면서 담배 한 대 피자고 해서 내렸다. 비흡연자인 나는 그동안 좀 앞으로 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근데 이날이 아마 엄청 추웠던 날로 기억하는데 바다 앞이라 그런지 바람도 강하게 불어 얼마 못 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은 참 고요한데 말이다.
우리가 머무른 방은 피터팬 방으로 가격은 바베큐까지 추가하여 총 23만 원인가 냈다고 한다. 원래는 3인실인데 인원 두 명을 추가하고 또 추가 요금을 내고.. 25만 원인지 23만 원인지 잘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처음에 방은 딱 좋았는데 아무래도 정규 인원보다 추가로 이용하여 방을 쓰다 보니 좀 좁긴 했다. 우선 오자마자 다들 짐을 푸르기에 바빴다.
나도 잠도 못 자고 차에서 좁게 오다 보니 만사가 귀찮았다.
베란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방에서 보이는 뷰 너머로 바로 학암포 바다와 갯벌이 보였다. 숙소 옆에 바로 바베큐를 해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으나 날씨가 너무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 이용할 수 없었다. 천막이 있긴 했는데 그냥 여름 벌레 퇴치용 가리개라 구멍이 숭숭 뚫려있었다. 뷰가 너무 좋았는데 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전자레인지, 밥솥, 커피포트, 수저, 그릇 등 아무래도 태안 별빛바다 글램핑이다 보니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들은 구비되어 있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다 같이 운동을 하기 전에 이마트에서 사 온 라면을 끓여 먹었다. 처음엔 다들 이따 고기나 실컷 먹자고 하더니 끓이고 난 뒤 우르르 몰려들었다. 물론 나 포함... 혼자 집에서 먹으면 절대 안 나는 그 맛이 어디 놀러 와 단체로 먹으면 난다. 5개를 끓였음에도 불구하고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나중에 밥도 같이 말아 먹었다. 확실히 집단효과가 있는지 단체로 있을 땐 개인이서 할 수 없는 뭔가가 생긴다. 김치도 산 제품인데 맛있었다.
아 그리고 와이파이도 연결이 되긴 했는데 속도도 느리고 잘 끊겨서 그냥 이용하지 않았다. 되긴 된다.
좀 쉬다 해가 지면 더 추워질 것 같아 바로 운동을 나왔다. 사진을 보면 알 수 있겠지만 패딩을 입고 운동을 해야 할 정도로 추웠다. 물론 좀 뛰다 보면 열이 나 벗긴 했는데 그냥 추운 날씨라 말할 정도가 아니었다. 심각했다. 이따 사진에서 볼 수 있겠지만 눈도 왔다.
그래도 우리의 가장 큰 목적 중 하나인 풋살을 해야 했기에, 그게 여기를 온 이유이기에 해야 했다. 우리가 총 5명이라 숫자가 맞지 않아 처음엔 2:3으로 했는데 한쪽이 너무 힘들어 족구로 전향했다. 이날 태어나서 처음으로 제대로 족구를 해봤는데 너무 어려웠다. 공도 내 마음대로 안 가고 쉽지 않았다. 한 명만 더 있었으면 재밌게 풋살을 했을 것 같은데 좀 아쉬웠다.
태안 별빛바다 글램핑에 별도로 마트가 있긴 한데, 편의점처럼 최신식으로 관리되고 있는 곳은 아니고 그냥 여기 주인분이 별도로 운영하고 계시는 것 같았다. 시중가보다 가격이 비쌌는데 과자도 좀 오래된 것들 밖에 없었다. 친구들이 내기에 져서 과자를 사왔는데 새우깡이나 이런 것들 밖에 없었다고 한다.
운동 후 샤워를 하고 바베큐를 먹기 위해 밖으로 나왔는데 위 사진처럼 눈이 왔다. 다행히 다음날 눈이 거의 다 녹아 폭설이라 말할 순 없겠지만 시야가 불편할 정도로 정말 많이 왔다. 그래서 내일 서울에 올라갈 수 있는 건가 살짝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우리가 고기를 구워 먹은 장소. 사장님께서 우리 방 옆에 있는 곳은 이용이 불가하니 이따 밤에 별도로 자리를 마련해주신다고 하셨던 곳이다. 근데 자크가 고장나서 천막 문도 닫을 수 없고 그 때문에 밖에선 자꾸 눈과 바람이 강하게 들어와 난리도 아니었다. 다행히 지지대는 탄탄해서 천막이 날아갈 리는 없었으나 맞은 편에 방과 연결된 곳에서 따뜻하게 먹는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별도로 앉을 공간도 없어 서서 굽고 먹고 그랬다. 고기를 미리 구워다 놓으면 다들 빨리 먹어서 다행이지 밥은 이미 차가워졌다.
그래서 다들 그냥 이렇게 된거 빨리 먹고 나가자고해서 정말 후딱 먹었다. 맥주도 하이네켄을 아예 통째로 파는 것을 샀는데 워낙 정신이 없어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나보다. 사실 남자뿐이라 다 추억이긴 했는데 커플끼리 와서 이랬으면 괜히 좀 그랬을 것 같다. 분위기도 안 나고 뭔가 정신만 없었다. 그래도 고기는 맛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모니터에 플레이스테이션을 연결해 위닝도 하고 수다도 떨다가 다들 잠을 잤다. 아래에선 두 명, 위에선 세 명이 잠을 잤다. 자는데 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데 얘네가 너무 정답게 있길래 사진을 찍어봤다. 사회에서 보면 실컷 나이를 먹은 애들인데 이렇게 보면 또 다들 어릴 때 모습 그대로다.
그렇게 잠을 청했는데 밤을 꼴딱 샜다. 평소 잠자리가 예민해 장소가 바뀌면 잘 잠들지 못하는 편이다. 근데 추가로 옆 친구가 코를 정말 강하게 골았다. 이어폰을 꽂는다고 되는 수준이 아니었고 깨워도 그 순간이지 어쩔 수 없었다. 진짜 한 두 시간 잤나..? 선잠을 자다가 아침에 눈을 떴다.
잠이 안 온다기보단 못 잘 것 같아 애들이 자는 동안 혼자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학암포를 구경했다. 근데 여전히 날씨가 워낙 추웠다. 갯벌이 있다고 해 혹시나 맛이나 조개 같은 것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이 날씨에는 절대 불가였다. 그래서 친구들도 그냥 깨우지 않고 나 혼자 잠깐 구경을 하고 다시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한 30분 정도 지났을까 한두 명씩 일어나기 시작했고, 다들 정말 푹 잘 잤다며 개운하다고 했다. 부러웠다.
그렇게 방을 정리하고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다들 나왔다. 그래도 가기 전에 저기 보이는 빨간 등대에서 사진 하나 찍고 가자고해 차로 이동했다. 거기서 만난 백구다. 추운데 혼자 덩그러니 있어 괜히 불쌍해보였다. 얘네는 털 때문에 추위를 안 타겠지..? 얘네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떨진 않았다. 그래도 혼자 있으니 심심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이렇게 애교를 부렸다. 진짜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강아지가 흔히 말하는 시골 똥개같다. 진돗개 종은 정말 너무 귀엽다.
이렇게 1박 2일 동안 쌓고 온 추억에 대한 정리가 끝이 났다. 친구들과는 정말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왔다. 십 대 때는 하루가 멀다하고 붙어 다녔는데 이젠 이렇게 날을 잡아도 모이기가 힘들었다. 사실 살짝 힘들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너무 재밌었던 1박 2일이었다. 앞으로도 많은 추억을 쌓자고 다짐했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