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 파주 산업단지에 처음 가보다.
지난 주말, LG디스플레이 파주에 다녀왔다. 산업단지 방문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는데 잠시 들릴 일이 있어 다녀오게 되었다.
친구들은 왜 가냐 했지만 나에겐 이렇게 겉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일이었다. 경영을 전공하고 경제를 좋아하고, 또 주식을 하면서 한국을 포함해 세계의 많은 기업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되었다. 근데 내가 접한 것이라곤 사진과 글, 내 상상이 전부였다. 실물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다녀올 수 있었다.
LG라는 기업을 참 좋아한다. 어디든 명과 암은 존재하지만, 그냥 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색깔이 좋았다. 자신이 한 것을 티내지 않는 개인적인 성격과도 잘 맞았다. 물론 재직 중인 사람들에게서 알려진 것과는 많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체감할 수 없었기에 그렇게 와닿지 않았다.
구본무 회장이 타계했을 당시에도 인스타그램이든 블로그든 하나의 글을 쓰고 싶었다. 그냥 그 당시 나의 감정을 기록해보고 싶었다. 어찌됐든 수많은 기업을 봐왔지만 유일무이하게 정이 갔던 그룹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근데 시간이 한참 지난 이번 기회에 어찌저찌 글을 쓰게 되었다. 그만큼 이번 LG디스플레이 파주 산업단지 방문은 나에게 의미 있었다.
이 나이에도 첫 경험이 있었다. 친한 친구들은 재작년에 평택 공장에서 잠시 일을 한 적이 있어 이런 시스템을 접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이날이 처음이었다.
A동부터 시작해 H동까지였나 기숙사가 쭉 있었다. 이것도 각기 작은 건물이 아니라 엄청 컸다. 정문 앞에는 택시가 항시 대기하고 있고 버스가 오갈 때마다 캐리어, 백팩을 멘 젊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했다. 이 모습을 보면서 내가 여태까지 몰랐던 세상을 만났다. 주식으로 LG디스플레이를 만났을 땐 정말 힘이 없어 보였는데 이렇게 실물을 접하니 정말 기업 하나가 나라를 살릴 수 있겠구나 하는 것들이 느껴졌다.
8월 22일 오늘자 아침 신문에 애경그룹이 홍대로 이전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애경그룹도 제주항공을 인수하고 난 뒤 나에게 좀 더 가깝게 느껴진 기업이다. 그전에는 백화점을 자주 다니는 편도 아니고 사는 곳 근처에 있지도 않아 좀 멀게 느껴졌다.
애경을 처음 만난 것이 나의 십 대 때였나, 구로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지하철과 연결된 통로가 있어 걸어가다 우연히 만났다. 그땐 어린 마음에 되게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그 애경그룹이 이제 대한민국에서 가장 활발한 곳 중 하나인 홍대로 이전한다고 한다. 십 년쯤 흘렀을까. 그 사이에 누군가는 성장했고 누군가는 사라졌다.
어제는 정말 오랜만에 친구들과 과거 이야기를 했다. 우린 이때 이랬었는데 하며 꽤 많은 시간을 떠들었지만 지금은 어떻게 변했다는 물음에는 확실히 답할 수 없었다. 십 년이 지난 뒤에도 우린 이때 이랬었다고 말할 것이 뻔하겠지만, 그때는 이때 이런 고민을 했는데 지금은 확실히 뭔가 하긴 했구나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