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라이더스 & 유럽 딜리버루 자전거 배달
(Deliveroo)
라멘을 먹고 다시 브리즈비 거리로 돌아왔다. 낮에 벼룩시장도 열리고 복잡했던 것에 비해 많이 한산해졌다. 근데 여전히 많이 보이는 것이 있었다. 바로 자전거로 배달하는 유럽 딜리버루다. 아마 이 단어에 낯설어하는 분이 많을 텐데 쉽게 말해 전기자전거나 오토바이로 배달하는 배민라이더스랑 비슷한 것이라 생각하면 된다. 이동 수단의 차이만 있다.
사실 이 주제로 포스팅할 것이라곤 생각을 못해서 사진을 안 찍었는데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 하나 찍을 걸 그랬다. 아무튼 낮에 햄버거를 먹을 때도, 골목길을 지날 때도, 곳곳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Deliveroo 박스를 멘 사람들이 계속해서 왔다갔다했다.
처음엔 낯선 이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자전거로 배달을 한다고..? 엄청 힘들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아무리 지역 특성을 반영한다고 해도 쉽사리 와닿지 않았다. 개인이 하루에 얼마나 많은 양을 채울 수 있을까. 그래서 고민해봤는데 문화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한국은 1인이 최대한 할 수 있는 양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유럽은 정말 삶과 일의 공존처럼 자전거로만 배달을 한정해 하루에 개인의 몫을 적당히 채우고 그 밖의 시간은 자신을 위해 쓸 수 있게 한다. 또, 그렇게 1인당 할당이 명확해진 만큼 더 많은 사람이 딜리버루를 이용하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 아닐까 싶다. 그게 우버에게 인수 의욕을 불러일으키게 한 Deliveroo의 성장 비결이라 생각한다.
일과 삶의 공존. 가능한 걸까? 누구는 일을 즐길 수 있을 때 성공이 따라온다 했고, 또 누구는 일과 삶을 분리하려고 하는 순간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에 대한 존중이 중요해져 일에서 멀어지고 나를 찾으려 한다고 하지만 이건 트렌드를 말할 때만 나오는 이야기고, 기득권자들은 항상 이와 반대로 말한다.
솔직히 뭐가 맞는 건지 잘 모르겠다. 주 6일제에서 주 5일제로, 또 이제 몇몇 기업은 주 4일제를 도입했다. 트렌드는 확실히 노동 시간이 줄어가는 것이 맞지만 아직도 곳곳에서는 대우를 받지 못하는 야근과 특근, 부당한 일 처리가 만연하다고 한다. 정부에서 정해진 법과 현실은 항상 적당한 괴리감이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듯이 이 부분은 어쩔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래도 마음 아픈 것은 사실이다.
내가 글을 쓰며 상당히 객관적인 시선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나도 그 노동자 중 한 명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에서 일을 안하고 사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한때 그런 생각을 해봤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일을 싫어하는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났다. 만약 일을 좋아한다면 회사에 출근하는 게 싫지 않았을 것이고 월요병, 금퇼월월월이란 말도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다들 휴가를 반가워한다. 이렇게 말하면 또 누군가는 말한다. 계속 놀으라고만 하면 막상 못 놀걸? 일을 했기 때문에 휴가가 반가운 것이라고. 이런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일을 안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고. 백에 90은 내가 예상한 답변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 뭐든 100%는 없기에.
이런 생각을 바탕으로 가지면 '일을 즐겨라'라는 말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합리화하고 있는 주장이라 귀결된다. 전문성을 키우고 싶다, 존경받고 싶다, 성공하고 싶다, 나는 돈 때문이 아니다 등등 많은 수식어가 있다. 근데 정말 솔직하게 말해서 정말 그럴까..? 전문성, 존경, 성공, 돈은 다 내가 직업을 갖고 어떤 목적을 달성했을 때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들이다. 진급하고 싶다, 팀장이 되고 싶다, 대표가 되고 싶다 이런 것들은 표면적으로 너무 단순해 보이고 비전이 없어보이지만 저 말들과 뭐가 다른지 의문이 생긴다. 신입사원이 존경받는 회사는 없고 경력 2~3년이 성공했다는 말을 듣긴 쉽지 않다. 물론 어린 나이에 창업해 성공을 하고 돈을 벌고, 존경까지 받는 사람들도 있다. 갑자기 마크 주커버그가 생각난다. 근데 이건 앞서 말했듯이 인생에 100%는 없다. 대부분을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이렇다는 말이다.
배민라이더스와 Deliveroo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너무 황천포로 빠졌나. 사실 이렇게까지 적을 생각은 없었는데 적다 보니 이런 흐름으로 이어졌다. 왠지 계속 말하면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비슷한 논조로 이어질 것 같고 결론도 딱히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냥 의식의 흐름대로 적은 것이고 아직 명확한 답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하여 저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무시한 것도 아니다. 내가 누군가의 노력과 주장을 폄하할 자격은 없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한 번 더 심오하게 이야기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