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이바시 맛집 준도야에서 라멘을 먹어보다.
(Ramen Zundoya Shinsaibashi)
아까 간사이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먹은 쵸콜릿을 제외하곤 오후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뭔가 가볍게 끼니를 때우긴 싫었고 고생한 만큼 맛있는 것을 먹고 싶었다. 그래서 참으며 할 일을 다하고 숙소 밖으로 나오니 오후 9시였다. 예전 추억을 되살려 일단 이치란을 가기로 했다. 맛있기도 했고 뭔가 이걸 먹으면 '오사카에 왔구나'하며 실감이 날 것 같았다.
근데 이게 웬걸.. 비도 오고 오후 9시였는데 이렇게 사람이 많았다. 앞에 타코야끼 집이 아니라 좀 더 뒤를 보면 강가 옆에 우산을 쓰고 대기하고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제일 오래 기다려본 것이 계단 아래였는데 그 뒤까지 있었다. 날씨도 춥고 배도 고프고.. 보자마자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리고 오사카에 이 기간에 한국인이 이렇게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랐다. 예전보다 많은 기분이다. 분명히 휴가철도 아니고 연휴가 낀 것도 아닌데.. 뭐 방학이라곤 하지만 정말 많아도 너무 많았다.
아무데나 보이는 곳을 갈까 하다가 그래도 좀 찾아보자하며 구글맵을 켰고 최대한 가까운 거리에 평점이 4.3인 라멘 맛집이 있어 가보았다. 신사이바시에 있었고 이름은 준도야(Zundoya)였다. 한 두 팀 정도가 대기하고 있어 이름을 적은 뒤 기다렸다.
대기판엔 한글이 있었는데, 메뉴판엔 한글이 없었다. 별도로 요청하면 주는지는 모르겠고 그냥 영어와 그림을 보고 주문했다. 매운 것이 먹고 싶어 Hot이 쓰여진 것과 가라아게와 밥이 같이 나오는 사이드 메뉴를 주문했다.
테이블은 적당히 있었는데 은근 회전율이 낮다는 느낌을 받았다. 4인 자리에 두 명씩 앉기도 해서 그런가. 적은 팀임에도 불구하고 좀 기다리긴 했다. 혼자 온 사람은 정면에 쭉 일렬로 놓여진 곳에 앉았는데, 문 앞이라 그런지 좀 추웠다.
주문한 메뉴가 나왔다. 후에 치킨가라아게가 나와 같이 찍은 사진이 있는데 먹는 도중에 찍다 보니 사진이 좀 그래서 그냥 이 사진을 올린다.
앞에 놓여진 소스 통에는 내가 좋아하는 미소 된장이 있어 먹어보았다. 맛있었다. 근데 아까 메뉴 주문 당시 면 두께와 고기의 양을 정하는 것이 있었는데, 별도로 물어보지 않아 나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메뉴판을 잘못 이해한건가.. 그래서 나중에 따로 면을 두껍게 해달라고 말하긴 했는데, 그냥 얇은 면이 나왔다.
솔직히 치킨가라아게가 막 튀겨 나와서 그런지 제일 맛있었다. 그리고 신사이바시 맛집 준도야 라멘 평점 중에 짜다는 말이 많았는데, 처음엔 하나도 안 짠데 하다가 배도 서서히 차고 음식도 식어가다보니 그 짠맛이 확실히 느껴졌다. 솔직히 짜다. 맛있긴 했는데 나중에 그 짠맛이 점점 쌔져 남길 수밖에 없었다. 아마 배도 부르긴 했을 텐데 그냥 짜긴 짰다. 매장 안에도 현지인 밖에 없는 것으로 보아 일본인 입맛에 맞춘 듯했다.
옆에 4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일본인 남자분이 앉으셨는데, 면 추가도 하고 소스도 따로 만들어 먹고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확실히 일본 사람들이 한국보다 짜게 먹긴 하나보다. 그래서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너네가 맵게 먹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라고 답변이 왔다. 이해가 갔다.
진짜 현지인들이 즐기는 일본라멘을 먹어보고 싶으면 한 번쯤은 가도 좋을 것 같은 식당이다. 가격은 총 1,190엔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