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도톤보리 근처 에어비앤비 Wakana/Syuji E5 이용 후기
(Osaka Dotonbori Airbnb)
약 일주일간의 오사카 여행에서 숙소는 도톤보리 근처 에어비앤비로 잡았다. 사실 처음 숙소를 잡을 때 고민이 많았다. 애초의 계획은 호텔에서 묵을 생각이었으나 나름 괜찮은 호텔을 고르다보니 혼자 묵는데 약 70~100만 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이렇다해서 엄청 넓고 좋은 것이 아니라 일본의 여느 호텔들처럼 방이 매우 좁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만약에 방이 괜찮다하면 그나마 80 정도까지는 낼 용의가 있었지만 뭔가 너무 비합리적인 것 같았다. 이 정도 비용이면 유럽에서 몇 주간 묵었던 호스텔 숙소 비용이다. 물론 둘이 나눠내면 나쁘지 않았지만, 나 혼자 가는 여행이었기에 더 신경쓰였다.
그렇다해서 게스트하우스에서 묵기에는 좀 그랬다. 뭐 같이 여행 온 사람들과 이런저런 얘기도 하면 좋겠지만, 어차피 타지에서까지 한국인과 어울릴 생각은 없었고 무엇보다 짐을 신경 쓰기가 싫었다. 지난 유럽에서 한 달간 이것저것 신경 쓰며 다녔기에 좀 편하게 있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이 에어비앤비가 생각났고 오사카 도톤보리 근처로 찾아보았다.
후기도 많고 평도 좋은 Wakana/Syuji 호스트의 E5로 6박 동안 약 50만 원을 지불하고 이용해보았다. 비용은 호텔과 게스트하우스의 딱 중간 가격이었는데 크기도 호텔보다 넓어 딱이다 싶었다.
비를 뚫고 도착하자마자 열쇠를 찾으러 미리 설명받은 곳으로 갔다. 근데 자물쇠 마지막 번호가 돌아가지 않았다. 비를 맞고 있어서 춥기도 하고 피곤했는데 너무 스트레스 받았다. 옆의 다른 자물쇠들을 돌려보니 다 잘 돌아갔는데 내꺼만 마지막께 안 돌아갔다. 손이 얼어서 힘이 안 들어가는건가 싶어 녹이고 다시 해봐도 마찬가지로 돌아가지 않았다.
Wakana/Syuji씨와 통화를 했고 그때서야 카카오톡 아이디를 받아 영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전에 카카오톡을 알고 싶었지만 호스트가 에어비앤비 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하면 바로 누군지 알 수 있어 그게 더 편하다고 하여 아이디를 알 수 없었다. 왜 번호가 안 돌아가는가 하니 내가 아까 자물쇠가 열리지 않아 쭉 당긴게 위에 고리가 바짝 조여있지 않아 비밀번호가 돌아가지 않는 것이었다. 결국엔 내 잘못이었다. 난 하다하다 안 열려 이게 안에서 비도 오고 그래서 얼었나 싶었는데 내 실수로 인한 문제였다. 그래서 고맙다하고 바로 열쇠를 찾아 안으로 들어갔다.
엘리베이터를 타기 전, 현관에 문이 있는데 받은 키로 저기 열쇠 구멍에 꽂고 돌리면 문이 열린다.
문은 위아래 이중장금으로 되어있다. 이용 후기에서 어떤 분이 혼자 묵었는데 문을 이중으로 잠글 수 있어 좋다고 한 글을 본 적이 있는데, 뭔가 더 심리적으로 편하긴 했다.
처음 방을 봤을 때는 정말 좋았다. 매번 인터넷에서 사진을 봤을 때 실제로 가면 더 좁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는데 혼자 지내기엔 충분히 넓고 사진 그대로인 것 같아 좋았다. 쇼파도 카페트처럼 털로 되지 않고 가죽으로 된 것이라 좋았다. 벽지와 이불도 하얀색이라 깔끔해보여 깨끗하구나 싶었다.
베란다로 연결되는 창문도 크게 있어 원할 때 바로바로 환기를 할 수 있었다.
근데 여기가 화근이었다. 새벽에 추워서 이불을 하나 더 꺼내려고 여기를 열었는데 이불 사이로 못 보던 양말이 있었다. 아마 전에 묵었던 사람의 양말이겠지.. 그리고 이불에는 머리카락과 알 수 없는 먼지들이 섞여있었다. 분명히 평점에서 모든 별이 다 만점이었는데 이런 상황에 좀 놀랐다.
출발하기 전, 다른 분이 써준 글에서 롤크리너로 먼지들을 한번 정리했다는 글을 보고 나도 겨울옷이니까 먼지 묻으면 없앨 겸 하나 가져왔었는데, 유용하게 잘 썼다. 덕분에 기존에 덮고 자던 이불과 베개 모두 한 번씩 다 닦았다. 뭐 어차피 여행 온 이상 이런거야 비일비재한 일이지만, 이번 여행에선 좀 편하게 묵고 싶었고 그래도 깔끔 깨끗한 일본인데 이러려나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은 사실이었다. 나중에는 아까 말한 쇼파 아래서 처음 보는 흰 티셔츠까지 만날 수 있었다. 청소는 호스트가 외부인에게 맡겨 하는 것 같은데, 아마 깔끔하게 운영되진 않아보인다.
근데 이 이불과 내가 발견한 물품들을 제외하곤 냉장고부터 샤워실, 화장실, 바닥까지 전부 깨끗하긴 했다. 보이는 곳은 깨끗했다.
샤워실과 화장실. 원래 짐을 챙기고 다니는 편이라 가져오긴 했는데 드라이기부터 치약, 칫솔, 바디워시까지 전부 다 있어서 사실 따로 챙겨올 필요는 없어보인다. 그리고 수건을 되게 자주 쓰는 편인데 무엇보다 수건이 엄청 많아 좋았다. 실컷 써도 마지막에 남았다. 이런 숙소는 여태까지 묵은 곳 중에 처음이었다. 좋았다.
그리고 화장실은 뭐 딱 저렇게 변기 하나에 사람 하나만 들어갈 수 있는 공간으로 되어있었다. 예전에 묵은 곳과 비슷하다.
씻을 때 무엇보다 수압이 중요한데 뜨거운 물도 괜찮게 잘 나왔다. 방을 예약하게 되면 호스트분께서 이런저런 내용이 담긴 파일을 보내주시는데 여기에 뜨거운 물이 안 나올 시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나와있다. Wakana/Syuji씨의 설명 중 남편이 한국 분이라고 하시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면 아마 교포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Airbnb 사이트에서 E5를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청결하고 넓고 좋다고 한다. 나도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이 청결 부분이 신경 쓰여 다음에 묵게 된다면 다른 곳을 찾을 것 같다. 그렇다해서 더럽다는 것은 아니었는데, 그냥 좀 찝찝했다. 이정도 가격에 내가 너무 많은 것을 바라는건가. 그냥 나의 기준은 청결이 우선인가보다.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 그냥 내가 그날 방 운이 안 좋았던 것일 수도 있겠다.
또 하나 신경 쓰이는 것은 아무래도 히터였다. 한국은 대부분 보일러로 온도를 조절하지만 일본은 히터를 통해 온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겨울에 히터를 틀어두면 따뜻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방이 너무 건조해진다. 일본 사람에게 이걸 물어본 적이 있는데 그래서 가습기를 사서 두 개를 같이 켜둔다고 한다. 왜 보일러를 안 쓰냐고 물어보니 그것을 쓰면 비용이 많이 나오지 않냐고 반문했다. 맞는 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