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한인민박 축구장 근처 마리앤유에서 묵었어요.
마드리드에서 처음 숙소를 잡을 때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구경할 것이 많은 중심가에 숙소를 잡으면 괜찮은 곳도 많고 훨씬 편하지만 거기까지 갔다가 다시 산티아고 베르나베우까지 오기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도착한 첫날은 스타디움 근처에서 묵고 그 다음 날 다시 중심가로 이동하기로 했다.
앞서 말했듯이 첫날엔 이래저래 너무 정신이 없으니 그나마 말이 보다 더 쉽게 통하는 한인민박으로 찾아보기로 했다. 호텔도 여럿 봤는데 경기 때문인지 이미 예약이 꽉 차 있는 곳도 많았다. 그렇게 찾아보다가 이 마리앤유라는 곳을 알게 되었다. 바로 전화해봤다. 방이 없다고 말씀하셨다. 순간 멘붕이 와서 혼잣말을 이래저래 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혼자냐고 물어본 뒤 그럼 그냥 오라고 말씀하셨다. 나중에 알고 보니 사모님이 잠시 한국에 가시는 동안 침대가 하나 남아 사장님이 머무르시는 곳에 하루만 쉴 수 있도록 해주신 거였다. 참 감사했다.
택시를 타고 가고 있는데 다 와 갈때쯤 사장님께서 올 시간이 다 됐는데 안 와서인지 메시지를 보내주셨다. 다 와 간다고 하니 문밖으로 마중을 나와계셨고 택시기사님에게도 짐만 두고 바로 스타디움으로 갈 예정이니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을 전해주셨다.
숙소는 2층에 있어 한칸 올라가야한다. 그래도 그렇게 경사가 높진 않다.
복도를 사이로 양옆에 방이 있었고 화장실은 총 두 개가 있었다. 남녀 구분이 따로 되어있지 않아 자유롭게 사용이 가능했다. 도착하자마자 야식을 먹고 있는 숙박객 사람들이 있어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알고 보니 나 같은 여행객이 아니라 여기서 학교를 다니며 장기체류하는 학생들이었다. 어쩐지 마드리드 한인민박 마리앤유가 중심가에서 동떨어진, 그나마 스타디움 근처에 머무르고 있어 누가 여길 올까 했었는데 애초에 타겟이 달랐다.
이번 포스팅에서도 나 역시 여행을 위한 숙박이 아니라 나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져있는, 도착하자마자 경기장에 조금이라도 빨리 가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포스팅하는 것처럼 말이다.
다음날 사장님이 차려주신 아침 식사. 원래 사장님의 와이프분께서 식사를 챙겨주시지만 지금 여기에 없어 사장님이 대충 만들었다고 하셨다. 근데 조식이 포함이 되어있었나..? 아무튼 맛있게 잘 먹었다.
하루 머무르는데 35유로를 냈다. 앞으로 묵을 호스텔에 비해 저렴한 가격은 아니었지만 대충 유럽의 한인 가격은 이 정도였던 것 같다.
물을 한잔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보았다. 구름이 많이 껴서 바로 아래까지 내려온 것처럼 보인다.
마리앤유 상당히 괜찮았다. 우선 사장님이 너무 친절하셨다. 내가 약간 혼자 다녀서 좀 불쌍해보이셨나.. 저녁에 푹 자라고 와인도 권해주시고 애초에 방까지 배려해주시고. 사실 첫날에 시차 걱정은 하지 않았다. 도착하자마자 바로 경기장에 가야했고, 비행기에서 잠을 안 자서 거의 하루를 깨어있어서 샤워하고 바로 잘 수 있었다.
이래저래 혼란스러울 수도 있을 법한 한 달간의 유럽여행 첫날이 잘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