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스키크롬로프 약간 아쉬웠던 당일치기 여행
(Cesky Krumlov)
오랜만에 포스팅을 한다. 포스팅도 습관이어서 꾸준히 하면 글도 빨리 써지고 지겹지도 않은데, 이렇게 한번 쉬다가 하려면 다시 시작하기가 귀찮아진다. 그래도 나름의 목적이 있기에 꾸준히 해보려 한다. 사실 하기 싫어서 오지 않았던 것은 아니고 약 한 달 동안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그에 관한 얘기는 출발하기 전 웬만하면 끝내고 가려 했던 예전 유럽여행에 관한 글을 마치고 차차할 예정이다.
오늘은 체코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왔던, 약간 아쉬웠던 체스키크롬로프에 관한 이야기다. 아쉬웠던 이유는 당일치기라는 것 하나. 체코에서 처음으로 뭔가 속이 뻥 뚫리고 기분 좋다라는 느낌을 들게 해주었던 공간이었기에 잠깐 머물렀다 는 것이 너무 아쉬웠다. 근데 동네가 약간 조용조용한 분위기라 혼자보단 둘이 왔을 때 더 좋을 것 같은 곳이다. 애초에 난 선택지가 없기도 했다.
가는 교통편은 출국하기 전 스튜던트 에이전시라는 사이트를 통해 예매했다. 아마 다 이곳을 통해 구매하는 듯 했고 정리되어있는 블로그들이 많으니 참고하면 손쉽게 표를 구할 수 있겠다.
나오자마자 한국에서도 한 번도 겪어본 적 없는 사고를 쳤다. 버스를 타려고 역에 도착했는데 출구에서 검표원 같은 사람이 나를 불러세웠다. 아침에 나오자마자 역 앞 매점 같은 곳에서 표를 사두었기에 걱정 하나 없이 부르는 곳으로 갔다. 그리고 표를 보여줬다. 근데 뭐라뭐라하더니 벌금으로 800코루나를 내라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표값은 고작 24유로밖에 안하는데 벌금으로 800코루나를 내라니.
대충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잘못하긴 했다. 원래 여행할 때 대체로 걸어다니다 보니 교통편이 필요하지 않으면 굳이 구매하거나 알아보지 않는 편이다. 귀찮기도 하고. 프라하는 가뜩이나 좁으니까 더더욱 알아보지 않았다. 근데 당일 아침에 되어서야 표를 사야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냥 표 사는 곳만 물어본 뒤 출발했다.
근데 이 지나가는 공간에서 표를 찍지 않았다. 나도 처음에 의아하긴 했다. 이게 그냥 지나가는게 맞는 것인지. 근데 뭐 한국처럼 막아두는 공간도 없었고 지나갈 때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바보 같긴 한데 아침 일찍 서두르느라 잠이 덜 깼나보다. 나는 표를 주머니에 넣은 체 그냥 지나갔기에 찍힌 바코드 같은 것이 하나도 없었고 검표원 입장에선 내가 무임승차를 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이렇게 이용하기에 나 역시 그 사람들처럼 보였겠지. 그 24코루나가 뭐라고 내가 이렇게 하겠냐라고 정말 억울했지만 이 사람 입장에선 나를 당연히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그냥 별말하지 않고 벌금을 냈다. 다행히 지갑에는 오늘 여행경비로 쓸 딱 850코루나 정도가 있었다. 체코에선 이 정도 돈이면 하루 동안 실컷 맛있는 것을 먹고 놀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나가버린 멘탈이 쉽게 돌아오지 않았지만, 출발은 해야했기에 버스를 타는 곳인 1번 플랫폼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해진 시간에 노란 버스가 왔다.
버스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깔끔하고 좋았다. 비행기처럼 헤드폰도 나눠주고 영화도 볼 수 있게 저렇게 모니터도 있었다.
드디어 Cesky krumlov에 도착! 다와가서 중간에 한 번 잘못 내릴 뻔했는데 그냥 마지막 종점에서 내리면 된다.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혼자 다니는 건데 도시가 아닌 근교를 갈 땐 같이 갈 동행을 구하는 편이다. 이때 처음으로 동행을 구해봤었는데 한 가족과 함께 갔었다. 오전까지도 그냥 그랬는데 구하길 정말 잘했다. 벌금을 내서 이미 빈털터리였기 때문이다. 돈을 빌린 뒤 다시 프라하에 가 주기로 했는데 지갑에 달러가 있어 환전한 뒤 그 자리에서 갚았다. 그래도 민폐긴 민폐였다. 날 뭘 믿고 돈을 빌려주겠어 오늘 처음 봤는데.
아침 일찍부터 나와 모두 밥을 안 먹은 상태였기에 우선 밥부터 먹기로 했다. 바로 옆에 강이 흐르고 있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날 날씨가 살짝 흐리긴 했는데 너무 밝은 것을 싫어하는 나에게는 딱 최적이었다.
타워에 올라가 찍은 사진들. 돈을 내고 굳이 봐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원래 이런 곳엔 잘 올라가지 않는 편이다. 근데 이곳을 다녀온 뒤로 생각이 바뀌었다. 여기서 바람을 맞으며 먼 곳을 바라보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 나처럼 원래 이런 곳을 올라가지 않는 사람이라도 이 체스키크롬로프에선 꼭 가보길 바란다. 뻥 뚫리는 듯한 그 기분이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건물들이 아기자기한게 이쁘기도 했지만.
HRADNI MUZEUM 구경을 마치고 마을 곳곳을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곳곳에 위와 같은 상점들이 많이 보였는데, 동행하시는 분들은 집 인테리어를 꾸민다고 체코만의 색이 담겨있는 물건들을 찾고 계셨다. 원래 이런 것에 흥미가 없었는데 옆에서 같이 다니다보니 나름 의미가 있어 보여 순간 혹했다. 나중에 자취할 때 하나씩 모아두면 좋을 것 같았다.
대충 다 둘러보니 오후 4시가 되었고 버스를 타기까지 약 1시간 정도가 남아 낮맥을 즐겼다. 신기하게도 모두 다 술을 못하는 편이었고 각각 시킨 맥주도 다 먹지 못하고 남겼다. 얼굴도 다 빨개졌다.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렇게 체스키크롬로프 약간 아쉬웠던 당일치기 여행이 끝이 났다.
숙소에 도착해 돈을 챙긴 뒤 근처에 있는 HYBERNIA라는 맛집에 와 저녁을 먹었다. 원래 코젤이라는 맥주를 먹어볼 생각이었는데 다 나가고 없다해 그냥 사이다를 주문했다. 양도 많고 맛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