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념이 아닌, 그냥 구워져 나온다는 것은 고기에 자신 있다는 의미!
원래도 인기가 많았지만 대한민국 사람들이 돼지불백에 가장 큰 관심을 기울였던 때가 무한도전에 나왔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때 무한도전에서 기사식당에 방문하여, 돼지불백을 상추쌈과 함께 엄청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그 기사식당이 꽤나 오랫동안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렸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 택시 기사님들 맛집이었는데, 그 뒤로 오히려 일반인들이 더 찾아서 괜히 기사님들이 불편을 겪었다는 글도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나도 그 뒤로 그 돼지불백이 먹고 싶어 직접 갈까 싶기도 했는데 직접 가보진 못했다. 뭔가 기다리면서까지 먹어야 하는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근데 거기가 아니더라도, 대체재들이 있어서 그곳들에서 해결을 하긴 했던 것 같다.
오늘은 그 기사식당 맛집까지는 아니지만, 첫 방문임에도 불구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던 곳을 소개해볼까 한다. 용산에 위치한 을지문이라는 가게로 사실 여기 지나가다 우연히 방문했다. 점심 특선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았고, 가볼까 싶었다. 근데 들어가니 내가 첫 손님이었어서 살짝 걱정을 했다. 사실 그게 우연일 수도 있는데 괜히 첫 손님인 곳에 가면 불안한 생각이 먼저 든다. 아무래도 신선도나 그런 것들 때문에. 근데 다행스럽게도 내가 첫 방문이었고, 그 뒤이어 손님들이 들어오셨다. 물론 아직까지 다른 가게들처럼 점심 장사가 잘 되는 곳은 아니었다. 사람이 많이 없더라. 근데 여기는 점심이 아니라 밤이 메인인 고깃집이어서 사장님도 크게 개의치 않아 보이셨다. 뭐 따로 대화를 나눠본 것은 아니고 그냥 나 혼자만의 생각이다.
아무튼 다른 메뉴 필요없이, 돼지불백으로 2인을 주문했고 잠시 기다렸다. 이게 주문이 들어가면 그때 숯불에 구워주시는 시스템 같았다. 고기 굽는 장소가 따로 있는 것 같았는데, 사장님께서 주문이 들어오면 수량을 어딘가에 전달해 주시더라.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다. 정말 적혀 있는 것처럼 생고기를 바로 구워주시는 것처럼 보였다. 근데 딱 고기를 보자마자 여기 잘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뭔가 고추장불백처럼 양념 스타일도 좋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고기만 구워져 나오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마 무한도전 기사식당도 이렇게 고기만 구워져서 나왔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양념은 잡내든 뭐든 기술로 지울 수 있지만, 이렇게 순수하게 고기만 나오는 것은 정말 고기 그 자체로 승부를 봐야 한다. 그래서 손님 입장에서도 같은 가격이라면 이렇게 기본 스타일을 즐기는 것이 더 낫겠다.
상추쌈은 기본이고, 여러가지 찬에 여기에 마지막으로 장국까지 나오면 모든 준비가 다 끝났겠다. 단돈 가격 9천 원에 이렇게 숯불 돼지불백을 먹을 수 있는 것이다. 그것도 국내산 생고기로 말이다. 사실 가격적인 메리트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9천 원에 점심 메뉴를 판매하는 곳은 많아도, 이렇게 순수하게 고기가 나오는 곳은 많이 없으니까. 물론 순대국이나 이런 것도 든든하긴 한데, 뭔가 고기가 땡기는 날은 이런 가게를 무시할 수 없겠다. 아마 양념 돼지불백을 상상하다가 이렇게 기본으로 나와서 본의 아니게 더 감탄하면서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 이런 담백한 맛을 더 좋아해서. 그렇게 마늘 쌈장과 함께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평소 상추쌈을 즐기진 않지만, 이렇게 먹을 때는 꼭 몇번 먹어준다. 뭔가 또 이렇게 고기 올리고, 쌈장 마늘 올리고 한 번에 팍 먹는 그런 기분이 있다. 장국 역시 그냥 그릇에 담겨 나왔지만 충분히 깊은 맛을 나타내고 있었다. 여기가 애초에 점심 장사가 메인인 고깃집이 아니라, 저녁 장사를 하는 곳이어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다른 곳들과 차원이 다른 부분이 확실히 있다. 애초에 메인 재료 단가가 다르니까 뭔가 더 좋게 나오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이 부분 역시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근데 여러 가게에서 먹어본 경험에 의하면 확실히 저녁 메인 장사 하는 곳들이 찬 퀄리티가 더 높긴 하더라. 물론 케바케긴 하겠지만 내가 방문했던 곳들은 대체적으로 그랬다. 재료 전체적으로 다 신선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었다.
김치도 아삭아삭하니 괜찮았다. 직접 담그신 것인지 사신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여기 조합들이 다 괜찮았다. 아삭아삭 새콤새콤하달까. 식감들이 다 살아있어서 좋았다. 어느 가게 가면 수분기가 말라 있는 곳들이 있는데 여긴 그런 포인트가 하나도 없었다. 고기 자체가 양념이 아닌, 숯불에 구운 순수 국내산 생고기 돼지불백이라 그런지 다른 것들이 다 기본은 해주는 기분이었다. 가격이 9천원이라는 부분도 꽤나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이게 만원이 되면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9천 원은 괜히 가성비 괜찮은 느낌이다.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점심 가격 기준으로 만원은 아니라 생각하나 보다. 아무튼 너무 맛있게 잘 먹었고, 여기 종종 찾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