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산동 숨어있는 맛집 중 하나인, 3만원 가성비 최고 오마카세 삼촌카세!
술을 잘 못한다. 술을 잘 못하지만 술자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술자리를 즐기는 편도 아니다. 뭔가 예전부터 그랬다. 이게 술 마시는 사람들은 같이 취해가는 과정이 재밌기 때문에, 안 먹는 사람 괜찮다고 혼자 먹는다고 하지만 같이 취하는 것보다는 확실히 재미없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술자리도 별로 참석하고 싶지 않아 하는 편이다. 나는 물론 눈치 안 보고 그냥 가볍게 맥주 한잔하면서 맛있게 안주 먹을 수 있는데 괜히 같이 업되는 과정에서 민폐가 되는 것 같아서. 그리고 뭔가 술 취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낯설어하는 편이다. 내가 멀쩡해서 그런지 뭔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면 이해하기보단 말리는 편에 가깝다. 아마 예전에 친구들이 술 마시고 사고를 많이 치기도 해서 그런 경험이 남아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술자리를 가기란 쉽지 않다. 아마 내 티스토리에 놀러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술과 관련된 포스팅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만큼 술자리를 많이 갖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맥주를 마시는 비중이 늘어난 것인데, 그래봤자 월 3회 정도 되려나. 소주가 아니라 맥주 말이다. 일 년에 소주는 거의 한 잔도 안 마시는 것 같다. 근데 오늘은 드디어 오랜만에 술을 마시는 포스팅이다. 심지어 소주까지 등장한다. 그만큼 이 가게가 만족스러웠고 신이 났다는 이야기다. 여기 솔직히 독산동에서 숨어있는 맛집이라고 한다. 친구도 나에게 말했을 때 자기도 우연히 갔는데 너무 좋았다고, 제일 좋아하는 집 중 하나라고 나에게 나중에 꼭 가자했었는데 이제야 오게 되었다.
겨울 대방어를 3만원에 오마카세 스타일로 즐길 수 있는 독산동 삼촌 오마카세 코야키친. 친구가 오자고 한 지는 거의 일 년이 돼 가는 것 같다. 근데 메인 메뉴가 회라고 해서 솔직히 더운 날씨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고 있었다. 근데 날이 선선하다 못해 추워졌고, 이때면 회를 먹으면 좋겠다 싶었다. 사실 이 친구랑 자주 가는 오마카세 가게가 있는데 거길 갈까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근데 거긴 여러 번 가봤고, 여긴 안 가본 곳이라 안 가봤던 곳을 가보고 싶어 이렇게 와봤다. 사실 이 동네 자체를 올 일이 거의 없는데 나름 계획을 잡고 방문했다. 결과적으로 너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다. 사실 처음에 사진 찍을 생각도 그렇게 없었는데 안 찍을 수가 없더라.
그럼 가게 설명을 좀 해볼까. 일단 여기 모든 주류는 셀프다. 자판기라고 해야하나. 아닌데. 냉동고처럼 우리가 스스로 음료수를 가져와서 먹는 방식이다. 계산은 마지막에 사장님께서 테이블을 보고 하시는 것 같다. 이게 오마카세 스타일로 중간중간 계속해서 음식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사장님이 그때마다 주류를 체크하시는 것 같다. 이게 단순 계산 때문이 아니라,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긴 식당이 아니고 술집이기 때문에 그 술을 마신 양이나 종류에 따라 나오는 서비스가 다른 것 같더라. 친구 말로는 그랬다. 친구의 경우 이날은 소주를 마셨지만, 언제는 사케를 먹고, 술 잘 마시는 친구랑 오면 여러 병 마시고 그랬다는데 그럴 때마다 본인이 체감한 게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가게 인테리어가 꽤나 괜찮다. 전체적인 외관만 봤을 땐 다소 복잡하고 정신 없어 보일 수 있는데 실제로 공간 테이블마다 배치가 길어서 나름 독립적인 기분이 든다. 그리고 적당한 소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뭔가 저절로 신이 나게 한다.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든달까? 그리고 나처럼 술을 마시면 얼굴이 빨개지는 사람의 경우 환한 곳보다 어두운 곳을 선호한다. 근데 여기 전체적인 조명이 어두운 편이다. 그런 것들도 좋았던 것 같다. TV에도 뮤직비디오나 일본 노래들이 나오는데 그게 전체적으로 어울려서 좋았다. 여기 뭐 나중에 경기 같은 것 하면 보러 와보고 싶은데 중계를 해주실지는 모르겠다. 일단 기본적인 것들은 이렇다.
그럼 음식을 말해볼까. 일단 여기 알다시피 가격은 인당 3만원이다. 둘이 오면 6만 원이고 셋이 오면 9만 원이 되겠다. 둘이 왔을 땐 6만 원이면 저녁 외식 기준으로 '나쁘지 않겠다' 생각할 수 있다. 근데 셋이 오면 9만 원이면 다소 비싸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다. 여기에 주류 값은 별도일 테니. 근데 실제로 여기 먹어보면 가격이 비싸다는 이야기가 안 나온다. 일단 나오는 방어의 양. 솔직히 저거 횟집가도 3만원에 저런 양 안 나온다. 둘이서 실컷까지는 아니더라도 '방어 좀 먹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양이 나온다. 근데 저건 그냥 메인 음식일 뿐이다. 사이드로 진짜 반찬 같은 것도 아니고 준 음식 같은 것들이 나오는데 이게 또 별미다. 튀김도 나오고 국물도 나오고 생선구이도 나오고 이것저것 나오는데 하나하나 퀄리티가 꽤나 높다.
원래 간장에 절여진 것을 잘 못 먹는 편이다. 그나마 간장새우는 먹는데 연어장이나 간장게장 이런 것들은 잘 못 먹는다. 근데 친구가 여긴 맛있다고 먹어보라고 했다. 아마 다른 곳이었으면 누군가 권유해도 안 먹었을텐데 여긴 그냥 다른 것 맛보자마자 신뢰가 갔다. 그냥 여기 사장님을 믿게 되었다. 딱 실력이 있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가게를 운영하는 방법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셨다. 개인적으로 자신만의 고집이 있는 가게를 좋아한다. 그게 손님 입장에서 까다롭게 느껴질 수 있어도 위생적인 측면이나 퀄리티적인 측면에서는 보장이 되더라. 여기 사장님이 좀 그러신 편이었는데, 그런 부분도 나에겐 플러스 요소여서 음식에 대해 더 신뢰가 갔다. 여기 그러신 편의 경우 가게 한편에 '대화를 걸지 마세요' 비슷한 문구가 있는데 그 포인트에서 든 생각이다.
아무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그렇게 연어장도 먹어봤는데 비린 맛 하나 없이 너무 맛있었다. 짠 것도 아니고 딱 적절하게 너무 맛있었다. 밥이 있으면 밥을 먹고 싶은 느낌이랄까? 물론 술을 마셔서 그런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그냥 나오는 재료 하나하나가 퀄리티가 너무 좋았다. 뭐 하나 대충 나오는 느낌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나오는 찬들도 다른 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찬이 아니었다. 여기에서만 맛 볼 수 있는 느낌? 그래서 더 좋았다. 하나가 좋게 보이니 다 좋게 보이는 현상인가. 여기에서 머무른 약 2시간 내내 아쉬운 포인트를 하나도 잡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러기도 쉽지 않은데. 아 굳이 꼽자면 생맥주가 없었다는 것? 근데 이것도 마시다 보니 마이너스 포인트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냉동고 온도 때문! 냉동고 온도가 맥주를 살짝 살얼음을 일으킬 정도로 차가운 편인데, 컵에 따라 마시니 진짜 얼음장처럼 차가웠다. 그게 너무 맛있었다. 사실 지금도 여기 겨울 대방어를 3만원에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삼촌 오마카세 코야키친을 또 가고 싶어지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그 맥주 한잔 때문이다. 그 시원함을 이 추위에 다시 느끼고 싶다. 물론 다시 갈 때는 옷도 편하게 입고 롱패딩에 따뜻하게 갈 생각이다. 그래야 더 완벽하게 이 시간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방어 자체도 진짜 제대로 된 횟집에서 먹는 것보다 퀄리티가 좋았다. 이때는 지금보다 더 제철이 아닐 때였음에도 불구하고 찰기 있고 맛있었다. 숙성을 따로 하신 건가? 최근에 특급호텔 뷔페를 다녀왔는데 개인적으로 거기 회보다 더 쫀득하고 맛있었다.
사실 오마카세에 오면 처음에 다들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먹고 배가 차려나? 이따 다 먹고 난 뒤에 배가 안 부르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들? 여기에서도 그랬다. 그래서 중간에 먹다가 친구한테 이따가 2차로 치킨집이나 가자고 했다. 친구는 소주를 마셔서 기분이 좋았는지 내가 뭘 하든 오케이였다. 그렇게 혼자 치킨집을 갈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뒤에 생선구이가 나오고 탕이 나오고 그 탕 안에도 고기가 실컷 들어있고, 그것을 해치우고 튀김도 먹고 하니까 어느새 배가 꽉 찼다. 마지막엔 배가 불러서 더 이상 못 먹겠다는 말이 나왔다. 그니까 여기 인당 3만원이면 맛도 맛인데 배부름까지 실컷 즐기고 나갈 수 있는 그런 곳이다. 내가 이 동네에서 여러 가게를 가본 것은 아니지만, 정말 사람들 말처럼 독산동 숨은 맛집은 맞는 것 같다. 가성비 최고 오마카세 삼촌카세 맛있게 잘 즐겼다.